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준 대표를 비롯한 한나라당 지도부가 3일 `6.2 지방선거' 패배에 대한 책임을 지고 전격 사퇴를 선언했다.
정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최선을 다했지만 국민의 마음을 얻지 못했다"면서 "선거 결과를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이번 선거의 책임을 맡은 선대위원장으로서 책임감을 느낀다. 이 자리를 빌려 사퇴의 뜻을 밝힌다"고 말했다.
정 대표는 또 "이번 선거는 여야 정치인들이 협력해 국정 현안을 풀어나가라는 국민의 준엄한 당부"라면서 "한나라당은 이번 선거를 국민의 사랑을 되찾을 수 있는 계기로 삼겠다"고 자성했다.
정병국 사무총장도 "선거를 총괄한 사무총장으로서 당 대표와 당원 동지들의 뜻을 제대로 받들지 못한 것에 대해 무한책임을 느낀다"면서 "모든 책임을 지고 사임하겠다"고 말했다.
정 대표와 정 사무총장 이외에 다른 최고위원들도 동반 사퇴했다.
다만 당무가 아닌 원내 문제를 총괄하는 김무성 원내대표와 고흥길 정책위의장은 현직을 그대로 유지하게 된다.
한나라당은 이후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리기로 했으며 오는 7일 정 대표 주재의 마지막 최고위원회의를 열어 비대위 구성안을 의결키로 했다.
한나라당 비대위 체제는 지난 2003년 10월 대선자금 수사 문제로 최병렬 대표 체제가 위기에 처했을 때 당시 이재오 사무총장을 중심으로 비대위를 구성한 이후 이번이 처음이다.
조해진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앞으로 전당대회까지는 비상대책기구를 구성해 당을 운영하게 된다"면서 "비상대책기구 설치 문제는 김 원내대표와 고 정책위의장, 사무총장 등이 함께 논의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비대위원장은 김 원내대표가 맡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한나라당 지도부의 총사퇴 및 비대위 체제 전환은 지방선거에서 드러난 민심 이반을 수습하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해석된다.
한나라당은 수도권 `빅3' 광역단체장 가운데 서울과 경기를 어렵게 이기긴 했으나 인천과 함께 전통적 텃밭인 경남과 강원을 내주고 기초단체장과 광역의원, 기초의원 등에서도 패배하면서 지도부 책임론이 제기돼 왔다.
특히 당내에선 선거패배에 따른 충격을 극복하고 오는 2012년 총선과 대선을 준비하려면 당 쇄신과 함께 전면적인 국정쇄신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하고 있어 주목된다.
수도권의 한 초선 의원은 "국민이 뽑은 대통령을 빼고 전부 바꿔야 한다. 청와대 참모진과 내각을 전면 쇄신해야 한다"면서 "그것이 여권이 사는 길이고, 국민의 용서를 구하는 길"이라고 말했다.
친박계 한 의원은 "일방통행식 국정운영 방식을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여권 일각에선 이명박 대통령이 민심수습을 위해 적절한 시기에 청와대 참모진과 내각에 대한 개편을 추진하고 중도실용 기조 강화 등 국정운영 방식에 변화를 주지 않겠느냐는 관측을 제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