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상욱 (와세다대학 상학학술원 특별연구원)
[경인일보=]국력이 세지면 통화도 강해진다. 반대로 국력이 약해지면 통화도 약해지게 마련이다.

오늘 이 시각에도 세계 강대국들은 금융패권을 서로 잡기 위해 치열한 환율전쟁에 나서고 있다. 금융패권은 군사패권에 이은 경제패권의 연장선상에 있다.

지금 벌어지고 있는 중국 위안화 절상 문제를 둘러싼 중국과 미국의 팽팽한 설전도 이와 무관치 않다.

위안화 절상이란 위안화 가치를 올리는 것으로, 구체적으로는 다른 나라 돈과 교환할 때 적용되는 비율을 떨어뜨림으로써 실현된다. 중국의 환율제도는 위안화 가치를 미국 달러에 묶어 놓는 소위 페그(peg)제다. 그런데 그동안 달러가 계속 약세다보니 중국의 위안화 가치도 절로 떨어졌다.

그 결과, 중국은 세계 금융위기 상황에서도 대규모 대미 무역흑자를 낸 반면 미국은 큰 적자를 냈다. 더욱이 미국은 값싼 중국 상품이 넘쳐나면서 기업들의 생산이 위축되고 이로 인해 고용이 불안해지면서 실업률 상승이라는 쓴맛을 봤다.

중국 흑자, 미국 적자로 요약되는 세계불균형(Global Imbalance) 문제는 바로 여기서부터 점화된 것이다.

특히나 중국의 제조기술력이 1990년대 중반 이후 급속도로 좋아진 데다 2001년 WTO 가입 후 대미 무역거래가 부쩍 늘면서 세계불균형의 골은 더 깊게 파였다. 이에 따라 위안화 절상 압력 강도는 그 만큼 더 세졌다.

하지만, 중국의 대응은 단호했다. 결코 미국의 압력에 굽히지는 않겠다는 뜻을 계속해 천명해 온 바다. 지난 달 중순 원자바오 총리가 남의 나라 환율을 가지고 감놔라 배놔라 하지 말라며 미국을 향해 강펀치를 날린 것만 봐도 그렇다.

이에 질세라 미국도 환율조작국 지정 카드로 응수했다. 여차하면 중국을 환율조작국 명단에 올려 중국 수출품에 고율의 관세를 매기고 수입량도 제한하겠다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중국 수출품은 가격메리트가 사라져 시장경쟁력 하락 등 적잖은 타격을 입는다.

그렇다면 과연 중국과 미국이 끝끝내 대립각을 세워 무역분쟁으로까지 치달을 것인가?

답은 아니라는 쪽으로 기운다. 양쪽 모두 그렇게 하기에는 부담스러운 측면이 많아서다.

우선 미국은 중국이 가지고 있는 미 국채가 신경 쓰인다. 중국이 대놓고 미 국채를 팔면 달러 가치 폭락에 이어 미국 경제 전체가 흔들릴 수 있다.

그간 중국이 미국 국채 보유를 늘린 것은 투자수익 차원보다는 정치적 이유가 더 컸다고 볼 수 있다. 명실상부한 대국으로서 중국이 자금이 부족한 미국을 지원해 준다는 의미 부여와 함께 미국과 대립때 활용할 카드 확보를 위해 미 국채 보유를 늘린 측면이 있다.

아울러 미국은 소비위축도 감안하지 않을 수 없다. 당장 중국의 값싼 제품이 미국 시장에 들어오지 않으면 점차 살아나고 있는 소비가 다시 가라앉을 위험이 있다. 소비위축은 잘못하다간 이중침체(double dip)의 늪으로 연결될 수 있기에 꽤나 조심스러운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중국 또한 위안화 절상을 계속 미룰 수만은 없는 처지다.

그 동안 시중에 자금이 너무 많이 풀렸다. 인플레이션 위험이 만만치 않다. 부동산 버블도 매우 심각한 수준에 다다랐다. 지난 2월 소비자물가상승률이 2.7%로 정부 목표치 3%에 근접했다. 따라서 물가안정과 자산버블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위안화 절상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렇듯 작금의 위안화 문제는 중국, 미국 모두에게 양날의 칼이다. 이런 와중에 내주 월요일 후진타오 주석이 미국을 방문한다. 필시 여기서 위안화 문제에 대해 미, 중 간 진검승부가 벌어질 것이다. 양국이 어떤 패를 꺼낼지 무척이나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