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진오 (인천본사 정치부 차장)
[경인일보=정진오기자]

#다음은 인천시장 후보와 인천시교육감 후보들이 낸 공약이다. 이 네 가지 중 교육감 후보 공약 두 가지를 고르시오.

①기숙형 고등학교 설치 확대 ②중학교 학교운영지원비 폐지 ③교육재정 대폭 확대 ④명품 교육도시 인천 만들기

시험문제가 아니다. 이번 6·2 동시지방선거에 출마한 인천시장 후보 2명과 시교육감 후보 2명이 낸 '교육공약' 중 1가지씩 뽑아 낸 것이다. 어떤 게 누구 것인지 다시 봐도 헷갈린다. 고등학교, 중학교가 들어간 것은 교육감 공약 같고, 재정이나 교육도시가 들어간 말은 영락없는 시장 공약이다. 암만 봐도 그렇다.

이번 지방선거 과정에서 주목할 부분이 하나 있다. 우리에게 과연 '교육자치'와 '지방자치'가 따로 존재하냐는 것이다.

시장과 교육감 후보들의 '교육' 관련 공약에 큰 차이가 없다. 서로가 서로의 일을 하겠다고 야단이다. 왜 일까. '교육'에 '표'가 많아서다. 상당수 유권자가 학부모다. 학부모의 관심사는 자녀의 학력 향상이다. 후보자들이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여야 인천시장 후보들이 며칠 전 선관위에 제출한 '대표 공약' 5가지에는 어김없이 교육 관련 공약이 포함돼 있었다. 관여할 수 없는 부분까지 공약에 포함시키는 것은 엄밀히 말하면 '월권'이다.

인천시와 같은 광역자치단체에는 시청과 교육청이 독립된 기구로 돼 있다. 교육청은 지방자치단체의 교육·학예에 관한 사무를 분리 관장하는 행정기관이다. 교육감은 그 기관장이다. 시장은 교육·학예에 관한 사무에 권한이 없다는 얘기나 마찬가지다. 그러나 얼마 전부터 각 지역별 수능시험성적 등이 공개되면서 양상이 달라졌다. 지역의 학력 수준이 높고 낮음의 잘잘못을 시장에게 돌리는 여론이 일었다. 인천의 경우 전반적으로 학력수준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 책임을 시장이 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진 것이다. 규정대로 보자면 '교육'은 교육청 소관이다. 시는 법정전출금과 각종 지원금 등 매년 수천억원씩을 쏟아붓고 있다. 시의 입장에서는 막대한 돈만 대고, 손가락질만 받는다고 볼멘소리다.

책임을 물으려면 권한도 있어야 한다. 하지만 현행 제도 아래서는 교육과 관련한 책임과 권한은 교육감에게 있다.

이번 선거를 통해 그 책임과 권한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새로운 시장과 교육감이 뽑힌 뒤에는 '교육'의 책임과 권한에 대한 경계를 확실히 할 필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교육자치'는 교육감과 교육의원 선거에서 정당 공천을 배제한 이유이기도 하다. 교육감 선거는 정당과 완전히 동떨어져 있지 않다. 보수와 진보로 갈리다보니 보수 정당은 보수 후보가, 진보 정당은 진보 후보가 당선되기를 바란다. 시장과 교육감 선거에서 보수와 진보가 서로 엇갈려 당선될 경우 빚어지는 '혼선'과 '불협화음'도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참고로 앞에서 질문한 보기 4가지 중 ① ②번은 시장 후보 공약이고, ③ ④번은 교육감 후보 공약이다. 이게 '현장'의 모습이다. 이래도 교육자치와 지방자치가 달리 작동한다고 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