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유럽발 재정위기가 글로벌 증시의 '복병'인 출구전략 시기를 지연시키고 출구전략 강도도 완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고개를 들고 있다.

   9일 증권가에 따르면 남유럽발 재정위기가 유로존의 경제 펀더멘털에 나쁜 영향을 미치면 우리나라를 비롯한 세계 주요국의 경기 회복세가 하락세로 꺾이지는 않겠지만, 회복 속도가 둔화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렇게 되면 글로벌 각국이 확장적 재정정책으로 '재정잔치'를 더 할 수 없는 상황에서 기준금리 인상을 핵심으로 하는 출구전략 시행에 더욱 신중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 증권가의 분석이다.

   실제 지난해 연말 본격적인 글로벌 출구전략이 올해 초 시행될 수 있다는 컨센서스가 강하게 형성됐지만, 남유럽발 위기가 부상하면서 상당한 출구전략 지연 효과가 있었다는 것이 증권가의 평가다.

   삼성증권 김성봉 연구원은 "글로벌 재정잔치는 끝났다."며 "(인플레이션 우려 등으로) 재정지출을 늘릴 수 없는 현 상황에서 경기부양을 위해 선택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풍부한 유동성 공급이며, 이에 따라 경기가 예상보다 빠르게 회복되는 일부 국가를 제외하면 전 세계적 출구전략 시행이 늦춰질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신한금융투자 이선엽 연구원은 "이번 위기로 한창 목소리를 높였던 금리 인상 주장이 사그라질 것으로 보인다. 그만큼 저금리 기조가 유지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우리나라도 남유럽발 위기에 따른 출구전략 지연의 예외가 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연내 기준금리 인상 전망은 여전하지만, 인상 시기가 당초 유력했던 3분기 초에서 연말로 지연될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 3월21일 국내 11개 주요 증권사를 상대로 한 기준금리 인상 시기 조사에서 7개사가 3분기, 월 기준으로 오는 7월이나 8월께 기준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전망했었다.

   또 기준금리 인상 속도도 '속보'보다는 '베이비 스텝'(걸음마) 수준으로 완화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세계가 주시하는 중국도 남유럽발 위기의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신영증권 김세중 투자전략팀장은 "금리 인상에 앞서 지급준비율 인상으로 속도조절에 나선 중국 역시 앞으로 결국 금리를 올릴 수밖에 없지만 펀더멘털을 무시한 공격적인 인상을 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출구전략이 지연되면 글로벌 유동성이 밸류에이션 매력과 펀더멘털이 견조한 국내 증시에 유입될 수 있다는 기대도 나오고 있다.

   김 팀장은 "지난 2월 이후 출구전략 추진이 지연되면서 글로벌 유동성 랠리가 펼쳐지고 국내 증시도 풍부한 유동성에 기초한 외국인 매수세로 연속 상승했다.며 "이번에도 글로벌 출구전략 지연과 함께 재차 유럽 위험이 완화되는 시점을 기점으로 한국 증시에 유동성 랠리의 기회가 올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