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일보=부천/이재규기자]부천시의 도로행정이 주먹구구식이란 비판을 받고 있다. 1년여간의 계획이 불과 4개월여 만에 전면 백지화되거나 수정되는가 하면, 사전 계획에 없던 일이 느닷없이 추진되면서 이에 대한 뒷말이 무성하다.

5일 시에 따르면 시는 2006~2007년 기본설계 및 실시설계 등을 거쳐 2012년까지 총 30억원을 들여 원종로, 계남대로, 홍천길 등에 자전거도로를 설치키로 했다.

이 중 4억3천만원이 투입되는 홍천길 사업은 중동신도시 넘말사거리~부천소방서 사거리 구간 3.9㎞로, 양방향 바깥쪽 1차로를 뜯어내고 자전거도로를 설치할 계획으로 지난해 11월 2일 착공됐다. 하지만 '가뜩이나 통행량이 맣은 도로의 1차로를 없애면 교통대란이 일어날 것'이란 주민의견을 무시하고 공사를 강행하다 지난 3월 주민반발이 거세지자 전면 백지화됐다. 대신 인도상에 자전거도로를 설치하는 것으로 대폭 수정됐다.

결국 착공 4개월여 만에 5천여만원에 달하는 예산이 사라진 셈이다. 미리 구매해 둔 경계석 역시 다른 도로공사에 사용할 예정이라지만 어디에 어떻게 사용할지는 아직 계획이 없다. 멀쩡한 인도의 보도블록 제거와 탄성재 등을 새로 설치하는 추가예산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시 관계자는 "할 말이 없다"는 입장이다.

도로 중앙의 주황색 시선유도봉이 파손되거나 관리가 어렵다는 이유로 대체 설치한 무단횡단 금지 분리대 설치 사업도 뒷말을 낳고 있다.

원미구청은 지난달 6천800여만원을 들여 계남대로, 중앙로, 소향길 등의 시선유도봉을 걷어내고 PE(폴리에틸렌)재질의 무단횡단금지 분리대를 설치했다. 설치길이는 1천122m다. 그러나 무단횡단 가능성이 있는 곳에는 오히려 시선유도봉을 그대로 남겨뒀다.

이 사업은 올해 예산수립 당시 계획에도 없다가 지난 1월 26일 갑자기 계획이 수립됐다. 그리고 시 전체도로 중 1천122m만 설치하고 예산이 없어 추가 설치계획도 없다.

또한 공사발주가 아닌 물품구매 형식으로 조달청에 조달의뢰했고, 일반경쟁 입찰 대신 납품업체 2곳 모두 부천관내 S사와 B사로 지명 조달토록 했다. 이 중 한 업체의 펜스 1개(2.5m) 가격은 3천원이 비싸다. 사업비의 0.52%는 조달청에 조달수수료로 지급됐다. 동료 공무원들조차 '의아스럽다'는 반응이지만 담당자는 "지극히 정상적 방식으로 진행돼 문제될 것이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