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프로야구에서 22년간 포청천으로 잔뼈가 굵은 짐 조이스(55) 심판은 지난 3일(한국시간) 아마도 인생에서 가장 긴 밤을 보냈을것이다.
13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메이저리그에서 통산 21번째 퍼펙트게임으로 기록될 경기를 자신의 손으로 망쳤기 때문이다. 대기록을 눈앞에서 도둑맞은 디트로이트 투수 아만도 갈라라가에게 눈물로 사죄했지만 사태는 그것으로 일단락되지 않았다.
너무나 명백한 오심을 저지른 탓에 미국 언론과 팬은 들끓었고 백악관까지 나서판정 번복을 요구했을 정도로 파장은 컸다.
월드시리즈 2회 포함해 포스트시즌에서 11차례, 올스타전에 두 번 출장하며 능력을 인정받았던 조이스의 이력도 큰 타격을 입었다.
조이스 오심 파문이 이슈로 떠오르면서 돈 던킹어, 브루스 프로밍 등 오심의 대명사로 여겨졌던 추억의 심판 이름이 새삼 등장하고 있다.
미국 스포츠전문 잡지 스포츠일러스트레이티드는 인터넷판에서 메이저리그 팬들을 경악하게 했던 희대의 오심 10장면을 꼽았다.
퍼펙트게임 직전 명백한 아웃을 세이프로 둔갑시켜 노히트 노런마저도 수포가 되게 한 조이스의 판정이 최악의 불명예를 안았다.
기억에 남는 오심은 역시 큰 경기에서 자주 나온다.
2007년 내셔널리그 디비전시리즈 진출권을 놓고 샌디에이고와 콜로라도가 벌인 단판 승부에서 팀 매클랜드 주심의 오심 또한 많은 화제를 낳았다.
연장 13회 샌디에이고가 2점을 얻어 승기를 잡았으나 콜로라도는 공수 교대 후 샌디에이고 마무리 트레버 호프먼을 두들겨 3점이나 뽑아며 기적과 같은 역전승을 일궜다.
그러나 결승점을 뽑을 당시 3루에서 태그업했던 맷 할러데이가 샌디에이고 포수마이클 배럿에 막혀 홈을 찍지 못했지만 매클랜드 주심은 세이프로 오판, 경기는 그것으로 끝났다.
1996년 뉴욕 양키스와 볼티모어의 아메리칸리그 챔피언결정전 1차전에서 데릭 지터(양키스)가 때린 타구를 볼티모어 우익수 토니 타라스코가 뛰어 잡기 전에 팬이낚아챘지만 우익선상에 있던 심판 리치 가르시아가 '당당하게도' 홈런으로 인정, 승부의 흐름을 뒤바꾸기도 했다.
돈 던킹어는 1985년 세인트루이스와 캔자스시티간 월드시리즈 6차전에서 9회 문제의 조이스 심판처럼 1루에서 아웃을 세이프로 잘못 판정해 큰 물의를 빚었다.
시리즈 전적 3승2패로 앞섰던 세이트루이스는 그 경기에서 1-0 리드를 지키지 못하고 2-1로 역전패했고 7차전에서 0-11로 대패, 우승트로피를 뺏겼다.
프로밍은 조이스처럼 오심은 하지 않았으나 스트라이크를 볼로 판정해 퍼펙트게임을 망쳤다는 평을 듣는 '확신범'이다.
1972년 시카고 컵스와 샌디에이고 경기에서 컵스 투수 밀트 파파스는 퍼펙트게임에 한 타자만 남겼고 대타 래리 스탈과 풀카운트 접전을 벌였으나 당시 2년차 프로밍 심판이 마지막 연속 2개의 공을 볼로 판정, 볼넷을 내주고 말았다.
프로밍은 최근 뉴욕타임스와 인터뷰에서도 "볼이었던 것을 확신한다"며 자신의 판정에 자긍심을 나타냈다.
1999년 양키스와 보스턴의 아메리칸리그 챔피언결정전 4차전에서는 '유령 태그'사건도 일어났다.
2-3으로 끌려가던 보스턴이 8회말 1사 1루의 동점 찬스를 잡았다.
존 발렌틴의 땅볼을 잡은 양키스 2루수 척 노블락이 2루로 달려오던 주자를 태그하고 1루에 공을 뿌려 병살타를 완성했는데 주자의 몸에 노블락의 글러브는 닿지도 않았다.
태그를 하는 척했던 노블락의 눈속임 동작에 2루 심판 팀 치다가 그대로 속아 넘어가면서 양키스의 승리로 경기는 끝났다.
이처럼 오심은 심판이 불순한 의도를 품어 발생한다기보다 눈앞에서 뻔히 지켜봤음에도 무엇에 홀린 듯 정반대로 판정해 일어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한국야구위원회 소속 심판들도 "경기가 3시간을 넘어가면 심판들의 집중력이 현저히 떨어진다"고 입을 모은다.
심판 개개인의 집중력이 가장 중요하나 양팀 선수들이 경기를 빨리 치르는 것도오심의 가능성을 줄이는 한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