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선거유세가 한창이다. 대한민국이 역대 최대의 선거를 치르는 중이다. 광역단체장과 의원, 기초단체장과 의원, 교육감, 교육의원, 비례대표 등 선거구별로 8명을 동시에 뽑아야 하니 그동안의 선거 풍토를 봐서 온 나라가 흔들거리는 것은 당연하다. 여나 야나 준비된 인물론을 내세우며 준비한 비장의 무기를 꺼내 들고 한바탕 설전이다. 사람의 왕래가 잦은 길목이면 어김없이 이력과 경륜, 공약이 담긴 크고 작은 쪽지를 나눠 주느라 발품팔이가 힘에 겹다. 유인물을 받아 바로 버리는 행인, 받기를 거절하는 주민, 귀찮다는 듯 멀리 돌아가는 이웃 등 이를 지켜보는 후보자나 선거운동원이 화를 낼 만도 하지만 애써 미소를 보인다.
폭우를 대비해야 하는 시기다. 더불어 지역의 진정한 일꾼을 뽑아야 하는 선거철이다. 우리 주변에 준비가 덜 돼 장마철을 걱정해야 하는 지역이 부지기수다. 경기지역만 해도 지난해 물폭탄으로 인해 파손된 둑과 교량 등 주요시설이 1천여곳에 달했다. 이로 인해 사람이 실종되거나 농경지가 흔적도 없이 사라진 곳도 헤아리기 힘들다. 피해지역이 보상지연과 예산상 문제로 장마 전 복구가 힘든 곳이 상당수다. 그래서 폭우와 관련, 매년 되풀이되는 단골 메뉴가 '피해지역 올해 또다시 수해'다. 그만큼 또 새로운 예산을 편성해야 하고, 수해지역을 언론이 집중 조명하면서 물난리의 아픔을 씻어 주는 온정의 손길이 밀물처럼 넘쳐난다. 때만 넘기면 반성하는 사람도 예방에 적극 나서는 지자체도 찾아 보기 어렵다.
6·2 지방선거의 포인트가 마치 북풍·노풍으로 귀결되는 듯한 인상이 짙다. 북풍도 노풍도 선거의 중심이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 선거 관련자들이 하는 말이지만, 속내는 내쪽 바람이 상대방 지역을 초토화시켜 줄 것을 바라는 눈치다. 그렇게 여기는 유권자도 다수 목격된다. 우리 정치풍토로 봐서 내편 네편은 정해진 수(數)와 사안에 따라 조금 변한다. 승패를 결정짓는 수는 눈과 귀를 열고 지역 일꾼을 찾는, 정해 놓지 않고 후보들의 유세와 공약을 살피는 현명한 유권자에 달렸다. 매번 뽑아 놓으면 실망을 안겨 주는 것은 그 밥에 그 나물 중 좀 더 나은 인물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준비된 인물이 없었기 때문이다.
대비한 인물이 없으면 이번에도 선거낭비로 그 피해는 지역민에 돌아간다. 선거 후에는 예산낭비가 뒤를 이을 것이다. 같은 일이 되풀이되다 보면 뜻을 바로 세워 고을의 백성을 풍요롭게 하기에 손색이 없는 목민관(牧民官)을 선택해도 곳간이 텅 비어 일을 진행할 수 없게 된다. 토론회 등을 경청하다 보면 상대방 후보에게 배울 점을 발견할 수 있지만, 귀를 막고 내 이야기만 하는 데서는 발전을 기대하지 못한다. 지자체 도입 기간으로 봐서 자리를 잡을 때도 된 듯한데 아직도 그 타령이다. 이는 방송 토론회 때, 상대후보 칭찬하기 시간을 할애한 것에서 느껴야 한다.
"편안할 때에 위기를 생각하십시오(居安思危). 그러면 대비를 하게 되며(思則有備), 대비태세가 되어 있으면 근심이 사라지게 됩니다(有備則無患)." 춘추전국시대, 사마 위강(司馬魏絳)이 진(晉)나라 도공(悼公)에 한 진언이다. 올해는 장마 외에 국지성 호우가 예년보다 잦다고 한다. 기후 변화에 따른 태풍도 3개 정도가 한반도를 강타할 것이라는 예보다. 재난에 대비하는, 세금을 귀히 여기는, 상대방을 비난하기보다 내 약점을 찾아 보완할 줄 아는 인물이 그리워지는 때이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