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진영
[경인일보=]제주에서 한·일·중 정상회의가 열렸다. 아세안+3의 한 부분으로 시작된 이 회의가 정례화되고 내년에는 사무국을 둘 정도로 발전하였으니, 국제정치에서 국제기구화의 바로 전 단계라 할 레짐(국제체제)으로 이제 기능하게 된 것이다. 중국 총리 원자바오는 기자회견에서 "중·한·일 3개국은 가까운 이웃과 그리고 지역의 대국으로서 상호 존중하고 평등하게 대처하며, 호혜와 윈-윈-윈을 실현하는 것을 유일한 정확한 길로 인식하고 있다"고 언급해, 한국이 '큰 나라의 하나'로, 일본 중국과 더불어 아시아의 정세를 논할 만큼 지역 당사자가 됐다고 언급했다.

그러나 실상은 그러한가? 작게는 아시아의 문제를, 크게는 지구적 의제를 논할 만큼 한국의 위상은 정말로 커졌는가? 그렇다면 왜 우리는 여전히 한반도 문제에 대해 주변 열강들의 입김을 그리도 의식하고 있는가? 북한에 의한 천안함 침몰 테러에 대한 중국의 입장 변화를 유도하기 위해 그리도 외교적인 노력을 했건만, 왜 '반보 전진'이나 '한 보 전진을 위한 걸음' 정도만의 성과를 거두고 있는가?

동아시아의 번영과 발전은 한반도 문제에 대한 해결없이는 있을 수 없다. 한·일·중 3국은 현재 북한에 의해 초래된 위기 상황을 국제사회의 준칙에 기초한 공동인식을 가지고 해결해야만 한다. 원 총리의 말대로, "반드시 3개국 국민들의 근본적인 이익에 입각해 의사 소통을 강화하고, 중대한 문제에 대해서 서로 배려를 해주며, 민감한 문제를 타당하게 처리하고 정치적 신뢰를 강화해야"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현재 가장 필요한 것은 중국의 한반도에 대한 근본 이익이라 할 '지정학적 이익에 대한 근본적 검토'다.

중국에게 있어 한반도는 국경을 접한 인접국으로, 그리고 수도 베이징과 가까운 지역으로 안보적 중요성이 크다고 인식하고 있다. 특히 한국과 동맹국인 미국의 군대가 주둔하고 있어, 자국의 국가 목표인 타이완과의 통일과도 연관된 지역으로 인식한다. 즉 중국 및 동아시아에 대한 미국의 위협이 현재화되고 있다고 인식하는 것이다. 또한 친미적인 통일 한국이 성립될 경우, 국경선 바로 건너편에 반중적인 신흥 강대국이 존재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러기에 중국에게 있어 북한은 혈맹으로 포기할 수 없는 완충지며, 그 결과 천안함 테러에 대해서도 국제사회의 준칙과는 배치되는 입장을 보이면서, 북한을 배려하고 있는 것이다. 과연 지정학적 이익은 지금도 그렇게 큰 것일까?

글로벌화하고 있는 세계에서 군대의 주둔은 예전과는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신속기동군으로의 편제나 전 지구적인 순환 배치 등이 그 예다. 전쟁의 양상 역시 전자전 등 소위 비대칭적 전쟁이 증가하고 있다. G2로까지 일컬을 정도로 중국의 국제적 위상은 커지고 있고, 중국의 '책임있는 대국'으로서의 역할이 요청되고 있다. 여기에서 중-미간의 협력은 갈등 요소에도 불구하고, 점차 강화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한-중 관계도 예외가 아니다. 5년 후인 2015년 양국은 교역 규모를 3천억달러로 올리기로 합의했고, FTA의 신속한 추진을 중국측은 원하고 있다. 전 지구적 협력이 강화되고 있는 지금, '과거 전통적인 지정학적 이익'이라는 관점은 당연히 감소하거나 변화하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중국 수뇌부 일부에서는 미래보다는 과거의 시각에서 한반도를 바라보고 있는 듯하다.

중국의 주장대로, 한반도 문제는 당사자가 해결하도록 중국이 협조해야 한다. 역사적으로도 중국의 한반도 문제에 대한 개입은 중국의 내정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쳤다. 임진왜란은 명나라 멸망의 한 요소로, 청-일 전쟁은 청나라 멸망의 한 요소가 됐다. 올해 60주년을 맞이하는 한국전의 참전(항미원조)으로, 중국은 자국 발전이 30여년 지체될 정도로 어려운 시기를 겪었다. 당시에는 개입할 만큼 큰 지정학적 이익이 있었다 하더라도, 지구화하는 협력의 시대인 지금의 모습은 다르다. 이런 점에서 중국은 '반보에서 한 보를 더 나와' 국제사회의 준칙에 맞는 역할을 한반도 및 세계에서 수행해야 한다. 그것이 또한 미래적인 중국의 새로운 국가이익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