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창진 (신부)
[경인일보=]질투란 자기는 갖지 못했는데 남은 갖고 있는 재능이나 능력들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지 않고 비하시키려고 애쓰는 부덕을 말한다. 예컨대 이웃이 땅을 사면 기뻐해주고 축하해 주어야 하는데 배가 아프다는 우리 속담에서도 잘 드러나듯이 남의 기쁨이나 축복을 겉으로는 축하하지만 속으로는 억울해하는 좋지 못한 심리이다. 부덕하다고는 하지만 실제로 인간인 이상은 이 부덕을 안 범하는 사람은 아마도 없을 것이다.

무릇 인간이라면 사는 일 자체가 번뇌라 아니할 수 없다. 그 번뇌를 불가에서는 세심하게 살펴 108가지라 하지 않았던가! 질투는 인간 번뇌의 주요한 주범이라고 생각 한다. 이 질투라는 속스러운 기운이 우리 안에 언제든지 도사리고 있어서 이 질투를 잘 다스리면 그 만큼 마음의 평화를 간직할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필자는 언제부턴가 질투를 다스리는 법을 체득하게 되었다. 주소록 파일을 열어서 내가 알고 있는 지인들을 하나하나 떠올리면서 체크를 해 보았다. 이 사람이 정말 일이 잘 풀려서 내가 잘 된 것처럼 기쁘다고 생각하면 'O' 아니면 'X' 중간 정도면 '#' 표시를 해 보았다. 오히려 관계가 먼 사람들은 중간이 많이 나왔다. 그러나 정말 친한 그룹에서는 부끄럽게도 거의 'O' 표시를 할 수 없었다. 내가 봐도 한심한 노릇이지만 어쩔 수 없는 현실인 것을 어떻게 하겠는가. 사랑하는 일이 쉽지 않다는 것을 다시 한번 실감했다. 질투의 반대말은 사랑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주소록 파일에서 더도 말고 두 사람을 택해서 사랑의 대상 목표로 삼았다. 한 해에 이 두 분을 마음으로부터 사랑하여 그가 잘 되면 내가 잘 된 것처럼 기뻐할 수 있도록 하자고 결심했다. 그래야 그 만큼 내 사랑이 커지는 것이 아니겠는가. 그래서 이메일도 그 사람들에게 자주 보내고 일부러 식사 약속도 하면서 사랑하려고 애를 썼다. 매일 아침기도 지향도 그 두 분을 위해 두었다. 내 사랑이 전해져서 였을까! 그 두 사람들도 내게 무척이나 다정하게 바뀌었다. 이렇게 해서 매해 두 명씩 필자의 사랑 다이어리에 'O'가 늘어나기 시작했고 그 만큼 내 마음은 평화로워졌다. 질투도 사랑으로 다스리면 다스려지는 것이다. 수행이라는 것이 무엇인가! 수행은 바로 내 앞에 있는 이 사람을 사랑하는 것이 아닐까. 우리의 주소록을 열어 보고 각자 질투의 성적표를 체크해 보자. 아마도 우리 모두가 가까이 있는 사람들을 얼마나 이기적으로 사랑하고 있는지를 발견할 수 있게 될 것이다. 겉으로는 엄청 친하고 잘 지내는 친구같아도 속내를 알고 보면 질투의 화신이 엄연히 존재하고 있다. 어떤 사람은 친형제에게도 'O'표를 못주는 사람이 있다. 기껏해야 배우자 혹은 자녀 외에는 그 어떤 사람에게도 'O'표를 주지 못하는 사람이 있다. 심지어는 배우자에게도 못주는 사람이 있다고 들었다. 이런 사람들은 동료를 인정 못하고 자기 안에 빠져 매일 속앓이를 하고 살아야할 것이다. 주위 사람들과 항상 부딪치고 싸우고 반목하고 살아야할 것이다. 얼마나 괴로운 인생인가! 이 세상에서 단 한 사람이라도 제대로 사랑할 수 있다면 그 사람은 사는 기쁨을 아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내 인생에 'O'가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나는 그만큼 행복한 사람인 것이다.

살면서 내 주위의 사람들이 얼마나 고귀한 사람들인가! 나의 이웃이 없이는 내가 없는 것이다. 사랑받고 싶다면 사랑해야 한다. 사람들은 사랑하는 일이 너무 힘들다고 한다. 그러나 사랑은 이 세상에서 제일 쉬운 일이라고 생각한다. 왜냐면 마음만 먹으면 할 수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어렵다고만 생각하지 말고 더 적극적으로 사랑의 다이어리를 만들자. 돈 벌기 위해서 인간관계를 유지하는 다이어리만 열심히 정리하지 말고 사랑하기 위한 다이어리를 만들고 사랑하기 위한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고 실천하자. 한 해 한 해 나의 사랑의 다이어리에 'O'표를 늘리는 기쁨을 만끽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