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인조 밴드 뜨거운 감자(김C, 고범준)에게 음악은 늘 '뜨거운 감자'다.

   음악이 인스턴트처럼 소비되는 시장에서 '몸을 움츠려야할까', '새로운 길을 개척해야할까', 늘 갈림길에서 고민하기 때문이다.

   뜨거운 감자가 최근 발표한 새음반 '시소'는 과감히 후자를 선택한듯 보인다. 영화 음악이라는데 영화가 없다. 김C가 시나리오를 떠올렸고, 가상의 남녀 주인공과 장면에 녹아들 음악을 만들었다. 그래서 음반에 오리지널 사운드 트랙이 아닌, 이미지너리 사운드 트랙(Imaginary sound track)'이라는 신조어를 붙였다. 여기서 주체는 영상이 아닌 음악이다. 마치 음악이 각종 콘텐츠와 신종 기기의 부산물이 된 현실에 대한 반발같다.

   최근 인터뷰를 위해 만난 뜨거운 감자의 까칠하고 냉소적인 표정에서도 이같은 감정을 읽을 수 있었다.

   "지난 음반 내고서 음악시장에 회의를 느꼈어요. 하지만 디지털 싱글은 자존심 때문에 내기 싫었죠. 언니네이발관의 이석원 씨가 한 인터뷰에서 '음반을 내서 CD라는 매체가 줄어드는 시간을 지연시키고 싶다'는 말을 했는데, 저희도 한표를 던지고 싶어 음반을 고집했어요. 1년 전 용이 감독과 술자리에서 장난처럼 나눈 이 아이디어가 생각났고 현실에 옮기게 됐죠."(김C)
이 프로젝트의 목표는 '영화만 빼고 다해보자'였다.

   남녀의 이야기로 시나리오를 썼고, 인간관계의 감정은 시소처럼 수평이 되지 않는다는 카피를 정했다. 시나리오 단계부터 남녀 주인공으로 배두나와 김태우를 떠올렸고 직접 캐스팅해 용이 감독의 연출로 15분짜리 영화예고편을 찍은 뒤 시사회도 열었다.

   김C가 여자 테마곡, 고범준이 남자 테마곡 등 5곡의 노래와 5곡의 연주곡을 만들었다. 스토리에 맞게 가사도 붙였다.

   두 멤버는 "음악을 들으며 각자 시나리오를 창작하고 영화를 찍을 수 있다"며 "우린 드문드문 돌멩이를 놓았고 나머지 퍼즐은 각자의 사고에 맡길 것이다. 낭만적이지 않나. 사람들의 상상력을 제한하고 싶지 않아 우리의 시나리오는 공개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첫 트랙의 메인 테마곡은 3박자의 첼로 연주로 슬픈 결말이 감지된다. 처음 만난 설렘의 감정('진취적인 그녀'), 주인공의 떨리는 고백('고백'), 이별을 앞둔 슬픔('빈방'), 인간 관계에 대한 관조('시소')는 각각 스트링과 기타, 드럼 사운드를 조절해 표현했다.

   오르골 연주로 완성된 마지막 트랙 '패싱 오버 더 레인보우(Passing Over The Rainbow)'는 여운을 남긴다.

   "제가 만든 시나리오에서는 여자가 삶을 끝내요. 일본에서 사온 오르골이 그 느낌을 잘 살릴 것 같았죠. 밤을 새서 음 하나하나를 펀치로 뚫어 오르골을 돌려보니 악보대로 연주가 되더군요. 이 곡의 마지막은 숨이 넘어가는 듯한 느낌이 들어요. 비극적인 결말이죠."(김C)

   두 멤버는 이번 작업을 통해 뜨거운 감자로는 해소하지 못한 음악의 갈증을 해소했다고 했다.

   고범준은 "록음악을 하다보면 피아노 소품집처럼 조용한 음악도 만들고 싶다"며 "개인적인 성향을 드러낼 수 있었고, 다양한 음악을 하는 밴드라는 걸 보여주는 계기가 됐다. 다시 뜨거운 감자 음반에 전념할 있을 것 같다"고 했다.

   그러나 김C는 프로젝트의 끝이 영화로 태어나길 희망했다.

   "음악에서 출발해 영화로 완성된다면 바랄 게 없죠. 영화 연출에 대한 꿈도 있고요. 제작비 절감을 위해 이번 영화예고편도 HD영상 촬영이 가능한 캐논 카메라로 찍었는데, 영상미에 대한 욕심만 안부리면 우리 둘이서도 찍을 수 있겠더군요. 하하."

   뜨거운 감자는 내달 15일 이화여자대학교 삼성홀에서 '시소' 발매 기념 콘서트를 개최한다.

   "우리는 조그만 공연장을 채우는 수준"이라는 두 멤버는 "우리는 상업적인 밴드지만 음반으로 수익을 낸 적도 없다. '업 다운' 없이 그래프가 천천히 상승하는 팀이다. 우리 같은 사람들이 유지되는 장치가 필요하다. 서로 다른 음악 시장이 함께 성장하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