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일보=임승재·이현준·김민재기자]"어? ○○○씨가 후보로 나오는 거 아니었어요? 아, 공천을 못받았구나…."

26일 오후 인천 간석동에 위치한 한 시의원 예비후보자 선거사무실. 이 후보는 얼마 전 당내 경선에서 상대 후보에게 져 공천을 받지 못했다. 하지만 이 후보는 여전히 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상에 예비후보로 등록돼 있다. 사무실 건물 외벽에는 그의 얼굴이 큼지막하게 들어간 대형 현수막이 걸려있다.

직장인 심모(30·계양구 박촌동)씨는 "여기저기 현수막이 걸려 있는데 구청장 후보는 누구고, 시의원 후보는 누군지 도대체 알 수가 없다"며 "다음 기회를 위해 얼굴 알리기를 하는 모양인데 유권자들의 선거 무관심을 부추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6·2 지방선거 예비후보자들이 공천에서 탈락하고도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예비후보직 사퇴를 미루면서 유권자들을 혼란케 하고 있다.

26일 인천시선거관리위원회에 확인한 결과 인천지역 10개 선거구에서 시장, 교육감, 군수·구청장, 시의원, 군·구의원, 교육의원 등 예비후보 등록을 한 사람은 총 446명으로 이 가운데 35명만이 사퇴했다.

각 정당의 후보 공천작업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고 있지만 예비후보자 대부분이 공천을 받지 못해도 사퇴를 하지 않고 예비후보 신분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서구청장 경선에 참여했던 한 예비후보는 "공천 탈락자들이 사퇴하지 않거나 현수막을 떼지 않는 이유는 홍보의 목적이 크다"며 "자신이 선거에 출마했었다는 것을 알리기 위한 목적이 있다"고 말했다.

예비후보자들은 현행법상 공천에서 탈락해도 후보자 등록 마감시한(5월14일)까지 제한된 범위 내에서 선거사무실을 운영하고 현수막을 내걸 수 있다.

시선관위 관계자는 "사실상 법의 맹점을 이용하고 있는 것이다"며 "지난 2004년부터 도입된 '예비후보 등록제'는 각 정당의 공천 문제와는 별개로, 현재로서는 예비후보자들의 선거활동을 제한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나 "유권자들에게 정확한 선거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각 정당에 공천 탈락자들이 사퇴하고 현수막을 철거할 수 있도록 유도할 계획"이라며 "공천 확정자 명단을 확보해 홈페이지 상에 게재하는 방안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