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장훈과 싸이가 합동공연 '완타치'로 전국을 돌며 이뤄낸 성과는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11월부터 이달까지 총 18개 도시 중 15개 지역을 돌며 14만 명의 관객을 동원했고, 이중 서울 공연은 인터파크 창사 이래 단일 공연 사상 최대 매출을 기록했다.

   전국적인 지지에 힘입어 두 사람은 더 큰 무대로 나선다. 홍천(23일), 천안(내달 1일) 공연까지 끝내고는 '완타치'의 대미를 내달 15일 7만명 규모의 서울 잠실 올림픽주경기장에서 개최하는 것이다.

   최근 서울 청담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김장훈은 마치 공연제작팀과 회의하듯 새 무대에 대한 구상을 상세하게 털어놓았다. 공연장 규모가 확대된 만큼 제작비가 35억-40억원이 투입되는 새로운 공연을 꾸리는 것이라고 했다.

   "무대의 총 길이가 100m이고, 가수가 서는 공간만 27m나 돼요. 야외에서 21m 이상 무대를 세우려면 튼튼한 스틸 트러스가 필요한데 국내에는 알루미늄 트러스밖에 없어 해외에서 몇억을 주고 대여해야 하죠. 저는 알루미늄 트러스를 쓰되 다리 건축 공법인 사장교 공법을 응용해 튼튼하게 만들려고요. 주경기장은 골바람이 강하니 안전진단팀도 꾸릴거고요."

   무대에 올라 노래만 불러도 될 가수임에도 그는 공연 인터뷰를 할 때면 마치 과학자, 건축가처럼 전문용어를 짚어가며 설명에 열의를 보인다. 지금껏 자신의 공연에서 카이스트 오준호 박사와 손잡고 인간형 로봇 '휴보'를 무대에 세웠고, 원반 무대 등을 개발해 선보인 그답다.

   이번에 내놓을 비장의 카드는 독일에서 수입한 장비인 '워터 스크린'이다. 2008년 서해안 페스티벌 당시 무대에서 쓰러지면서 선보이지 못한 것을 이번에 써먹게 됐다.

   "주경기장의 그라운드석 중간을 둘로 나누면서 물로 된 막이 쳐질 겁니다. 그 막 사이로 저와 싸이가 갈라져 노래하게 되죠. 물 막에 각자 활동해 온 과정이 영상으로 맺힐겁니다. LED 영상에서 선보이기는 다소 쑥스러운 장면들로, 제가 서해안에서 기름때를 닦고, 싸이가 군 복무하는 모습이 나올겁니다. 하하."

   그러나 그는 장비는 누구나 만들 수 있다며 가장 중요한 것은 감동과 웃음을 선사할 연출의 힘이라고 했다. 오프닝부터 공연의 말미인 앙코르처럼 분위기를 띄우고 '센' 선배 가수들, 그간 '완타치' 투어에서 패러디했던 걸그룹을 초대해 축제로 꾸밀 예정이다.

   무엇보다 장관을 이룰 연출의 하이라이트는 공연 중 관중 속으로 가수가 다이빙하는 '크라우드 서핑(Crowd surfing)'이다.

   그는 "나와 싸이가 2m70㎝ 크기의 풍선으로 된 우주선을 각각 탄다"며 "그라운드석 길이가 80m인데 사람들이 양쪽에서 동시에 두개의 우주선을 손으로 옮겨주는 것이다. 지난 진주 공연 때 미리 실험해봤는데 분위기가 정말 좋더라. 최장 길이 크라우드 서핑으로 기네스북 등재에도 도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라운드석을 좌석 대신 스탠딩으로 만들어 총 7만 관객을 모아야 하는 만큼 부담도 클 터. 그는 이번 공연의 모토는 '티켓 가격은 가장 싸게, 공연 내용은 사상 최대'라고 했다.

   그는 "연말 공연이 아니니 걱정도 되지만 나와 싸이는 충성도 높은 마니아보다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전국투어를 했다"며 "관객들의 부담을 낮추고자 티켓 가격도 4만4천-9만9천원으로 낮췄다. 학생은 50% 할인도 된다"고 웃었다.

이러한 부담을 안고 주경기장 공연을 감행하는 이유도 궁금했다. 주경기장이 최고 가수를 상징하는 '꿈의 무대'이기 때문은 아닐까.

   "2000년 12월24일 10년간 꿈꾸던 1만석 규모의 체조경기장을 채우고는 허탈했어요. 제가 '그곳을 꽉 채우면 얼마나 행복할까' 생각했는데 소극장 몇백명을 채웠을 때와 크게 다를 바가 없더군요. 관객의 규모, 숫자가 최고의 가수를 뜻하는 게 아니란 걸 깨달았죠. 그래서 다시 소극장, 행사 무대에 죽을 힘을 다했어요."

   그는 "얼마 전 부산의 백화점 행사 때 김현식의 노래 '내 사랑 내 곁에'를 부르며 울었다"며 "눈을 뜨니 객석의 아줌마들이 울고 있더라. 나도 모르게 '감사하고 사랑한다'고 말했다. 돈 생각하지 않고 행사장에서 열심히 발품을 판 게 관객들을 모은 원동력이 된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어 그는 공연에 대한 자신의 열정이 평가절하되는데 대한 서운함도 토로했다.

   "서운하다기보다 두렵죠. 이제 해외 가수의 공연 DVD, 해외 대작 뮤지컬을 많이 본 관객들의 눈높이가 높아졌거든요. 장비 등에서 우린 공연 인프라가 너무 열악해요. 서구 열강의 침입처럼 해외 문화 콘텐츠가 유입될 때 우리 것이 이겨낼 수 있을까 걱정되요."

   이번 공연을 마치면 그는 싸이와 함께 발표한 월드컵 응원가로 활동하며 6월을 보낸다. 가을에는 발라드로만 된 정규 음반을 계획 중이다.

   "월드컵 때 격한 곡으로 활동할테니, 제 음반은 어쿠스틱한 발라드로 채우고 싶어요. 수록곡 10곡이 좋은 발라드로만 된 일관성 있는 음반을 내려고요. 음반 판매량에 대한 욕심보다 올해는 히트곡 한곡을 꼭 내고 싶습니다." ☎ 1544-15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