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 고용은 남성에 비해 경제상황의 영향을 더 많이 받는다. 이는 지난 3월 통계청이 발표한 2009년 고용동향 분석에서도 확인되는데, 작년 여성비경제활동 인구는 1천만명을 넘었다. 이는 남성의 2배가 넘는 것이며 1962년 이후 사상 최대이다. 여성경제활동 참가율 또한 전년보다 낮은 49% 수준으로, 핀란드같은 선진국의 70%와는 비교조차 안될 뿐만 아니라 OECD의 평균 여성경제활동 참가율 53.9%보다도 낮다.
이처럼 우리나라 여성경제 활동률이 낮은 것은 경제활동에 참가하고 있는 여성들의 고용 조건이 불안하기 때문이다. 안정된 직장을 가진 여성들도 가사, 임신과 출산, 육아때문에 직장을 그만 둔다. 경력 단절여성이 고용시장으로 복귀하려면 더 열악한 근로조건의 임시 일용직이나 기간제 취업을 할 수밖에 없다. 열심히 공부하고 일해온 여성들에겐 '푸대접'이 아닐 수 없다.
필자는 여성의 실업을 막고 경제활동 참가율을 높이려면 육아문제 해결이 우선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보육은 저출산 해소와 맞물려 시급한 국가적 과제임은 분명하다. 그래서 여성 취업과 보육 문제를 동시에 해결하기 위한 하나의 해법으로 직장보육시설, 특히 교대 근무자 등을 위해 24시간 운영되는 보육시설과 같이 다양한 보육서비스가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취업 여성이라면 일반 보육시설보다 직장 보육시설에 자녀를 맡기는 경우 직무몰입도가 높다(현재 우리나라 직장보육시설 설치 대상 기업중 시설을 설치한 비율은 약 60%이다). 내가 다니는 직장에 보육시설이 있다면 아이때문에 직장을 그만둘 이유가 줄어든다.
우리 연구원의 '3교대 근무자를 위한 보육시설 운영 모델 개발' 연구에 의하면 국내 주요 반도체 산업에 종사하는 여성은 대기업에 집중돼 있다. 이천 하이닉스반도체에 4천400명, 삼성전자에 1만2천명, 파주 LG디스플레이에 1천730명의 여성이 근무중인데, 이들은 입사후 주로 기숙사 생활을 한다. 근무환경 적응 문제로 입사 첫 1년 이내에 이직이 많다. 두 번째로 이직률이 높은 때가 결혼후 자녀를 출산하는 시기이다. 이때는 보통 입사 3~5년차가 되는데, 이 시점이 기업의 입장에서 보면 생산직 여성 근로자의 생산성이 가장 높은 때이다. 따라서 이들의 퇴직은 기업의 생산성에도 영향을 준다.
현재 전국적으로 약 125개의 24시간 보육시설이 운영되고 있으며 이용자는 6천300여명이다. 이들 시설은 부모의 직업 특성이나 장기 출장으로 매일 자녀를 돌볼 수 없는 경우에 아이를 맡아주는데, 1주일동안 자녀를 보육하고 주 1회 이상 자녀를 가정으로 데려가는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이러한 형태의 보육은 1개월 단위, 혹은 1주일 단위로 교대 근무하는 교대제 근로자의 보육 수요를 만족시키는 데는 한계가 있다. 우리 연구원이 하이닉스반도체 근로자를 대상으로한 보육수요 조사에서도 이들은 1일 보육을 원칙으로 하되, 부모의 3교대 근무 패턴과 맞추어야 하며, 야간 근무후 부모가 쉬어야 하므로 다음날 오전까지의 연장 보육이 필요하다고 했다.
오는 6월, 경기도가 이천시와 함께 건립하는 '3교대 근무자를 위해 24시간 운영되는 보육시설'이 완공을 눈 앞에 두고 있다. 부모가 안심하고 아이를 맡기고 업무에 몰입할 수 있도록 하려면 이렇게 보육 수요자들의 현실적인 요구를 반영한 다양한 보육시설과 서비스가 좀더 많이 제공되어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노력이 여성 취업과 보육, 나아가 저출산 해소라는 복잡하게 얽혀있는 사회적, 국가적 난제를 풀어나가는 기반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