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일보=신창윤·김종화기자]'지구촌 축제'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축구대회가 한달도 채 남지 않았다.

이제 지구촌은 오는 6월11일(이하 한국시간)부터 한달 동안 남아공 전역에서 열리는 월드컵 축구 열풍에 행복한 시간을 준비하고 있다.

사상 첫 원정 16강 진출을 노리는 태극전사들도 지난 10일부터 파주 NFC(대표팀 트레이닝센터)에 모여 힘찬 진군을 시작했다. 또 대한민국 축구팀의 공식 서포터스인 붉은 악마도 첫 경기인 6월12일 그리스 전을 시작으로 '12번째 태극전사'로 공식 활동한다.

# 지구촌 축구 전쟁, 월드컵

지난 2006년 6월23일. 한국은 스위스와 조별리그 G조 마지막 경기를 했다. 당시 이 경기에서 승리할 경우 자력으로 사상 첫 16강 진출을 노릴 수 있었다. 그러나 홈 팬들의 열렬한 응원에 힘입은 스위스 선수들은 한국을 2-0으로 이기고 2승1무로 조 1위를 확정, 16강에 진출했다. 한국 선수들은 경기가 끝난 뒤 모두 그라운드에 누웠다.

그 후 4년이 흘렀다. 태극전사들은 4년 동안 허정무 감독을 필두로 남아공 월드컵을 착실히 준비했고 마침내 7회 연속 월드컵 본선 무대에 나서게 됐다.

이제 월드컵호는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 4강에 오르는 쾌거를 이룬 한민족의 저력과 2006년 독일 월드컵 16강 진출 좌절의 아쉬움을 교훈 삼아 또한차례 축구 변방의 '반란'을 준비하고 있다.

1954년 스위스 월드컵 출전부터 이어졌던 원정 무대에서 불운을 딛고 사상 첫 16강 진출 염원을 이루려는 태극전사들의 위대한 도전은 이제 시작이다.

허정무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은 '승리의 함성, 하나된 한국'이라는 슬로건 아래 후회가 남지 않을 '유쾌한 도전'을 다짐했다.

역대 드림팀 중 가장 많은 해외파들이 출동하기에 첫 원정 16강 달성의 기대가 크다.

예비 엔트리 30명 중 '캡틴'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과 이청용(볼턴), 기성용(셀틱), 박주영(AS모나코), 차두리(프라이부르크), 김남일(톰 톰스크) 등 유럽파가 주축이다. 또 안정환(다롄 스더), 이영표(알 힐랄)와 일본에서 뛰는 이근호(이와타) 등 J-리거들도 힘을 보탠다.

허정무 감독 전술의 핵인 박지성, 상대 골문을 꿰뚫어야 할 박주영,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 서 맹활약중인 이청용, 대표팀의 간판 미드필더로 성장한 기성용 등 '양박 쌍용'의 어깨가 무겁다. 물론 부동의 주전 수문장 이운재(수원)와 중앙수비수 조용형(제주), 베테랑 미드필더 김정우(광주 상무), 부활한 골잡이 이동국(전북) 등 국내 K-리거들도 월드컵출전 꿈을 부풀리고 있다. 수비력 불안 우려를 샀던 37세의 백전노장 골키퍼 이운재와 '비운'의 꼬리표를 떼고 12년 만에 월드컵 출전을 벼르는 이동국은 남아공 월드컵에 임하는 각오가 남다르다.

이들이 허정무 감독의 낙점을 받는 시험무대는 16일 열릴 에콰도르와 평가전이다. 허 감독은 국내에서 마지막 치르는 A매치인 에콰도르와 경기 후 월드컵 최종 엔트리 23명을 추린다. 다만 부상 선수 발생을 고려해 23명 외에 2∼3명의 대표팀과 동행한다.

# 12번째의 태극전사

국제축구연맹(FIFA) 월드컵 대회 개막이 초읽기에 들어가면서 남아공의 교민 사회도 응원 준비에 부산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한인회가 중심이 돼 교민 수가 적은 포트 엘리자베스, 더반으로 향할 원거리 응원단이 구성되고 있는 가운데 '12번째 태극전사' 붉은악마와의 협력 체계 구축도 모색되고 있다.

고비용과 치안 불안 등 남아공의 열악한 응원 여건으로 역대 월드컵 대회 때보다 한국에서 날아오는 원정 응원단 규모가 크게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소수 정예로 최대한의 응원 효과를 내기 위한 고육책이다.

FIFA에 따르면 지난달 7일 인터넷을 통해 4차 입장권 판매를 마감한 결과, 한국인이 구매한 입장권은 총 3천200여장으로, 산술적으로는 한 경기당 한국인 관람자 수가 평균 1천여명에 불과하다.

한인회는 최근 요하네스버그와 프리토리아에 거주하는 교민들을 대상으로 포트 엘리자베스와 더반에서 열리는 그리스, 나이지리아와 경기 응원 참가 신청을 받아 포트 엘리자베스 118명(현지인 17명 포함), 더반 10명을 각각 모집한 데 이어 지난 8일까지 2차 신청을 받았다.

포트 엘리자베스 응원단은 경기 하루 전인 6월11일 오후 7시 버스로 출발해 이튿날 오전 8시께 현지에 도착해 오후 1시30분부터 열리는 그리스와 경기를 응원한 뒤 13일 오전 8시께 요하네스버그와 프리토리아에 도착하는 대장정이다.

더반 응원단은 6월23일 오전 8시께 출발, 밤 8시30분 시작되는 나이지리아와 경기를 응원한 뒤 밤새 버스로 이동해 이튿날 오전 8시께 되돌아오게 된다.

한인회는 한국 이벤트 업체의 협조를 받아 아르헨티나와 경기가 열리는 6월17일 요하네스버그 도심에서 거리 응원을 펼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한인회와 붉은 악마 원정 응원단, 그리고 기업 후원 응원단이 협력해 응원 효과를 극대화하는 방안도 모색되고 있다.

박창현 붉은 악마 원정 응원단장은 "교민들이 구매한 입장권 좌석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고 기업 응원단도 동일 구역에 좌석을 확보하지 못해 응원 결집력을 발휘하기가 불가능한 상황"이라면서 "그래도 응원 효과를 최대화하기 위해 한인회와 적극적으로 협력 방안을 모색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붉은 악마는 이번에 100명 규모의 원정 응원단을 구성, 6월9일과 10일, 15일 3차례로 나눠 남아공에 입성한 뒤 한국이 치를 3경기를 모두 응원한다. 또 코카콜라 300명, 현대차 150명, 하나은행 100명 등 기업 후원을 받는 응원단도 남아공을 찾을 계획이다.

이외에도 국내에서는 10개 시·도 월드컵경기장 전광판 중계와 지방자치단체에서 준비하는 길거리 응원 등 다양한 행사로 남아공에서 활약중인 태극전사들에게 힘을 실어줄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