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일보=김민재기자]"아니, 철거하면서 사람 사는 집에 유리창을 버리는게 말이나 됩니까?"

가정오거리 주민들이 대책없는 공가 철거로 몸살을 앓고 있다. 가림막 없이 진행되는 철거로 날카로운 유리 파편이 주민들이 다니는 골목으로 튀는가 하면 심지어 사람이 살고있는 집에 유리창을 던져버리는 일까지 벌어지기도 했다.

12일 오후 2시 가정오거리 루원시티 사업지구 일대. 골목길에 들어서자 공가 주택을 철거하면서 깨진 유리조각이 길 한 곳에 쌓여있었다.

유리창과 문틀을 뜯어내는 선별작업을 하다 골목에 떨어진 유리조각을 주민들과 철거업체가 치워 모아둔 것이었다.

주민들은 "심지어 사람이 사는 집으로 유리조각이 날아오는 경우도 있다"면서 "아무런 안전대책없이 깨진 유리를 내던져 언제 다칠지 모르는 상황"이라고 하소연했다.

이같은 상황은 관련 규정상 건물을 철거할 경우, 소음과 분진 등이 밖으로 새어나가지 않도록 가림막을 설치하고 진행해야 하는 것과 달리 선별작업을 할 때는 가림막을 치지 않아도 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따라서 날아오는 유리 파편에 주민들은 무방비 상태에 놓일 수밖에 없다.

또 인부들이 유리창을 철거할 때 깨진 유리를 바로 바닥으로 던져버리기 때문에 유리 파편이 튀는 것은 물론 소음에 대한 피해도 심각하다는 것이 주민들의 입장이다.

실제로 주민 사영월(74·여)씨는 지난달 말 옆집에서 들려오는 유리 깨지는 소리에 스트레스를 받아 혈압 수치가 높아져 병원에 입원하기도 했다.

게다가 일부 공가는 창틀에서 완전히 떨어져 나가지 않은 유리가 날카롭게 남아있어 주민들의 안전까지 위협하고 있다.

주민 이모(67·여)씨는 "철거하는 사람, 치우는 사람 따로 있다"면서 "지금은 주민들이 따져서 업체에서 겨우 치웠지만 예전엔 깨진 유리가 길가에 그대로 있었다"고 말했다.

LH 관계자는 "인부들에게 가능하면 유리가 밖으로 튀지 않게 주의를 주고 있지만 사람이 하는 일이다보니 어쩔 수 없는 경우도 있다"면서 "앞으로는 선별작업을 할 때도 구간별로 가림막을 설치해 작업을 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현재 가정오거리 일대에는 보상과 이주문제 등으로 떠나지 못한 1천700여 세대가 남아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