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동욱 (한국은행 경기본부장)
[경인일보=]'저축만이 살 길이다'. 필자를 비롯한 중년층 이상의 사람들 귀에 익숙한 이 말은 과거 우리나라 정부가 투자자본 확보를 위해 국민들에게 내세웠던 저축장려구호이다. 그러다가 어느 정도 자본 축적이 이루어진 가운데 시장개방과 함께 외국의 투자자본이 대거 밀려들어오면서부터, 안정적 경제성장을 위해서는 국내총생산(GDP)의 절반을 차지하는 민간소비의 비중을 보다 높여야 한다는 인식하에 '소비가 미덕이다'라는 말이 그 자리를 대신하게 되었다.

이에 맞추어 금융기관은 개인대출을 중심으로 한 '소비자금융'에 초점을 두었으며, 많은 개인들은 은행에서 돈을 빌려 주택을 구입하고 소비를 하기 시작하였다. 그 결과 나타난 것이 부동산가격 급등과 소위 '카드대란'이다.

이의 후유증으로 소비는 2003년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하는 등 계속 부진한 모습을 보이면서 2005년께까지 한동안 우리경제 성장의 발목을 잡았는데, 다행히도 당시에는 미국, 중국 등 주요국의 경제여건이 양호한 편이어서 수출호조가 소비부진을 상쇄시킴에 따라 어느 정도 경제성장을 달성할 수 있었다.

그런데 2008년 이후 소비증가율이 다시 부진해지면서 2008년 1.3% 성장에 이어 지난해에는 0.2%로 크게 낮아졌다. 최근의 이와 같은 소비부진은 과거와 달리 여러 가지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우선 글로벌 금융위기 발생으로 세계경제가 동반 침체됨에 따라, 우리나라 고용시장에서도 2008년 4/4분기 이후 취업자수가 감소세로 전환되고 고용률이 낮아졌으며 실질임금이 하락하는 등 소득 여건이 악화되었다.

이러한 가운데서도 가계대출은 지속적으로 증가하여 초저금리에도 불구하고 가계의 원리금 상환 부담이 늘어났는데, 지난해말 전국 가구당 부채규모는 사상 최대치인 평균 4천337만원으로 추산되며 특히 경기지역의 경우 이보다 800만원 가량 더 많은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또한 해외여행 및 유학의 급증에 기인한 해외소비의 증가도 국내 소비를 제약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와 같은 요인들에 의한 소비부진은 GDP중 민간소비의 비중을 오히려 떨어트림에 따라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국제경제가 불안정한 작금의 상황하에서 국내 경제성장의 대외의존도를 더욱 높이는 결과를 초래하였다.

올해 우리 경제는 세계경제의 회복세에 힘입어 5%대의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그러나 미국, EU 등 주요 선진국들의 경제회복에는 PIGS(포르투갈, 이탈리아, 그리스, 스페인)라 불리는 남유럽국가들의 재정위기, 위안화 절상 및 미국의 부동산시장 침체 지속 등의 불안요인이 상존하는 만큼, 우리 경제가 이러한 세계경제의 불안요인이 현재화되더라도 전망치대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탄탄한 국내 소비기반 확충이 절실하다고 생각된다.

다행스럽게도 최근 소비자심리지수가 호전되는 추세를 나타내고 있으며, 최근 수원상공회의소의 '수원지역 소매유통업 경기전망조사'에서도 대형소매점을 중심으로 지역 유통업계의 경기호전이 전망되어 소비회복에 청신호를 밝혀주고 있다.

이에 맞추어 본격적인 소비 활성화를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소비기반 확충 방안을 지속적으로 강구해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우선 소득여건 개선을 위해, 신성장 동력산업 육성을 통한 양질의 신규 일자리 창출과 동시에 고용 중개·알선 및 재취업 교육 강화 등을 통한 고용증대를 도모해야 한다.

아울러 가계는 각각의 부의 정도나 소득 여건별로 최근 품질향상이 크게 이루어진 국내 재화나 서비스 구매에 힘쓰는 한편, 가계부채는 상환능력 범위내에서 리스크관리를 강화함으로써 부채가 현재나 미래의 소비생활을 저해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경기지역은 지역내 관광자원 개발과 병행하여 의료·교육 부문 등 상대적으로 취약한 서비스업의 경쟁력을 강화함과 아울러, 오락·운동·레저산업을 육성하여 수도권 및 중국, 일본 등의 관광·여행 수요를 흡수함으로써 지역내 소비활성화를 도모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