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필자가 학창시절 때 들었던 똑같은 우스갯소리의 교장 답변은 '원래 국산은 다 그래요'였다. 그랬던 것이 우리나라 공산품의 품질이 좋아지면서 중국산으로 바뀐 것이다. 공산품뿐 아니라 농산품이나 심지어 한약재도 그 품질이 좋지 않으면 중국산 아닌가 한 마디쯤 하는 것이 요즘 현상이기도 하다.
이렇게 중국산을 우습게 여겼던 것은 아마도 이전에는 없었지 않았나 생각된다. 중국에 공산국가가 세워지고 문화혁명을 거치면서 경제발전에 뒤처지는 동안 우리나라는 고속의 경제발전을 이루어 지금의 위치에 올 수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현상이다.
그런데 중국에 여러 번 갔다 온 기업가의 견해에 의하면 중국산이라고 무시하는 시절이 곧 끝날 것이라고 한다. 특히 중국이 지난 2008년 올림픽과 지금 진행되고 있는 2010 상하이 엑스포를 거치고 나면 옛날처럼 우리나라를 모든 면에서 앞서게 될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이다.
지금까지는 중국이 생산기반을 확충하기 위하여 전 세계로부터 기업을 유치하고 필요한 자재를 구입하는 단계였기 때문에 우리나라도 그 덕을 많이 보았지만 중국의 생산기반 확충이 마무리되는 시점에서는 그곳에서 생산된 제품들이 전 세계로 뿌려질 것이고 그렇게 되면 품질면에서 월등한 우위를 지니지 못한 분야는 경쟁에서 밀리게 될 것이며 그 결과 우리나라의 경제가 무너지게 될 것이라는 것이다.
그 기업가는 다음과 같은 말도 덧붙였다. 자신은 중국에 가서 중국 젊은이들이 하는 발마사지를 받고 왔지만 다음 세대에는 우리나라 젊은이들이 중국에 가서 2등 시민으로 살면서 중국 사람들의 발을 마사지하게 될 것이라고. 그런데 이런 흐름을 바꿀 수 있는 길은 얼마 남지 않은 시간 동안이라도 우리나라 경쟁력을 확고한 우위에 올려서 계속 중국에 한 발 앞서 가는 길밖에 없다고 하였다. 우리나라의 대기업 노조를 중국에 수출하면 시간은 좀 더 벌 수 있다는 농담을 하기도 하였다.
중국 대륙이 통일되어 흥하게 되면, 항상 우리나라가 핍박받아 왔던 역사를 생각하여 보면, 이런 말을 그냥 지나가는 말로 치부하기 어려웠다. 32권으로 번역되어 나온 야마오카 소하치의 '도쿠가와 이에야스'를 보면 임진왜란의 당사자는 우리나라와 일본이 아니었고, 결국 강화조약도 명나라와 일본이 하는 것으로 나타나 있다. 우리나라는 단지 전쟁터였던 것뿐이었다. 전쟁으로 인한 피해는 대부분 우리나라가 입으면서 원군으로 왔던 명나라에 다시 피해를 입었다.
조선 말기에 청나라와 일본제국에 온갖 수모를 당한 것을 생각하여 보면 현재 우리나라 제품이 일본 제품보다 더 좋은 평가를 받고, 우리나라 사람들이 중국에 여행하면서 중국 사람들을 무시한 것이 뉴스거리로 나오는 것을 보면 정말 괄목상대할 만한 발전을 이룬 것이다.
그런데 자칫 잘못하면 이런 시절이 끝날 수도 있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무거웠다. 다른 나라에 가더라도 경쟁력 있는 의사나 기술자 같은 사람들은 우리나라를 떠나더라도 삶의 질에 커다란 변화가 없지만 오로지 우리나라에서만 자기 역할을 할 수밖에 없는 법률가나 공무원들 특히 정치인들은 다른 나라에 가면 막노동밖에 할 것이 없어 결국 떠나는 결정을 하기 어렵고 마지막까지 남아서 패자들만의 이전투구를 하게 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상상을 하였다.
처음처럼 찾아온 우리나라의 부흥기를 지속하는 것이 이 시대를 사는 사람들이 다음 세대를 위해 기필코 완수해야 하는 의무이며, 그 의무감이 특히 이번 지방선거에서 선출된 정치인들의 마음속에도 깊이 새겨져 있기를 희망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