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준구 (논설위원)
[경인일보=]6월 2일 치러질 교육감 선거를 앞두고 보수와 진보 진영을 중심으로 후보 단일화를 위한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지난 선거에서 낙선한 김진춘 전 교육감이 최근 구충회 강인수 최운용씨 등 출마를 저울질하던 보수성향 인사들과 함께 불출마를 선언하고 후보 단일화를 촉구했다. 지난 선거에 이어 또 다시 보수진영 후보가 난립한 상태로 선거를 치르는 것은 전교조와 좌파 세력의 지지를 받는 교육감을 재선시키는 결과를 초래한다는 것이다.

이들 보수 인사들의 위기의식은 보수 후보 난립으로는 여론조사 1위를 달리고 있는 김상곤(60) 교육감을 상대하기가 어렵다는 현실이 작용한 것이다. 특히 김 교육감은 진보진영의 사실상 단일후보로서 무상급식을 화두로 오히려 뉴스의 초점이 되고 있기에 더욱 그렇다. 급기야 지난달 23일 정진곤(59) 전 청와대 교육과학문화수석비서관이 예비후보로 전격 등록했다. 전북 출신이면서 한양대 교수를 지낸 정씨는 청와대와 한나라당의 사실상 지원을 받고 있다는 얘기가 나돌고 있다. 정 전 비서관도 "청와대 수석까지 지낸 제가 제 발로 걸어나오겠느냐"면서 이같은 사실을 비공식적으로 내비쳤고, 보수진영 예상후보들이 단일화를 촉구하며 순순히 물러난 이유로 분석된다.

이번 교육감 선거의 관전 포인트는 무엇보다도 진보 성향의 김상곤 교육감의 재선이냐, 아니면 보수 진영이 후보 단일화를 이뤄내 승리를 거머쥐느냐다. 더욱이 지난 선거에서는 1년 2개월 짜리의 교육감 단독선거로 인해 투표율이 13%대에 머물렀다. 그러나 올해는 양상이 다르다. 광역·기초단체장과 의회의원, 교육의원과 함께 동시 선거를 치르기에 투표율은 훨씬 높아질 전망이다. 그러기에 표의 향배도 가늠하기가 어려워진다. 보수 후보들이 단일화를 서두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게다가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6·2지방선거를 앞두고 정당과 특정 교육감 후보자와의 정책연대 추진을 금지키로 결정했다. 선관위는 정당과 교육감 후보간 정책연대를 현행법에 어긋나는 위법행위로 규정하고, 위반사례 적발시 고발키로 방침을 정한 것이다. 지난해 교육감 선거때만 해도 하늘색 점퍼와 노란색 점퍼가 난무했다. 현역 국회의원과 광역의원들이 교육감 후보와 함께 사실상의 선거운동에 나서기도 했다. 유권자들조차 교육감이 정당공천인지, 아닌지 헷갈리기는 마찬가지였다.

지난 2월26일 개정·공포된 지방교육자치법에 '당대표나 간부, 유급 사무직원은 교육감 후보자를 지지하거나 반대하는 등 선거에 관여할 수 없고, 교육감 후보자도 정당 지지·반대·추천을 받고 있음을 표방할 수 없다'고 명시돼 있다. 정당소속 지방선거 후보자도 특정 교육감 후보자 및 그 정책을 지지, 반대하거나 교육감 후보자와 정책연대를 추진해선 안 되도록 정했다. 정당을 상징하는 특정 색상 사용도 금지된다. 교육감 선거의 정치적 중립성을 수호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사정은 그렇지 않다. 얼마 전 한나라당 서울시당은 김영숙 전 덕성여중 교장을 서울시교육감 후보로 낙점했다는 말이 나돌면서 나머지 후보들이 반발하는가 하면 이에대해 선관위는 조사에 나섰다. 김상곤 교육감 역시 야당 국회의원들과 가까이 지내고, 대학 후배인 한나라당 김문수 경기지사와는 틈만 나면 설전을 벌인다. 그의 무상급식 예산은 경기도의회 다수당인 한나라당에 의해 늘 저지되고야 만다. 보수와 진보를 막론하고 정치권의 교육감 선거개입 정황이 여기저기서 나타난다.

지금과 같이 교육감 선거가 보수·진보 간 또는 각 정당 간 이념대결 구도로 확대된다면 곤란하다. 이는 헌법 제31조에서 규정하고 있는 교육의 자주성, 전문성, 정치적 중립성 등을 훼손하는 일이다.

개인의 정치적 성향과 노선이 없는 것은 아니겠지만 교육은 특히 정책으로 승부를 해야 한다. 그래서 지금보다 더욱 엄격한 선거규제가 필요하다. 정치와 이념논쟁에 휘둘리며 정치적 중립성이 보장되지 않는 교육감 선거라면 차라리 교육자치를 포기하는 것이 낫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