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중 압권은 제2 미소금융이라 불리는 대규모 서민금융활성화대책이다. 정부와 서민금융기관들이 각각 1조원씩 마련해서 지역신용보증재단에 출연해서 향후 5년간 약 200만명의 서민들에게 총 10조원을 대출해줄 예정이다. 6등급이하 저신용자와 차상위계층의 자영업자, 근로자, 농어업인 등에 긴급생계자금은 500만원, 사업자금은 5천만원까지 연 10%대의 금리로 대출해주기로 했다. 지역신용보증재단들이 지급보증을 서는 터에 신협·새마을금고·농수협·산림조합·저축은행 등에 저신용자 대출을 의무화하는 한편 금융감독위원회가 주기적으로 체크할 예정이어서 실효성이 커 보인다. 정부는 이 대책 시행만으로 서민들의 금리부담이 향후 10년간 10조원가량 줄어들 것으로 추정했다.
경기가 회복중이라고는 하나 악성채무에 시달리는 저소득층이 여전히 많아 공적구제의 당위성은 충분하다. 6등급이하의 금융소외자들이 무려 800만명에 이른다. 근래 들어 은행권의 서민대출이 점증하는 추세이나 저신용자들에게는 대출문턱이 여전히 높을 뿐만 아니라 고리채(高利債) 해소도 절실하다. 또한 미소금융 등 무담보 소액대출이 창업자금 대출위주여서 이를 보완할 필요도 있었다. 낮은 조달 금리로 무장한 일본계 대부업체들이 서민대출시장에서의 지배력을 확대하고 있는 점도 간과할 수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문제도 만만치 않아 보인다. 시장 왜곡은 차치하고 '소문난 잔치'로 마무리될 개연성이 크다. 2008년 하반기부터 실시예정이었던 주택바우처제는 아직까지 3년째 표류중이고 금년 신학기부터 새로 시작한 취업후 대학생 학자금상환제(ICL) 실적은 당초 정부의 예상치에 크게 못미친 것으로 확인되었다. 또한 2009년 12월부터 시작한 미소금융사업은 시행 3개월 동안 581명에 41억원을 지원하는데 그쳤다. 이런 추세라면 10년간 25만 가구를 지원하겠다는 목표의 10분의 1에도 못미칠 전망이다. 10만명을 목표로 2009년 4월부터 추진한 프리워크아웃제도 금년 4월까지 겨우 7천171명에 그쳤다. 실속은 별로인 채 소리만 요란했던 것이다.
더욱 주목되는 것은 대출수요대비 서민금융자금 규모가 너무 과도해 보인다는 점이다. 2009년 9월 현재 1만5천여 등록대부업체들의 대출규모는 5조9천억원이다. 반면에 희망홀씨대출·미소금융·지역희망금융 등 각종 저신용자 금융지원자금에 제2 미소금융자금까지 합치면 서민금융 공급액은 약 15조원으로 대부업체 전체대출금의 무려 2.5배 이상이다. 그럼에도 금년 중에 별도로 60~80개의 미소금융지점들을 추가로 개설하려 하고 있다.
이래저래 채무자들의 도덕적 해이만 부채질하게 생겼다. 제2 미소금융의 고객층이 신용등급 6등급이하인 데다 이들에 대한 신용평가시스템도 극히 취약하다. 저신용자 대출관련 상담인력마저 턱없이 부족한 서민금융사들이 할당목표를 채우기 위해 대출을 서두를 경우 부실채권은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밖에 없는데 대출금의 80~85%를 지역신용보증재단들이 보증하도록 되어있다. 목하 자영업버블은 설상가상이다. 국가부채 누증은 고사하고 정부 스스로 배째라족을 양산하는 느낌이다. 어렵사리 조성된 마이크로 크레디트사업기반 붕괴에 대한 우려 또한 크다.
생기 잃은 서민들의 얼굴에서 미소를 확인할 수 있다면야 얼마나 좋겠는가. 지방선거를 목전에 둔 터여서 유권자들의 시선마저 곱지만은 않다. 과유불급이라 했다. 미소금융정책이 제2의 카드대란으로 비화하지 않도록 신중한 접근을 당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