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철규 (수원천일초 교사·경기도창의성교육연구회장)
[경인일보=]'식물도 사랑을 알까?'

얼마 전 새로 담임을 맡은 아이들과 색다른 실험을 했다.

크기가 같은 병에 물을 담고 각각 '사랑해, 고마워'와 '너 미워, 썩 꺼져'라는 말을 써서 붙이고 양파와 싹 튼 감자를 올려놓았다. 그리고 '사랑해'라고 쓰인 쪽과는 즐거운 대화를, '미워'라고 쓴 곳에는 온갖 화풀이를 다 하라고 했다.

에모트 마사루 교수의 '물의 결정' 이론과 많은 식물 재배 실험을 통해 긍정과 부정의 힘의 차이를 알고 있던 터라 결과만 나오면 우리도 서로 사랑하자는 잔소리(?)할 기대에 들떠 있었다. 과연 어떤 결과가 나왔을까?

그러나 한 달이 지나도록 양쪽 모두 똑같이 잘 자라고 있었다. 양파, 감자의 크기와 상태, 병의 물을 갈아주는 것이나 햇볕의 방향 등 모든 통제 조건을 같게 했다고 여겼건만 꼭 한 가지 막지 못한 것이 있었다. 바로 숨어 있던 훼방꾼 천사들이다. 부모님이나 선생님께 꾸중 들었던 일, 친구와 다퉜던 일을 모두 '미워' 쪽에 쏟아내는 모습을 볼 때마다 몇몇 녀석들이 남들 몰래 '괜찮아, 우리 반 아이들이 네가 정말 미워서 그러는 것이 아니야'라고 계속 위로해 줬다는 것이다.

아뿔싸. 이렇게 해서 이 실험은 실패로 끝나고 말았다. 진정 실패일까?

오히려 아이들에게 세상을 살다 보면 누구나 온갖 어려운 일을 만나게 되지만 함께 위로하고 도와주면 모두가 행복한 세상이 될 수 있다는 예정에 없던 훈화로 대신했다. 그리고 우리는 살아온 환경, 좋고 싫은 것도 다른 각자의 색깔을 갖고 있지만 서로 배려하고 마음을 모으면 무지개처럼 더욱 아름다운 학급을 만들 수 있다며 우리 반 급훈에 담긴 '남과 다르게 그리고 함께'(Creative & Teamwork)의 의미를 되새겼다.

우리 몸도 어느 한 쪽에 병이 나면 다른 기관들이 자신의 활동과 성장을 멈추고 우선 그쪽에 모든 힘을 모아주도록 뇌가 중심이 된 배려와 나눔의 자연치유력을 가르쳐 주고 있다.

인간들의 삶을 말없이 도와주며 함께 하는 자연환경 또한 서로 도와주며 정화해 가는 능력을 보여 주고 있다. 더 나아가 지구라는 별의 존재 가치는 태양계에서의 조화는 물론 우주의 안정과 평화와 관계가 있기 때문에 더욱 소중한 것이다. 진정 점점 치열해져 가는 21세기 글로벌 경쟁사회에서 학교와 가정에서 강조해야 하는 것은 '배려와 나눔'이다. 2007, 2009 개정교육과정의 기본 정신도 그렇고 교육과학기술부가 올해 내놓은 '창의, 인성 교육 강화 방안'도 바로 이 점을 주목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건국이념이자 교육이념인 '홍익인간'(弘益人間)에 담긴 뜻도 바로 이것이다. '인간세계를 널리 이롭게 하라'는 이 메시지에는 우리 인간들만 잘 먹고 잘 살자는 것이 아니라 인간과 함께 하고 있는 모든 세상 만물이 함께 어우러져 행복하기를 바라는 마음이 담겨 있다.

따라서 '저탄소 녹색성장' 같은 환경정책은 물론 고용창출이나 금리문제 같은 경제정책을 추진할 때도 인간 세계의 조화를 강조한 '홍익인간'의 이념이 늘 중심에 있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