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진택 (인천시 자치행정국장)
[경인일보=]몇주전 토요일 오전, 가벼운 마음과 복장으로 인천가족공원을 찾았다. 인천가족공원은 예전에 흔히 부평공동묘지라고 불리던 곳이다. 시간이 흘러 한때 고생하면서 업무를 맡았던 것을 까맣게 잊고 있었는데 담당과장의 배려로 봉안당 건물 준공을 기념하는 식수 행사에 초청되었다.

공원 이곳저곳을 둘러보는 동안 불현듯 지난 일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갔다. 약 8년 전 담당 업무를 맡고 처음으로 부평공설묘지 현장을 방문한 날, 때마침 비가 부슬부슬 내리고 있었다. 약 165만2천892㎡ 땅에는 더 이상 묘지가 들어설 공간도 없었고, 관리를 맡았던 민간위탁업체의 부도로 시설물 관리상태는 엉망이었으며 돌보지 못한 무연고 분묘로 인해 공동묘지의 분위기는 을씨년스러웠다.

이제 인천가족공원은 공동묘지의 흔적을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아름다운 가족공원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마치 현대미술관처럼 모던하고 아름답게 지어진 납골당과 그 옆을 흘러가는 약 2㎞의 생태하천과 맑은 연못은 마치 한적한 교외의 공원 모습을 그려낸다. 지금 한창 진행 중인 생태하천 복원공사가 올해 상반기에 준공되면 일년 내내 물고기가 노닐고 가재도 잡을 수 있는 어린이들의 놀이공간이자 가족쉼터로 변신할 것이다. 관리하기 어려웠던 무연고 묘지나 7부 능선 위치에 있던 묘지들은 새롭게 건설되는 납골당으로 유치하게 된다. 주변에는 테마별 나무숲을 조성하고 등산로와 산책로를 만들어 시민들이 언제든지 쉽게 조상을 찾아 추모하면서 가족과 쉴 수 있게 돼 이곳은 휴식과 여가생활, 자연학습이 가능한 가족테마공원으로 재탄생할 것이다.

묘지 문제 해결은 이미 모든 지자체의 우선 정책이 된지 오래다. 매장 위주의 장묘문화는 한계점에 다다른지 오래다. 인천시도 이 문제에서는 자유로울 수 없었다. 인천시는 고심 끝에 여기에 2015년까지 약 1천146억원의 예산을 투입하기로 결단을 내렸다. 처음에는 '죽은 땅'에 막대한 예산을 붓는다는 비판도 따랐다. 하지만 납골당이 건립되고 수목장이 조성됨으로써 인천은 향후 50년간 묘지 걱정을 덜게 되었을 뿐 아니라 수십만 ㎡의 묘지가 '살아있는' 공원으로 재탄생하면서 시민들에게 경제적으로 환산할 수 없는 무형의 자산을 안겨 주게 되었다.

골머리를 앓고 있는 타 시도에서도 장기적인 안목으로 초기 투자비에 비해 극대화된 효과를 보고 있는 인천시의 성공사례를 벤치마킹하는 것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 묘지공원의 가족공원 또는 문화공간으로의 변신은 세계적인 추세다.

봄, 여름, 가을, 겨울 계절에 따라 순환하는 자연에서 죽음은 종말이 아니다. 자연과 하나가 된 또 다른 생명의 시작이다. 지역의 혐오시설로만 인식되었던 묘지공원이 인간의 삶과 죽음이 함께하는 생활공간이 되어, 이 시대를 살아가는 이들에게 좋은 의미의 '죽음'에 대해 생각할 수 있고 아이들에게도 훌륭한 교육장소로 활용될 것이다.

가족들의 소풍 장소로 혹은 연인들의 데이트 코스로 손색이 없는 인천가족공원에는 요즘 개나리와 진달래를 비롯해 야생화가 흐드러지게 피고 있다. 이번 놀토에 사람에 치이고 차에 밀려 고생하지 말고 온 가족이 봄꽃이 만개한 인천가족공원으로 도시락을 싸들고 피크닉 가보는 건 어떨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