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재환 (한글문화연대대표·방송인)
[경인일보=]아침부터 창밖이 시끄럽다. 5월 20일, 지방선거운동이 시작된 때문이다. 6월 1일까지는 후보의 이름을 알리는 소리, 노래 소리, 박수 소리가 요란할 것이다. 4대강 사업 지속과 중단, 세종시 수정과 원안 고수, 무상급식과 교육복지 실현 등등 주요 쟁점과 지역 현안을 둘러싸고 각각의 후보들이 저마다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번 선거는 시·도지사에서 교육감과 교육의원에 이르기까지 1인 8표를 행사해야 하는 만큼 각각의 후보들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그러지 않았다간 이름도 모르는 후보에게 도장을 찍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공교롭게도 같은 날 천안함 침몰 원인이 북한의 어뢰 공격이라는 조사 결과가 발표되었다. 민군합동조사단이 증거로 제시한 어뢰 파편에는 '1번'이라는 글자가 선명히 찍혀 있었다. '1번'은 러시아나 중국산이 아니라는 반증이다. '1'은 세계 공용이지만 '번'은 북한 것이다. 물론 대한민국도 '번'을 쓰지만 천안함을 공격한 어뢰가 대한민국제일 수는 없다. 5월 24일 대통령은 담화를 통해 남북교류 전면 중단과 북의 무력 침범 시 자위권 발동을 선언했으며, 북한의 공식 사과와 천안함 사건 관련자들의 처벌을 요구했다.

5월 22일, 문화방송의 박혜진 아나운서가 옥스퍼드 대학 출신의 물리학자와 결혼했다. 박혜진 아나운서는 오랫동안 9시 뉴스데스크를 진행했고 최근 종영된 '성공의 비밀'을 진행했다. 같은 날, 배우 이범수는 14살 연하의 국제회의 통역사와 결혼했다. 이범수가 가수 비의 영어 선생님으로도 유명한 신부 이윤진을 만난 것은 영어를 배우기 위해서였단다. 배움의 길은 고되지만 열매는 달다.

5월 24일 저녁 일본 사이타마에서 열린 월드컵 평가전 한일전에서 박지성은 전반 시작하자마자 강력한 슈팅으로 첫 골을 터뜨렸다. 순간 6만의 울트라닛폰은 침묵했으며 불과 3천밖에 되지 않는 붉은 악마의 함성이 운동장을 가득 채웠다. 이날 대표팀은 일본에 2-0으로 낙승하였고 국민들은 열광했으며 월드컵 본선에 대한 기대감도 한껏 고조되었다.

관심을 갖는다는 것, 누군가의 관심의 대상이 된다는 것은 그 자체로 행복한 일이다. 누리꾼들은 윤종신, 전미라 부부가 셋째 아이를 임신한 것, 노홍철이 살빼기에 성공해서 완벽한 복근을 공개한 것, 배우 하지원이 영화 '내 깡패 같은 애인'의 시사회에서 늘씬한 각선미를 선보인 것에도 관심을 보였으며, 태국의 비상사태, 인도 여객기 추락 사고 등과 같은 외신과 더불어 이창동 감독의 영화 '시'가 칸영화제에서 각본상을 수상했다는 소식, 노무현 대통령 1주기에 관한 기사들도 신문과 인터넷 지면을 크게 장식하며 많은 이들의 관심을 집중시켰다.

지난 5월 19일 오후 2시, 국립중앙박물관 교육관에서는 한글박물관 자문회의가 열렸다. 한글박물관 건립을 추진하고 있는 문화부 관계자와 자문회의에서 활동하고 있는 자문위원들이 모여 한글박물관을 잘 짓기 위해 머리를 맞대고 의견을 교환하는 자리였다. 그러나 이러한 회의가 열렸다는 사실은 어떤 신문에도 크게 보도되지 않았다. 그렇게 조용히 한글박물관이 만들어지고 있다. 이렇게라도 한글박물관이 만들어진다는 사실이 고맙긴 하지만 한글박물관은 온 국민의 관심과 성원과 지혜와 뜨거운 사랑으로 만들어져야 한다.

한글박물관 건립에 대해 찬반으로 다툴 일은 없겠지만 박물관의 모습과 내용에 대해서는 온 국민의 의견이 반영되어야 한다. 우선 한글박물관이 만들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국민 모두가 알아야 한다. 한글박물관에 대한 기사가 자주 언론에 보도되어야 하고, 국민의 의견을 수렴할 창구가 마련되어야 한다. 텔레비전과 라디오 토론 프로그램에서도 이 문제를 다뤄야 하며, '진품명품' 같은 프로그램에서도 '한글의 재발견' 같은 순서를 마련해 한글박물관에 전시될 값진 유물을 발굴하는 데 한몫해 주어야 한다. 한글박물관은 우리 모두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