▲ 소성규 (대진대학교 법학과 교수)
[경인일보=]"남편이 인터넷에서 만난 여자와 가상결혼을 해 사이버 부인을 두고 있다면 이를 부정을 저지른 것이라고 할 수 있을까?"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실제 부인을 두고 세컨드 라이프에서 만난 여자와 인터넷에서 각자의 아바타를 앞세워 결혼식을 올리고 가상 결혼생활을 하고 있는 후저스트라트씨의 사연을 보도했다. 후저스트라트의 가상부인인 스필먼은 "우리 둘 사이에는 깊은 신뢰가 있다"며 모든 것을 얘기했다고 말했다. 반면 그의 현실의 부인은 가상세계에 빠져 지내는 남편의 생활을 더 이상 견디지 못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한편 후저스트라트씨는 "단지 게임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가상세계는 어떠한 특정환경이나 상황을 컴퓨터로 만들고 이를 사용하는 사용자가 실제 주변환경과 상호작용을 하는 것처럼 만들어주는 인간과 컴퓨터 사이의 인터페이스이다. 가상세계는 일반적으로 경험하기 힘든 환경을 직접 체험하지 않고서도 그 환경에 있는 것처럼 보여주고 조작 가능하게 하며 이를 응용한 분야는 게임 외에도 교육, 고급 프로그램밍, 원격조작, 원격위성 표면탐사, 탐사자료 분석, 과학적 시각화 등이 있다. 가장 대표적인 가상세계는 미국의 린든 랩(Linden Lab)의 '세컨드 라이프'가 있다. 린든 랩이 2003년에 만든 세컨드 라이프는 인터넷 가상 현실 커뮤니티의 새장을 열었다고 평가받는 3차원 SNS이다. 전세계에 1천300만명이 넘는 회원이 세컨드 라이프를 이용하고 있다. 이용자들은 세컨드 라이프 안에서 집을 짓고 친구를 사귀고 물건을 만들어 사고 파는 등 현실과 똑같은 생활을 즐기고 있다. 국내의 가상세계 산업은 3D게임 기술개발에서 더 나아가 산업, 의료, 교육분야 등 더 많은 분야에서 장기의 계획을 두고 기술개발에 힘쓰고 있다. 국내에서의 대표적인 가상세계는 SKT의 'minilife', JC Ent의 'Joycity', 열린세상 열린마음의 'Dadaworld', 누리엔 소프트웨어의 '누리엔' 등이 있다.

가상세계는 새로운 정책홍보 및 결정통로로 고려되기 때문에 세계 각국의 공공기관 및 정부기관들은 물론 정치인들까지 가상세계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미국 해양기상청, 미국 항공우주국(NASA), 스웨덴 외교부, 몰디브 외교부, 이탈리아 투스카니 지방정부, 미국 국립보건원, 미국 질병예방센터 등은 가상세계 상에 기관을 만들어 운영하면서 사용자들에게 또다른 정부와의 커뮤니케이션 통로로 제공되고 있다. 일부 정치인(미국 힐러리 클린턴과 버락 오바마 대통령, 프랑스 사르코지 대통령, 한국 이명박 대통령 등)은 선거 당시 버추얼 선거캠프를 이용해 자신의 정책을 알리고 지지를 호소하는 연설회 등 각종 이벤트를 개최하기도 하였다. 세컨드 라이프에서의 정부활동에 대한 다양한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는 가운데, 점차 가상세계에서의 정부활동도 증가할 전망이다. 중앙정부에 비해 활동이 자유롭고 정책실패의 위험이 적은 지방정부 및 공공기관을 중심으로 가상세계에서의 활동이 전개될 가능성이 높다. 가상세계는 기존의 웹사이트에 비해 양질의 정보와 경험을 제공해주고 실시간 상호작용은 경험의 공유를 촉진한다는 점에서 많은 장점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산업분야인 가상세계에 대비한 법체계는 아주 미비한 실정이다. 가상세계에 대한 법적 규율방향에 대한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즉, 현재는 게임과 가상세계를 구별하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점에서 게임산업 진흥법의 개정이 필요하며, 가상세계가 실물 세계기반으로 만들어질 경우, 이에 대비한 특별한 규정이 필요한 점에서 저작권법의 개정도 필요하다. 그리고 가상세계에 관한 특수성과 발전방향을 위하여 가상세계 산업진흥을 위한 온라인 디지털 콘텐츠 산업 발전법의 개정 내지 가상세계 산업 촉진법의 제정이 필요하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