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기상청에서 산성비를 측정하는 곳은 안면도, 제주도 고산, 포항, 울릉도, 이렇게 총 4개소가 있다. 이는 편서풍의 영향으로 중국에서 발생한 오염물질의 이동경로를 파악하기 위한 것이 주목적이기 때문에 포항을 제외하고는 오염물질 배출원이 거의 없는 청정지역이 선택되었다. 이 중 제주도 고산의 경우 평상시 빗물의 산성도는 Ph 4.0~4.8 정도로 빗물로서는 비교적 강하다고 볼 수 있는 수치를 나타내며, 심할 경우는 Ph 3.8까지 나타나기도 한다.
청정지역임에도 불구하고 산성비가 내리는 원인으로는, 앞에서 언급했듯 중국에서 배출된 오염물질이 편서풍을 타고 우리나라까지 날아오기 때문으로 연중 큰 차이를 보이지는 않는다. 그러나 봄철에는 산성도가 Ph 6.5 내외로 유난히 Ph 값이 높게 나타나는 경우가 있다. 바로 황사가 날아올 때이며, 이때 비가 내리게 되면 황사에 포함된 칼슘이나 마그네슘 등의 광물질로 인해 빗물속의 수소이온이 제거되어 산성도가 크게 낮아지는 것이다.
그런데 황사가 주로 봄에 많이 발생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겨울에는 황사 발원지의 토양이 꽁꽁 얼어붙게 된다. 따라서 모래먼지가 바람에 날리지 않아 황사가 잘 발생하지 않게 된다. 여름에는 많은 비가 내리고 여름부터 가을에 걸쳐서 초지가 발달하게 되기 때문에 역시 황사는 잘 발생하지 않는다. 반면 봄철에는 겨우내 얼었던 대지가 녹게 되지만 비는 잘 내리지 않으며 건조한 상태가 오래 지속되는 경우가 많다. 이때 강한 저기압이 황사 발원지에 나타나게 되면 건조해진 지면의 모래먼지들이 바람을 타고 하늘로 올라가게 된다. 그리고 뒤이어서 발달한 고기압이 이 황사들을 우리나라로 밀고 오는 것이다.
아무튼 산성비가 자주 내리게 되면 토양과 호수가 황폐화되고 토양의 미생물이 죽게 되어 낙엽 등 생물의 사체가 제대로 분해되지 못하며 식물들, 특히 침엽수나 상록수 등이 치명적인 피해를 입게 된다. 황사가 한 차례 발생할 때마다 약 100만t의 토양입자가 날리게 되며, 이 중 한반도에는 약 5만~9만t가량이 쌓이게 된다. 황사가 바다에 낙하하게 되면 바다에 육지의 유기염류를 공급해 주기 때문에 플랑크톤 등 해양 생태계에도 좋은 영향을 주게 된다. 이렇듯 황사는 사람이나 동물의 호흡기와 기계류에 좋지 않은 영향을 주는 불청객만이 아닌, 나름대로 이로운 영향을 주기도 한다.
하지만 황사와 함께 날아오는 중국의 공업단지에서 배출되는 각종 오염물질들 때문에 이런 황사의 이로운 점도 묻혀버리게 된다. 그리고 아무리 이로운 점이 있다고 하더라도 역시 개개인에게 있어서는 호흡기에 악영향을 주는 모래먼지일 뿐이므로, 황사가 올 때에는 외출을 자제하고 철저한 문단속 및 자기관리를 통해 스스로의 건강을 지켜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