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일보=박준철기자]지난 2월 인천지방중소기업청은 청년 일자리 창출을 위해 '채용박람회'를 열었다. 200명을 채용할 예정이었으나 현장에서 채용된 인원은 29명이다. 212명의 이력서를 받아 놨다가 나중에 면접 등을 통해 채용된 41명을 합하면 70명이 채용된 셈이다. 인천중기청은 "목표에 미달됐지만 70명도 큰 성과"라고 밝혔다.

4일 삼산월드체육관에서 열린 인천 일자리박람회에는 4천200여명이 몰려 성황을 이뤘지만 현장 채용은 고작 61명에 불과하다. 인천경제통상진흥원은 현장 채용 461명 등 모두 386개 기업에서 1천317명을 채용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결과는 초라하다. 심지어 현장 채용 기업 부스 70개 중 9곳은 아예 비었다.

인천시 각 구·군에서 열고 있는 구인·구직 만남 행사 채용률은 평균 20%도 안된다. 4월14일 남구의 '구인·구직 만남의 장'은 청년은 없고 고령자와 아줌마 뿐이다. 구인을 한다며 나선 업체들 상당수가 간판만 내걸었을뿐 면접관은 자리를 비웠다. 구인업체도 단순노무직에 최소 임금을 웃도는 한 두명 정도만 뽑고 있었다. 구청행사임에도 인력을 알선해 주고 인건비를 가져가는 인력파견업체까지 버젓이 좌판을 깔았다. 한 업체 인사 담당자는 "워크넷에 구직상황을 올려 놨지만 구청에서 참가를 권유해 어쩔수 없이 참가했다"고 귀띔했다.

지난달 15일 열린 남동구 행사도 비슷했다. 77개 업체가 참여해 많은 실업자들이 참여했지만 대부분 허탕을 쳤다. 식당에서 1대 1 면접 형식으로 이뤄져 혼잡하기 그지없었다. 남동구 행사에서도 남구처럼 인력파견업체가 참여했다.

인천시는 올해 공공기관과 기업체에 청년 일자리 932명에 45억원, 취업취약계층 공공근로 550명에 14억원, 희망근로 5천283명에 300억원, 근로자 직업훈련에 740명 100억원, 중소기업에 1만6천800명을 취업시킬 방침이다. 또 여성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도 228억원을 투입할 예정이다. 신규 고용창출 기업에는 최고 8억원의 경영안정자금도 지원키로 하는 등 안간힘을 쓰고 있다.

여기에 경제단체들도 나섰다. 인천건자재협의회는 "1사 3인을 고용하는 인천형 일자리 창출을 하겠다"고 밝혔으며, 인천벤처기업협회도 "벤처기업에 올해 300명을 취업시킬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인천경영자총협의회도 기업마다 '1사 한명 더 채용하기 운동'을 펼치고 있다. 인천시여성단체협의회도 '1촌기업 협약식'을 통해 여성 고용에 힘쓰고 있다.

고용 창출을 위해 지자체와 기관, 기업단체까지 나서는 것에 대해 노동부는 고마워하며 매우 반기고 있다. 그러나 한편으론 실질적 고용 창출과 동떨어진 이벤트성 박람회가 이어질 경우 실업자들의 취업 의욕이 떨어질까 우려하고 있다.

노동청은 순간의 위기를 벗어나기 위한 취업이 아닌 장기적 고용 창출이 돼야 한다며 현재 진행되고 있는 각종 취업행사를 청년, 여성 중·장년층 등 나이별, 성별, 기능별, 직종별로 일원화해야 하며 실업자는 노동청이, 취약계층은 인천시가, 여성은 여성단체가, 고령자는 한국산업단지인력공단이 각각 맡아 실업자가 이곳 저곳을 헤매지 말고 가장 적합한 곳에서 취업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시장판을 방불케 하는 기존 박람회보다 선택과 집중을 통해 효율성과 취업 성공률을 높이면 예산 낭비도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노동부 경인종합고용센터 박종선 소장은 "안정된 일자리 마련을 위해 기능별, 성별, 연령별로 특성화하는 것에 대해 유관기관들도 모두 공감하고 있지만 성과 문제 등 때문에 실행에 옮기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