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일보=김영준기자]요즘 웰빙이 화두다. 제철에 난 음식은 가장 좋은 음식이다. 건강한 먹을거리로 각종 유기 농·축산물이 부각되지만, 유기농이라고 해서한겨울 딸기가 좋은 음식일 순 없다. 제철에 자연의 기운을 먹고, 주변과 어우러져 자란 것일수록 제대로 된 생명력을 발산하는 것이다. 이같은 생명력은 우리 몸속에 흡수될 때, 그 맛과 함께 건강도 배가시킨다. '제철 음식은 최고의 보약'인 것. 지난 3월 폭설과 꽃샘 추위로 봄이 왔지만

봄이 아니라고 했다. 하지만 세월의 흐름은 비켜갈 수 없다. 남녘의 산천은 이미 꽃으로 뒤덮였다. 완연한 봄을 맞아 제철 음식으로 미각을 자극하고 건강까지 챙겨보자.

도다리-쑥국 시원한 조합 집나간 입맛도 돌아와

# 도다리


'봄 도다리, 가을 전어'.

제철 음식을 지칭하는 대표격 생선들이다. 남해안에선 요즘 도다리 잡이가 한창이다.

경남 통영과 전남 여수의 작은 낚싯배들은 도다리 잡이에 여념이 없다. 이곳 청정해역에서 잡히는 도다리는 탄력과 맛이 좋아 최상품으로 꼽힌다.

특히 요즘 도다리는 살이 탱글탱글 올라있어 미식가의 식감을 자극한다.

이맘때 이곳에선 싱싱한 도다리 쑥국을 최고의 별미로 꼽는다. 된장을 풀고 싱싱한 도다리와 갓 뜯은 쑥을 넣어 끓여낸 것으로 '봄 도다리'와 '봄 쑥'이 어우러져 환상의 조합을 이룬다.

도다리 쑥국의 맛내는 비결은 단순하다. 그저 제철 식재료를 쓰는 정도다.

야들야들한 도다리 살과 향긋한 쑥 내음이 풀풀 나는 시원한 국물은 돌아선 입맛을 단번에 되돌린다.

통영과 거제 시내엔 도다리 쑥국을 맛볼 수 있는 음식점이 여럿 있다. 대전~통영간 고속도로를 이용하면 수도권에서도 한달음에 남해안까지 다다를 수 있다.

알 꽉차 최고로 고소한 주꾸미 충남에선 축제 한창

# 주꾸미

'봄철 주꾸미'도 빼놓으면 섭섭하다.

'봄 주꾸미, 가을 낙지'도 이미 공식화된 지 오래다.

여성들에게 다이어트 음식으로, 남성들에겐 스태미너 음식으로 사랑받는 주꾸미는 문어과에 속하는 연체동물로, 1년 중 이맘때 알이 꽉 차 올라 최고의 맛을 자랑한다.

폭설과 봄의 이상기온으로 수온이 낮아져 예년에 비해 어획량이 줄어들어 주꾸미 가격이 40% 가량 올라 다소 비싼 몸이 됐지만, 제철에 맛보는 특유의 고소함은 많은 사람들의 입맛을 돋우고 있다.

서해안 갯벌에서 잡히는 주꾸미는 충남과 경기·인천 해안에서 맛볼 수 있다.

특히 요즘 충남 지역에선 주꾸미축제가 한창이다.

주꾸미 축제는 신비의 바닷길로 유명한 보령 무창포해수욕장에서 오는 11일까지 열리며, 태안 몽산포항에선 오는 17일까지 펼쳐진다.

두 곳의 축제 모두 주꾸미 잡기와 시식회 등의 이벤트가 마련돼 있다.

달래·두릅·머위… 입안가득 자연의 향취

# 나물

꽁꽁 언 한겨울의 추위를 뚫고 피어난 꽃이나 풀들은 땅의 기운을 받아 이맘때 먹는 나물은 사람의 몸에 매우 이롭다.

땅에서 만물의 기운을 받고 머리를 내민 달래·냉이·씀바귀·두릅·쑥·참취·곰취·머위·돌나물 등은 몸의 감각을 일깨운다.

파릇파릇 사각사각 아삭아삭 새콤달콤 등 봄나물을 표현하는 말들은 그 자체로 입에 침이 고인다.

봄 나물들과 밥, 된장, 고추장, 간장, 김치 등이 어우러진 봄의 밥상은 자연 그대로의 맛과 향취를 느낄 수 있게 한다.

무칠 것은 무치고, 삶을 것은 삶고, 볶을 것은 볶아서 제철 재료 그 자체의 맛을 살리는 것이 나물 반찬의 특징이다.

겨우내 웅크리고 있던 우리의 몸을 향긋하고 생명력 넘치는 봄 나물로 돋워보자.

싱싱한 멸치로 칼칼한 무침회 '밥한그릇 뚝딱'

# 멸치

봄 멸치는 조선시대 임금에게 진상했을 정도로 맛이 좋은 생선으로 꼽힌다.

봄철에 통통하게 살이 오른 갓 잡은 멸치는 반짝거리며 윤기나는 은빛 몸통에 동그랗고 깨끗한 눈을 하고 있다.

멸치(蔑致), 멸어(滅魚), 수어(水魚)라는 이 생선의 이름 중 멸치와 멸어는 '물 밖으로 나오면 금방 죽는다'는 뜻의 이름이고 수어는 물에서 나는 물고기의 대명사라 붙은 이름이다.

멸치는 젓갈을 담그는 게 보통이지만 이맘때 나는 싱싱한 멸치는 무침회로 즐긴다. 머리, 내장, 뼈를 제거하고 갖가지 봄 채소와 고추장·식초 등 양념을 넣고 칼칼하게 버무려 먹는다. 여기에 밥 한 공기를 비벼 먹는 것도 별미다.

생멸치에 소금을 뿌려 석쇠에 굽거나 얼큰하게 매운탕을 끓여 먹기도 한다.

오는 16일부터 18일까지 대표적 멸치항인 부산 기장군 대변항에서 열리는 기장멸치축제는 이 같은 제철 멸치 요리를 선보인다.
황사철 귀하신 삼겹살 비타민B1 피로회복 도움

# 돼지 삼겹살

'봄 삼겹살?'

앞서 살펴본 세 음식과 달리 의구심부터 일 듯하다.

딱히 제철 음식은 아니지만, 이 시기에 먹는 삼겹살은 우리 몸에 건강을 불어넣는다.

봄과 함께 찾아오는 불청객 '황사'는 우리의 심신을 답답하게 만든다.

황사바람이 불 때면 먼지를 털어낼 수 있는 건강 메뉴로 삼겹살이 제격이다.

돼지고기가 몸에 남아있는 노폐물을 몸 밖으로 배출시키는 역할은 물론, 중금속 해독작용도 있어 피로를 말끔히 씻어준다고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코나 입안을 통해 들어온 모래바람을 빼내는 데도 효과적이다.

비타민F가 함유돼 뇌의 활동을 촉진시키고 풍부한 비타민B1은 피로회복에도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