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일보=]지난 달 대학 시간강사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10년차 시간강사였던 그는 월평균 150만원으로 생활고에 시달린 나머지 극단의 길을 택한 것이다. 이러한 대학 시간강사 자살 사건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시간강사는 시간당 3만원 정도 낮은 임금으로, 전임교수의 10분의 1정도이다. 경제적인 어려움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이들은 교원으로 인정받지도 못한 채 '일용잡급직'으로 분류되어 교원으로 누릴 수 있는 최소한의 권리마저 외면당하고 있다. 이런 대학 시간강사와 관련한 일이 일어날 때마다 우리 사회는 항상 강사 개인의 문제로 돌리기에 바쁘고, 일어날 당시는 처우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높이다가 조금 시간이 지나면 그냥 묻혀버리기 일쑤다. 특히 교수의 논문 대필과 교수 채용에 대한 대가를 요구한 점은 우리에게 충격을 주고 있다. 가장 공정하고 투명해야 할 학문의 전당인 대학사회가 교수채용에서 뒷거래라는 불명예스러운 비리와 연관돼 있는 것은 우리 대학의 안타까운 현실이다. 물론 대학 시간강사의 문제는 하루 아침에 해결되리라 기대하지는 않지만 그 근본적인 문제는 이번에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한다. 지금 유치원을 비롯하여 초·중등 교원의 임용과 관련, 임용고시를 통해 얼마나 공정하고 투명하게 이루어지고 있는가? 그러나 대학 교수임용은 이와 달리 대학 자체 인사위원회와 대학재단의 학맥, 인맥으로 인해 비합리적이고 객관적이지 못한 임용이 이뤄지는 것이 원인이라고 생각된다. 또 다른 하나는 충분하지 못한 대학 재정 상태에 그 원인을 둘 수 있다.
세계적으로 대학 강사들의 교원 신분이 보장되지 않는 나라는 필리핀과 인도네시아 그리고 우리나라 정도라고 한다. 미국 등 다른 나라는 정년 보장 교수와 비정년 보장 교수로 구분할 뿐 교원 지위를 철저히 보장하고 있다. 우리의 대학 교육이 제대로 서기 위해서는 지금부터라도 시간강사들의 처우 개선에 대학과 정부가 적극 나서야 한다. 사실 대학교수는 강의 외에도 많은 시간을 할애하여 전공분야에 대한 연구를 부단히 해야 한다. 대학교수의 연구결과는 학술회의나 세미나를 통하여 책이나 전문학술지에 게재되어 정부 정책이나 산업 및 기타 분야에 기여하게 된다.
그러나 시간강사는 대학의 전임교원이 아니기 때문에 강의 외에는 할 수 없으므로 정상적인 학문발전도 수행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므로 이번 기회에 시간강사 문제에 대해 정부나 국회 차원에서 제도적 보완과 대책이 반드시 이루어져야 한다. 우선 최소한의 생존권을 보장할 수 있는 수준으로 시간강사의 강사료를 현실화하고 교원의 지위를 갖도록 고등교육법을 개정해야 한다. 그리고 4대 보험의 보장과 대학의 법정 교수 확보율을 높여 전임교수의 정원을 늘리고 시간강사들이 임용될 수 있는 제도로 고쳐야 한다. 이번에 자살한 시간강사 말처럼 돈으로 대학교수 자리를 사는 것이어서는 정말 안 된다. 대학 교수는 우리 모두의 선망의 직업이며, 최고의 지성 집단이다. 그러므로 고도의 전문지식과 식견을 가진 학자인 이들을 그야말로 초빙하고 모시는 자리가 되어야 한다. 이렇게 해야 대학의 신뢰와 학문의 권위도 얻을 수 있다. 결론적으로 고급 인력을 부실한 교육자원으로 활용하는 대학사회 구조는 이번에 반드시 고쳐져야 한다. 아울러 전임교원의 확보 없이 지금과 같은 시간강사를 통한 대학 교육으로는 더 이상의 국제 경쟁력을 기대하기 어렵다.
투표진행중
2024-11-18 종료
경기도는 김동연 경기도지사의 역점사업이자 도민들의 관심이 집중돼 온 경기국제공항 건설 후보지를 '화성시·평택시·이천시'로 발표했습니다. 어디에 건설되길 바라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