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는 책을 한 권 살 수도 있을 것이다. 다양한 지식을 얻을 수 있고 마음의 양식이 될 수 있고 인생의 지침이 될 수도 있는 책 한 권을 사서 읽으면서 진정 마음의 풍요를 누리게 될 것이다. 다 읽은 책을 다른 사람들과 돌려 본다면 만원은 상상할 수 없을 만큼 커다란 가치로 불어날 것이다. 만일 그 책이 몹시 상처받거나 길을 잃고 상심에 빠져 있는 누군가에게 위로를 주어 그로 하여금 새로운 삶의 의욕을 갖게 하는 계기가 된다면, 그리고 그로 하여금 무언가 의미 있는 일을 하도록 변화시키는 전환점이 된다면 한 권의 책을 사는 것은 매우 가치 있는 선택이 될 것이다. 비단 그런 장황한 이유가 아니라도 책을 읽는 것은 그 자체로 순수한 기쁨을 주기에 만원으로 책을 사는 것은 정말 멋진 일이다.
그러나 또한 만원으로 기부를 할 수도 있다. 거창한 기부가 아니라 텔레비전에 뜨는 ARS 전화 한 통을 거는 일로 이름도 알 수 없는 희귀병에 걸린 아이를 도울 수도 있고 가보지 못한 저 먼 나라의 어린이에게 점심 도시락을 마련해줄 수도 있으며 어려운 처지에 놓인 할머니에게 십시일반으로 도움을 전할 수도 있다. 그것이 시작이 되어 점차 기부를 늘려가며 가진 돈의 일부를 이웃과 나누는 일에 마음을 쓰게 될 것이고 세상은 아주 조금씩 따뜻해질 것이다. 내가 아는 누군가에게 무엇을 나누어주는 일보다 한 번 만난 적도 없고 알 수도 없는 그 누군가에게 아무런 대가 없이 만원을 나누는 일은 더욱 큰 기쁨을 줄 것이다. 그리고 그 체험을 다른 사람과 다시 나누게 되면서 사람들은 점점 행복해질 것이다.
만원이 지금 내 주머니에 있다면 이토록 여러 가지의 즐겁고 행복한 일을 할 수 있다니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우리는 늘 내가 가진 것이 적다고 불평하고 나눌 것이 없다고 생각해왔는지 모르겠다. 형제들이 콩 반쪽도 나누고 서로의 어려운 처지를 생각하면서 형은 동생에게 동생은 형에게 자기의 볏단을 몰래 가져다주던 시절에는 가난하다는 건 불편하지만 슬프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오늘날의 풍요로운 세상에서 저마다 자기만 생각하는 가난한 마음이 훨씬 더 초라하고 슬픈 것 같다. 따뜻한 봄날 따뜻한 만원으로 이런저런 즐거운 나누기를 해보면 참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