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일보=김명래기자]"정작 우리에게 필요한 공약이 없고, 투표 방법도 잘 모르겠어요." 한국에 귀화해 인천에 사는 결혼이주여성들이 보는 6·2 지방선거의 '자화상'이다. 선거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좋은 공약'과 '홍보'가 없었다는 것이다.
몽골 출신으로 작년 12월 귀화한 이수현(32·남구 용현동)씨와 '한국인'이 된 지 13년이 된 베트남 태생, 유티미하(38·남동구 구월동)씨를 28일 만났다. 선거와 관련된 생각을 묻자 이들은 먼저 공약을 이야기했다.
이수현씨는 "후보들이 다문화 가정을 위해 많이 고민하셨으면 좋겠다"며 말을 시작했다. 그녀는 동네에서 선거 명함을 받을 때마다 뒷면의 공약을 보지만, 다문화 가정을 위한 게 없었다며 아쉬워했다. 또 "(다문화가정) 엄마들 취직 문제가 어려운데 이것을 해결해주면 좋겠다"고 했다. 유티미하씨는 "약간 유행적으로 다문화 센터를 많이 짓겠다고 하는 것 같다"며 "센터가 늘어나는 건 고맙지만, 집에서 애만 보거나 공장에 다니며 어렵게 사는 이주여성을 위한 건 없다"고 꼬집었다. 그녀는 "선거에 나온 분들이 우리 같은 사람들 초청하면 많은 이야기를 들을 수 있을 것이다"고 했다.
다른 유권자들과 마찬가지로 이들도 처음으로 이번 선거에 적용되는 '1인8표제'를 잘 알지 못했다. 이수현씨는 "설명들은 게 없다"고 했고, 유티미하씨는 "투표 방법을 스스로 배우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인천선관위는 지난 달 27일 부평구 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서 '모의투표'를 해 홍보했다고 했다. 그러나 이씨와 유씨는 "결혼이민자 중 낮에 다문화센터에 나올 수 있는 사람이 몇 명이나 되겠냐"고 반문했다. 이수현씨는 "우리 같은 사람들을 위해 외국어로 된 홍보물을 집에 보내주면 도움이 될 것 같다"고 했다.
노래 부르고 율동하는 선거 방식에 대해 이수현씨는 "낮에 왜 시끄럽게 하는지 이해가 안 된다. 한국 사람들이 선거 참여를 잘 안 해서 이렇게까지 하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고 했다. 유티미하씨는 "지금까지는 한국말이 부족하고 정보를 잘 몰라 투표를 대부분 못했다"며 "요즘에는 인터넷, 신문을 보면서 다문화관련 공약을 내는 후보를 찾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