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렌을 울리면서 가도 쉽게 길을 양보해주는 차량을 보기는 쉽지 않고 길을 어렵게 열며 출동하는 소방차의 뒤를 쫓아오며 갈 길을 재촉하는 얌체운전자도 쉽게 목격하게 된다. 더욱이 교차로의 경우 급한 출동차량의 입장은 아는지 모르는지 제 신호만 우선이라고 생각하는 운전자들이 양보하지 않아 진입하려는 긴급차량의 교통사고 위험도 크게 증대시키고 있다.
외국의 경우는 어떠할까. 최근 소방방재청에서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미국 오레곤주에서는 양보의무 위반시 벌금을 최고 720달러(83만원)를 부과하고 있으며 소방차나 구급차가 오면 운전자는 도로 가장자리로 즉시 피양하고 소방차가 지나갈 때까지 정지토록 하고 있다고 한다. 독일도 긴급차량에게 즉시 공간을 만들어 통행할 수 있도록 의무화하고 있는데 최근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서는 독일의 소방차 출동시 모든 차량이 모세의 기적처럼 좌우로 비키며 길을 여는 동영상이 누리꾼의 큰 인기와 함께 감동스럽기까지 한 장면을 보여 주었다.
이처럼 외국에선 긴급차량에게 양보 불이행시 과중한 벌금과 면허정지 등 강한 법적인 제재를 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소방기본법 제21조에 모든 차와 사람은 소방자동차가 화재진압 및 구조·구급활동을 위해 출동을 하는 때에는 이를 방해해서는 안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위반시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언뜻 보면 매우 강한 법률인 것 같지만 방해뿐만 아니라 단순히 양보하지 않는다고 해도 처벌하는 외국의 법에 비해 실제 적용되는 사례는 많지 않기 때문에 그리 강한 법이라고는 보기 어렵다고 본다.
최근 소방방재청은 화재와의 전쟁을 선포하며 화재피해를 줄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신속한 출동이 전제되어야 하지만 지난해 우리나라 소방차 화재현장 5분 내 도착률은 63%에 불과하다. 지체되는 이유는 국민들의 소방차 길 터주기 의식 부족, 골목길 불법주정차, 도심 내 교통체증, 진입로 협소 등 소방통로와 깊은 관련이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운전자 모두가 긴급차량에 대해 보다 경각심을 갖고 운전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신속한 출동과 성공적인 화재와의 전쟁수행은 소방당국만의 공염불이 될 것이다. 단순히 처벌이 강하지 않고 많지 않다고 해서 긴급차량의 출동을 쉽게 생각한다고 믿고 싶지는 않다. 강한 법보다도 우리나라 사람들의 긴급차량에 대한 인식의 전환이 더 빨리 이루어질 것이라고 믿고 싶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