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초동 가람 언어전문학원 원장
현 강남구청 인터넷 수능 방송 강사
현 비타에듀 인터넷 방송 강사
현 강남 메가스터디 학원
현 압구정 정보 학원
요즘 서울시 대중교통관련 시설 곳곳에 시(詩)가 보인다. 지하철 스크린도어, 버스와 택시 정류장 등에 부착된 문화 편의시설 덕분이다. ‘빨리빨리’의 터전이 이 시 작품들로 인해 조금은 넉넉한 기다림의 공간으로 탈바꿈되었음을 느낀다. 좋은 시도이다. 그러나 우리 주변에서 시는 여전히 부재하다.
언제부턴가 시는 독자들의 마음을 울리지 못했다. 시의 문제라기 보단 읽히지 않음이 문제이다. 서점 서가에서 시집들의 자리는 위태로워졌고, 베스트셀러 목록에서 시집을 찾아보기 녹록치 않아졌다. 일명 ‘시 위기의 시대’이다.
언어영역 수능문제를 푸는 어린 학생들에게도 시 문학이 멀게 느껴지긴 마찬가지인 듯싶다. 당당하게 문제를 풀어나가던 학생이 시 문학 문제 앞에서 안색이 어두워지곤 한다. 왜 우리는 시와 멀어지게 되었을까.
대부분의 사람들이 시를 어렵다고 느낀다. 시의 언어가 가진 다중적 의미를 추상적이고 애매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시는 독자에게 문장이나 구절을 글자 뜻 그대로 해석하기 보다는 정서적·감정적 의미를 해석해내길 요한다. 요컨대, 직해(直解)보다는 연상력(聯想力)이 필요하다.
시는 추상적이다는 이러한 편견은 우리의 생활 양상과도 연관된다. 생각의 속도만큼 빠르게 의사를 전달하고 싶어하는 요즘 사람들에게, 이를 위해 맞춤법마저 변형과 생략을 감행하는 이 시대에, 시는 몸에는 좋지만 노력을 요하는 슬로우 푸드(Slow Food)와 같은 문학이다. 하지만 이러한 연상의 단계를 거치면 시는 그 어떤 말보다 구체적이다. 그 어떤 장르와 도구보다도 의미 전달력이 강력하다.
우리말에는 의의는 있지만 지시대상이 없는 단어들이 많다. 가령, ‘사랑해’란 말이 그렇다. ‘열렬히 좋아하는 마음, 소중히 여기는 마음’ 등의 사전적 설명은 말의 깊이를 반영하지 못한다. 구체적인 대상 없는 언어의 진정한 의미는 시적 긴장감 안에서 비로소 구체적으로 표현된다.
김소월의 시를 보자.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말없이 고이 보내 드리오리다/ 영변(寧邊)에 약산(藥山) 진달래꽃/ 아름따다 가실 길에 뿌리오리다/ 가시는 걸음걸음 놓인 그 꽃을/ 사뿐히 즈려 밟고 가시옵소서”
김소월은 시에서 뭇사람들이 말하지 못한 ‘사랑’을 구체적으로 표현했다. 제 마음을 진달래꽃 송이송이에 담아 사랑하는 임이 떠나는 발걸음에 뿌림으로서, 사랑은 열렬히 좋아하는 마음을 인내와 희생으로 승화시키는 것이라 말한다. ‘말없이 고이 보내’겠다지만 실은 가시는 걸음걸음 두 눈 크게 뜨고 지켜보겠으니, 요즘 아이들의 노래처럼 ‘죽어도 못 보내’란 뜻이다. 혹은 개인적 체험을 바탕으로 한 감정적 의미를 살려 상대방의 안녕을 빌어주는 마음넓은 사랑일런지도 모른다.
시를 대할 때는 일상생활에서 일정하게 쓰이는 의미가 아닌 내포적, 감정적 의미를 즐겨야 한다. 내포적 의미란 즉, 마음 속에서 일어나는 각자의 개성적인 느낌이나 생각, 또는 정서적 연상에 기초를 둔 언어의 의미를 말한다. 언어의 힘은 바로 이 연상에 있다.
필요 이상 자세히 서술하는 타 장르보다, 자유로운 연상 속에 다양한 전달을 가능케 해 주는 시에는 용심(用心), 즉 정성스레 마음을 써 사물을 펴서 서술하고 감정을 토로할 수 있다. 자유로운 상상력 속에서 연상할 수 있다면 시에 담긴 최고로 구체적인 의미를 전달받을 수 있다.
인간은 완벽한 의사전달을 위해 갖가지 수단과 방법을 강구해왔다. 그 결과 뜻을 전달하기 위해 말 뿐만이 아닌 글, 그림 문자, 영상 등 여러 가지 방법을 만들어 냈지만, 구체적인 대상이 없는 말까지 표현 가능한 시야말로 인간의 마음을 전달하기 최고의 수단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