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상우 (경원학원재단 상임이사)
[경인일보=]지방자치단체 선거 파동에 묻힐 일이 아니다. 한 시간강사가 목숨을 걸고 대통령에게 하소연 한 교수채용 비리 사건을 말한다. 그는 유서에서 "교수 한자리 1억5천만, 3억이라는 군요. 저는 두 번 제의 받았습니다. 대략 2년 전 지방의 한 대학에서 6천만원, 두 달 전 경기도 한 사립대에서 1억 원을 요구 받았습니다"라고 썼다. 한동안 잠잠하던 채용 비리가 또 터진 것이다. 이번엔 당사자가 겪었던 경험담을 적나라하게 폭로했다. 시간강사 10년 경력의 그는 "돈 없으면 교수도 못하는 것이냐"며 대학의 악패질에 분노를 드러냈다. 당일 여러 신문에 소개된 교수채용 부정사례를 보면, 저절로 얼굴이 붉어진다. '서울 소재 대학은 5억, 경기도 소재 대학은 3억, 지방은 1억, 교육여건이 나쁜 2년제 지방 대학에선 수천만 원씩을 요구하는 것이 공공연한 비밀이라고 한다'. 학생들 보기가 민망하고, 부끄럽다. 대학마다 '세계 수준의 글로벌화'를 외치면서 언제까지 이런 작패를 계속할 것인가. 한 없이 비겁한 짓이다.

대학가의 교수채용 비리 사(史)는 196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돈이 부족한 상당수의 사립대학들이 입학 부정과 교수채용 부정으로 돈을 끌어모아 건물을 지으며, 대학을 확장해 나갔다. 일부 대학은 교수채용에 아예 얼마씩의 공정가격을 매겼다고 한다. "돈은 없고, 국가산업 발전을 일으키자니 어쩔 수 없었다"는 말도 아닌 핑계를 대면서…. 그것은 1970년대에 극에 달했고, 무치(無恥)적 행태는 대학사회를 깊고 넓게 상처를 입혔다. 얼마나 그 뿌리가 깊었으면, 전설 같은 이야기가 아직도 현실로 나타나고 있는가.

교수채용 부정이 결단코 안 되는 이유는 간단하다. 학생들을 보호하기 위해서다. 부정으로 실력도 없는 사람을 교수로 뽑으면, 그건 곧바로 학생 실력의 질 저하로 이어진다. 옛날처럼 우물 안 개구리로 키워서는 안 된다는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지 않은가. 저질재료를 쓰면 저질상품이 나올 수밖에 없다. 우수한 학생을 키우려면 우수한 교수가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귀한 등록금을 받은 만큼, 좋은 교수를 뽑아 잘 가르쳐야 한다. 이것이 첫 번째 이유다. 두 번째는 청결한 학문시장과 학자를 지저분한 쓰레기로부터 보호하기 위해서다. 연구논문 뿐 아니라, 능력도 별 볼일 없는 자가 교수로 발탁됐을 경우, 연구능력이 우수한 학자마저 병들게 한다. 미꾸라지 한마리가 웅덩이 물을 흐려놓듯이 연구 분위기를 잡치게 한다. 연구능력이 없는 자를 부정으로 뽑아서는 안 되는 이유다. 세 번째는 구성원들의 정신적 황폐화를 우려해서다. 슬쩍, 부정으로 교수채용하면 구성원들이 모를 것 같지만, 암암리에 다 안다. 모르는 척 하는 것뿐이다. 연구실 불을 끄게 하고, 우수 교수를 힘 빠지게 해서는 안 된다는 말을 하는 것이다. 부글부글 썩고 냄새 나는 곳에서 무슨 대학 발전이 이루어지겠는가.

지금까지 이야기한 것을 역으로 보면, 어떤 유형이 의혹의 대상인지 금방 알 수 있다. 연구논문도 포트폴리오도 시원치 않고 이상한 데 교수가 된 경우, 학벌도 경력도 별 볼일 없는데 교수가 된 경우, 영어 강의도 못하면서 교수가 된 경우가 그 범주에 해당된다. 요즘엔 국문학이나 국어학과를 제외하고 영어강의로 강의를 평가 받아야 한다. 특히 연구업적이 신통치 않은데 교수가 됐다고 하면 '의혹대상 1호'다.

방법은 법 적용을 강화하는 길 뿐이다. 교수채용 비리에 가담한 자들은 물론이고, 비리를 청탁한 사람도 법이 허용하는 한 최대로 처벌해야 한다. 교육계에서 영원히 발 못 붙이도록 하면 더 좋다. 교수채용 비리만은 특례법을 제정해서라도 엄중히 다루어야 한다. 무기명 투서를 수사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보통 무기명 투서는 수사를 안 하는 게 관행이다. 그러나 교수채용 비리만은 무기명도 용인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척결되지 않는다. 대명천지 밝은 날에 그것도 대학에서 교수채용에 5억, 3억 해서야 되겠는가. 교수채용 비리는 학생도 학문도 학교도 다 망치는 길이다. 시쳇말로 학생들에게 '쪽' 팔리지도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