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준구 (논설위원)
[경인일보=]6·2 지방선거에서 진보 성향의 교육감이 6명이나 당선됐다고 떠들썩하다. 당장에 이 나라의 교육정책이 송두리째 뒤흔들릴 것 같은 분위기다. 이번 선거에서 김상곤 경기도교육감을 비롯해 곽노현 서울특별시교육감과 강원, 전남·북, 광주광역시 교육감 등 6명의 진보 교육감이 탄생했다며 세간의 화제가 되고 있는 것이다.

보수와 진보의 사상싸움이 계속 이어지면서 한국 사회는 이제 교육계까지 진통을 겪는 것일까? 공영방송의 토론회에서 김상곤 후보는 상대 후보로부터 '친북 좌파세력이 아니냐'는 공격을 받았다. 그러나 그는 '경영학과에서 인사와 노무를 전공한 자유주의 시장경제론자'라고 답했다. 냉전시대의 산물인 좌익과 우익에서 출발한 이념의 논쟁이 냉전 종식과 미국의 신자유주의 경제정책 이후 보수와 진보의 차이가 명확하지 않은 상태에서 교육에까지 보수와 진보 논쟁이어서 이를 지켜보는 교육수요자들은 혼란스럽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한국에서는 진정한 보수, 진보가 없다는 말도 나온다. 보수세력은 뿌리가 없으며 진보세력 역시 확고한 정체성을 확립하지 못해 양자의 투쟁은 진정한 의미의 사상 투쟁이 아니라는 지적이다. 그래서 진보와 보수의 출발점은 동일하다는 견해도 있다. 그 출발점은 바로 '사람에 대한 사랑'이며, 그 목표를 구현하기 위한 시각과 방법의 차이일 뿐이라는 것이다.

미국이나 유럽의 정당은 주로 보수, 진보를 떠나 적절히 조율하고 타협하는 방향으로 나가고 있는 현실에서 우리 사회가 극단적인 이념 논쟁에 휘말려 교육에서까지 보수와 진보를 가르는 것은 혼란스럽다. 김상곤과 곽노현 당선자는 '반 MB 교육, 혁신학교, 무상급식'을 핵심 공약으로 내세웠다. 현 정부의 교육정책에 반기를 들고, 전교조 교사들의 징계를 유보했다는 이유로 일단 진보성향으로 분류된 사람들이다.

특히 1년 2개월 전 주민 직선에서 '김상곤의 무상교육' 공약은 전국적인 의제가 됐고, 야당의 핵심 공약으로 채택되기도 했으며, 나아가 많은 유권자가 교육감 선거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계기가 되기도 했다. 지금도 찬반 논란과 함께 무상교육이냐, 무상급식이냐는 논쟁을 불러일으키고는 있지만 언론은 결국 그를 '스타'로 만들어주었다. 가장 예민한 '표'를 얻기 위한 공약이었다고는 하지만 일단 학부모들로부터 많은 공감을 얻어내 재선에 성공했다. 자립형 사립고와 같은 특권교육도 반대했다. 이같이 보편적인 평등교육을 강조했기에 진보로 분류하는데 주저함이 없었다.

그러나 교육에 있어서의 보수-진보 논쟁은 교육은 없고 권력만 존재하는 투쟁과 당파 싸움으로 변질될 것을 우려해야 한다. 파벌 싸움이 창궐하는 정치적 논리로 교육의 미래를 지배할 권한은 누구에게도 없기 때문이다. 교육의 마당은 보수와 진보가 파벌 싸움하는 곳이 아니라 우리의 미래가 있는 곳이다. 보수든 진보든 중도든 모두가 교육을 받아야 하는 학습권 아래에 존재한다. 당선자든 낙선자든 이를 명심해야 하는 이치다.

특목고, 자사고, 국제고, 평등교육, 무상교육, 무상급식, 수월성 교육, 혁신학교 등등 수없이 많은 정책의 혼선을 자초한 것이 우리 교육의 현실이다. 학생들이 시험에서 정답을 찾듯이 끝없이 명쾌한 정답을 찾아나서야 하는 것이 교육정책이다. 더욱이 학생에게 주어진 신성한 학습권과 교육 종사자들의 교권은 정부와 정치, 경제, 그리고 보수와 진보로부터 완전 독립돼야 한다. 이는 누구도 우리의 미래를 지배할 수 없는 영역이기 때문이다.

다만 진보면 진보대로, 보수면 보수대로 서로의 정책들을 경쟁해가면서 우리의 미래를 설계해 나가야 하는 책무만이 있을 뿐이다. 무상급식과 혁신학교는 진보고, 저소득층 무상교육과 자사고는 보수라는 이분법적 논거보다는 어느 것이 교육 현장에 부합하는가를 따져보면 될 일이다. 그리하여 어떤 철학과 실천 방안이 교육 현안을 해결하는데 타당한 지는 정치적 논쟁이 아닌 정책집행 결과에 따라 4년후 엄격하게 평가하면 되는 것이다. 어느 성향의 교육감이든 학습권과 미래지향적인 교육혁신을 최우선으로 해야 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