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일보=이준배기자]뮤지컬 '모차르트'는 고전적인 시대 배경에 충실한 의상과 무대 아래 현대적인 록과 재즈가 멋들어지게 어우러진 향연이었다. 흡사 오밀조밀 빈틈없이 손수 한땀한땀 정성스레 짜내려간 페르시아 카펫을 보는 듯했다.

지난 22일 안산 문화예술의전당 무대는 모차르트를 연호하는 관객의 환호와 박수 갈채가 쉽사리 사그라질줄 몰랐다. 관객들은 공연의 막이 내리자마자 기다렸다는 듯 거의 전원이 우레와 같은 기립박수로 뮤지컬이 전해준 감동의 전율에 화답했다. 이에 앞서 공연 중간 불이 꺼질 때마다 관객의 환호가 터져나왔던 건 어쩌면 이 순간을 위해 예비된 것이었다.

기존 영화 '아마데우스'가 천재음악가 모차르트의 생애를 2인자인 궁정음악가 살리에르의 시선에서 그렸다면 이번 무대는 천재이자 나약한 인간으로서의 모차르트에 초점을 맞췄다. 공연 내내 모차르트 곁에는 어린 그의 분신이 함께해 그의 내적 갈등을 상징적으로 보여줬다. 이는 모차르트가 음악가로서 자신의 피를 짜내듯 작품을 완성해가는 고뇌와 어른으로 성장해가는 고통을 효과적으로 표현해냈다.

모차르트 역의 박건형은 역시 TV와 영화를 넘나드는 뮤지컬 스타답게 천재 음악가의 순탄치 않은 인생사를 멋진 노래와 연기로 환생시켰다. 영화에서 살리에르 역에 비견되는 영주 콜로레도 역의 민영기도 특유의 탁트인 발성으로 공연장을 뒤흔드는 카리스마를 분출했다.

그러나 무엇보다 관객의 심장을 쥐락펴락했던 건 역시 모차르트의 후견인 발트슈테텐 남작부인 역의 신영숙이었다. 남작부인은 무대에 서는 비율이 그리 크진 않았지만 친근한 멜로디의 '황금별'로 대다수 관객에게 공감과 감동을 강하게 각인시켰다.

물론 모차르트의 볼거리는 이뿐이 아니었다. 500여벌에 달하는 의상과 가발이 눈을 뗄 수 없을 만큼 아름다웠다. 유독 모차르트는 다른 배우들과는 다른 찢어진 청바지를 입고 나와 예술을 갈망하는 자유로운 영혼을 표상하는 차별화를 시도한 점도 눈에 띄었다. 거기에다 계단식 경사를 지닌 무대를 통해 멀리서도 등장인물들이 한눈에 들어올 수 있게 만든 점도 인상적이었다.

다만 공연 전이나 인터미션때 관객들을 위한 전당측의 배려가 아쉬웠다. 보통 공연장에서 간단한 요깃거리로 판매하는 샌드위치 등이 없어 매점에서 과자로 빈속을 달래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