則과 卽은 같은 '곧 즉'자지만 則에는 '법'이란 뜻이 있어 의미가 강하다. 하지만 이순신 장군의 명언은 必生'則'死도 必生'卽'死도 아닌 '幸生則死(행생즉사)'가 아니었나 싶다. '오자(吳子)'라고 하면 중국 춘추전국시대 오기(吳起)의 명저(名著)로 손무(孫武)의 '손자(孫子)'와 함께 쌍벽의 병서(兵書)로 꼽히지만 그 '吳子'의 '치병(治兵)편'에 나오는 명언이 바로 '必死則生 幸生則死'이기 때문이다. '죽기를 작정하고 싸우면 살지만 요행히 살기를 바라면 도리어 패사(敗死)한다'는 뜻이다. 하긴 '죽을 각오'로 싸우는 것이지 '반드시 죽는다(必死)'는 패배의식으로 싸우는 병사와 군인은 동서고금에 없을 것이 아닌가.
죽을 각오로 싸우는 '필사즉생'의 기백이야말로 전쟁에 임하는 군인 정신의 기본이고 그 정신의 제1장 제1과다. '적이시여! 바라옵건대 제발 먼저 공격하시오! 쏘시오!' 따위 어설픈 '송양지인(宋襄之仁)'―송나라 양공(襄公)의 유사하지만 설익은 인도주의는 전쟁에서 딱 금물이다. 1745년 5월 영·불전쟁에서 삭스(Saxe) 원수가 이끄는 프랑스군이 '영군이여, 어서 먼저 공격하시오'로 허세를 부리다가 영국군에게 대패한 예와 2002년 6월의 제2연평해전 교훈은 어금지금 닮은 꼴이다. 기강이 서 있지 않고 주저앉은 군대란 존재가치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