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타이틀 3차 방어전을 앞둔 탈북 복서 최현미(20.동부은성체육관)가 '이중고'와 싸우고 있다.
3차 방어전까지는 불과 20여 일밖에 남지 않았지만, 상대 선수에 대한 정보가 거의 없는데다 후원사마저 나서지 않고 있어 방어전 경비 마련에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복싱협회(WBA) 여자 페더급 챔피언인 최현미는 30일 수원 성균관대 자연과학캠퍼스 실내체육관에서 클로디아 로페스(31.아르헨티나)와 방어전을 갖는다.
문제는 최현미 측이 아직 상대 선수의 경기 스타일이나 영상 등에 대한 자료를 얻지 못했다는 사실이다. 로페스는 14승(3KO)4패를 올린 왼손잡이 복서라는 점 외에는 알려지지 않은 상태다.
최현미의 매니저를 맡은 윤승호 교수(성균관대 스포츠과학부)는 "최소한 경기 한 달 정도 전까지는 상대 선수에 대한 정보를 확보해야 하는데 답답하다"며 "상대 선수가 왼손잡이라는 사실도 불과 며칠 전에 알게 됐다. 왼손잡이와 상대하려면 훈련 방식 등을 이에 맞춰 바꿔야 하는데 시간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이어 "이 때문에 최 선수가 심리적으로 큰 부담을 느끼고 있다. 반면 상대 선수는 최 선수의 경기 동영상을 인터넷에서 쉽게 구할 수 있어서 여건이 불리하다"며 "경기를 주선한 매치메이커에게 상대 선수에 대한 정보를 알려달라고 계속 요청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경기 경비를 후원할 회사를 찾지 못한 점도 '악재'다.
올 초 MBC TV 오락프로그램 '무한도전'에 최현미의 사연이 소개돼 큰 화제를 모았지만 정작 발 벗고 나서서 돕겠다는 이는 나서지 않고 있다. 3차 방어전 경비는 1억원 이상 들 것으로 보인다.
아내 김미화 씨와 함께 2차 방어전 경비 대부분을 책임졌던 윤 교수는 "'무한도전'이 방송되고 나서 수십 군데의 회사에 후원 요청을 했지만 모두 거절당했다"며 "이번에도 후원사가 나서지 않는다면 성균관대의 도움을 받고 사재를 털어서 경비를 마련해야 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윤 교수는 "최고의 기량을 갖춘 선수가 권투 하나만 믿고 젊음을 불태우고 있는데 현실이 외면하는 것 같아서 안타깝다"고 밝혔다.
최현미의 아버지인 최영춘 씨도 "언제까지 윤 교수님 내외의 주머니를 털어서 경기할 수는 없다"면서 "이런 상황이 계속된다면 한국에서 계속 선수로 뛰기는 어려울 것 같다. 6월께 미국 에이전트를 만날 예정인데 미국에 이민을 가서 그곳에서 선수생활을 계속하는 것을 심각하게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작년 11월 2차 방어전에 성공하고 5개월 만에 링에 오르는 최현미는 아침 10㎞ 달리기로 하루 훈련을 시작하고 있다. 매일 감량해야 할 체중 목표치를 정하고 종일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평양에서 태어나 2004년 7월 한국에 온 최현미는 2008년 10월 WBA 챔피언결정전에서 쉬춘옌(중국)을 심판 전원일치 판정으로 꺾고 챔피언 벨트를 획득했다. 2009년 5월에는 김효민(27)과 1차 방어전에서 무승부를 거둬 타이틀을 지켰다.
정통파 스타일인 최현미는 통산 전적 3승(1KO)1무를 작성하고 있다. 최근 불거지고 있는 여러 어려움을 딛고 3차 방어전에 성공할지 관심이 집중된다.
탈북 복서 최현미 '이중고를 이겨라'
입력 2010-04-08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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