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일보=취재반]'B조, 최후에 웃는 자는 누구인가'.

7회 연속(통산 8회) 월드컵 본선 무대를 밟은 한국은 유럽의 복병 그리스, 남미의 강호 아르헨티나, 아프리카의 대표 주자 나이지리아와 B조 조별리그에서 두 장의 16강 진출 티켓을 다툰다. 지난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 '4강 신화'를 창조했던 한국은 사상 처음으로 해외 월드컵에서 조별리그 통과에 도전장을 던졌다. 그러나 객관적으로 남아공 월드컵 본선에서 한국의 사상 첫 원정 16강 도전은 그리 녹록지 않다.

■ "대한민국"

박지성 전술변화 핵심… 해외파 베스트멤버 출격

허정무 감독은 2승1패 또는 1승2무를 16강 통과를 위한 마지노선으로 제시했다. 그리스를 반드시 꺾고 나서 아르헨티나, 나이지리아를 상대로 1승1패 또는 2무승부를 기록해야 한다.

대표팀은 개막 다음 날인 12일(이하 한국시간) 그리스와 16강 진출을 점쳐 볼 수 있는 첫 관문인 B조 개막 경기를 갖는다. 한국이 그리스를 상대로 승점 3점을 챙기며 첫 단추를 잘 끼운다면 상승세를 타며 한 수 위 전력으로 평가되는 아르헨티나, 나이지리아와 경기에서 힘을 낼 수 있다.

▲ 대한민국 대표팀

하지만 그리스에 발목을 잡힌다면 조별리그 통과는 사실상 물 건너간다. 그리스와 1차전이 사상 첫 원정 16강 진출 운명을 가름하는 일전인 셈이다.

허정무 감독은 그동안 대표팀 운영 과정에서 4-4-2 전형을 기본으로 하고 상황에 따라 4-2-3-1 포메이션으로 변화를 주기도 했다. 전술 변화의 핵심에는 역시 박지성이 있었다. 박지성이 이청용과 함께 좌·우 미드필더로 뛰다 중앙 공격형 미드필더로 자리를 옮기면서 자연스럽게 포메이션의 변화가 뒤따랐다.

한국은 어느새 골키퍼를 제외하면 해외파로만 베스트 멤버를 꾸릴 수 있을 만큼 유럽 등 외국 리그에서 뛰는 선수들이 많아졌고, 이들이 대표팀에서도 주축으로 활약하고 있다. 골 결정력이 뛰어난 박주영과 '왼발의 달인' 염기훈, 좌우측 풀백 이영표, 차두리 등 쟁쟁한 선수들이 포진했다.

■ "그리스"

'명장' 레하겔감독, 상대팀 공격력 좋으면 수비강화

2004년 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2004) 정상에 오르며 세계를 놀라게 했던 그리스는 유럽팀 중 해 볼 만한 팀이지만 '명장' 오토 레하겔 감독의 지휘 아래 탄탄한 수비를 바탕으로 역습으로 한 방을 노리는 만만찮은 상대다.

▲ 그리스 대표팀

그리스는 레하겔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뒤부터 중요하다고 여겨지는 경기에는 수비라인에 5명을 포진하는 파이브백(5-back) 시스템을 구사했다. 반드시 이겨야 할 경기에는 포백(4-back) 수비를 구사해 왔으나 지지 말아야 하거나 공격이 활발한 팀에는 수비가 더 두터운 파이브백 수비를 가동했다. 파이브백은 좌우에 있는 날개들이 미드필더와 전방을 오가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스리백(3-back)과 같은 말로 통한다. 하지만 그리스는 수비 일변도 전술이 일상화한 만큼 그리스 취재기자와 협회 관계자는 '3-4-3' 포메이션보다는 '5-2-3' 포메이션이라는 말을 썼다. 미드필더 2명이 순간적으로 수비에 가담하면 수비가 7명으로 두터워지고 한국으로서는 위험지역에 공간을 만들기가 까다로울 것으로 예상된다.

역대 A매치 맞대결에선 한국이 1승1무로 앞서 있으나 월드컵 유럽예선에서 10골을 뽑으며 득점왕에 오른 테오파니스 게카스는 경계대상 1호로 꼽힌다. 191㎝ 장신 골잡이 앙겔로스 하리스테아스를 비롯해 전문키커 요르고스 카라구니스, 멀티 플레이어 카추라니스가 대표적인 선수다.

■ "아르헨티나"

화려한 개인기 '메시' 등 세계정상급 선수 즐비

그리스를 넘어도 조 1위가 유력한 아르헨티나가 기다린다. 한국은 아르헨티나와 17일 오후 8시30분 요하네스버그의 사커시티 스타디움에서 맞붙는다.

4-4-2 전형을 구사하고 있는 아르헨티나는 우여곡절 끝에 월드컵 남미예선을 통과했다. 그러나 화려한 개인기를 자랑하는 리오넬 메시, 카를로스 테베스, 세르히오 아게로, 디에고 밀리토 등 이름만 들어도 알 수 있는 세계 정상급 선수들이 즐비하다. 특히 메시는 소속팀이 바르셀로나에서 밥먹듯이 해트트릭을 기록하는 등 골감각이 절정에 이르고 있다.

▲ 아르헨티나 대표팀

지도력 불안을 떨쳐내지 못한 디에고 마라도나 감독이 지휘봉을 잡고 있고 조직력이 완성되지 않았다는 점은 한국으로선 믿을 구석이지만 전통 강호의 저력을 무시할 수 없다.

게다가 아르헨티나와 경기가 열리는 요하네스버그는 해발 1천753m다. 허정무 감독은 지난 1월 해발 1천233m의 남아공 루스텐버그에서 보름여 전지훈련으로 고지대 적응 훈련을 했다. 한국은 아르헨티나와 네 차례 맞대결에서 1무3패로 약했다.

한국팀에 대해 거스 히딩크 전 한국 대표팀 감독이 일침을 놓았다. "메시보다 첫 경기에나 신경을 써라. 팀 대 팀으로 경기하라"고 말이다.

■ "나이지리아"

사실상 홈무대 이점… 아프리카 전통강호 저력

이제 한국은 남은 한 장의 티켓을 기대하는 나이지리아와 일전을 벌여야 한다. 한국은 23일 오전 3시30분 더반의 모세스마비다 스타디움에서 '슈퍼이글스' 나이지리아와 조별리그 마지막 대결을 벌인다.

한국 축구 대표팀이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에서 상대할 '슈퍼 이글스' 나이지리아는 아프리카에서 손꼽히는 전통의 강호다. 나이지리아는 남아공 월드컵 예선에서 4-4-2 포메이션을 기본으로 하고 4-2-3-1과 3-4-3 진용을 병행했다. 2차 및 최종예선 12경기(9승3무)를 치르면서 20골을 넣고 5골만 내줬다.

▲ 나이지리아 대표팀

두 차례나 아프리카 네이션스컵을 제패하고 1994년 미국 대회와 1998년 프랑스 대회에서 2회 연속 월드컵 16강에 올랐다. 이번 남아공 대회는 통산 네 번째 월드컵 본선 무대다. 나이지리아는 1994년 미국 대회 때 처음 월드컵 본선에 진출했고 1998년 프랑스 대회에서도 2회 연속 16강에 오르며 아프리카 축구의 간판으로 자리매김했다.

나이지리아는 지난 2월 말에 외국인 감독인 라르스 라예르베크 감독을 어렵게 확정하고 어수선한 팀 분위기로 어려움을 겪었지만 그래도 홈 개최지와 다름 없는 아프리카 팀이라 무시할 수 없다. 특히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첼시의 미드필더 존 오비 미켈과 에버턴에서 뛰는 중앙수비수 조셉 요보, 공격수 아예그베니 야쿠부 등이 나이지리아의 키플레이어로 꼽힌다. 한국은 나이지리아와 역대 A매치 전적에서 2승1무로 앞서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