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일 2010남아프리카 월드컵 예선 그리스전을 응원하기위해 서울시청 앞 광장에 모인 시민들이 경기 시작과 동시에 대형 태극기를 펼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의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조별리그 첫 경기인 그리스전이 열린 12일 전국 곳곳에 비가 내려 월드컵 사상 처음으로 수중 응원이 펼쳐졌다.

   빗속에서도 거리에서 열정적인 함성으로 남반구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경기를 펼치는 태극전사에게 힘과 기를 불어넣으려는 시민은 다양한 수중 응원 방식을 선보였다.

   =수중 응원 다채…등산용 천막도 등장=
   ○…비가 오는 가운데 광장이나 공원 등에 모인 시민은 불편을 감수하고 갖가지 방식을 동원해 비를 피하며 열띤 응원을 펼쳤다.

   대표적인 거리응원 장소인 서울광장에서 잔디밭 위에 돗자리를 깔고 앉은 이들은 쉴새 없이 돗자리 위에 고인 물을 퍼내기도 했다.

   시민들은 우비나 우산을 쓴 것도 모자라 현장에서 한 업체가 나눠준 두꺼운 플라스틱 비닐봉지를 모자로 쓰거나 신발 덧신으로 이용하는 모습도 목격됐다.

   한 인터넷 등산 동호회 회원들은 등산용 간이 천막을 펼쳐놓고 여유롭게 비를 피해 주변의 부러움을 사기도 했다.

   =찬 음료수는 `찬밥'…뜨거운 커피 인기 `짱'=
   ○…최근 불볕더위가 이어지면서 거리응원 장소에는 시원한 음료수나 술을 파는 상인이 대거 몰려들었지만, 이들은 비가 온 데다 서늘한 바람까지 불어 판매 부진으로 낭패를 봤다.

   코엑스 앞 영동대로 근처에서 얼린 생수를 팔던 박정우(48)씨는 "생수를 400통이나 샀는데 거의 안 팔렸다. 남겨뒀다가 아르헨티나전에 팔아야겠다"고 푸념했다.

▲ 2010 남아공 월드컵의 한국 첫 경기가 열리는 12일 오후 서울종합예술학교(이사장 김민성)가 주최한 '월드컵 플래쉬몹-런코리아'가 성공리에 끝마쳤다. (연합뉴스)

   서울광장 주변에서 친구와 함께 맥주와 물, 음료를 판매하던 20대 여성도 "생각만큼 많이 팔리지 않았다. 기대치의 절반 정도 수준"이라며 "그나마 맥주는 어느 정도 팔렸는데 물이나 음료는 거의 팔리지 않았다"고 말했다.

   대신 비가 와서 몸이 젖은 시민은 대부분 따뜻한 음료를 찾았다. 영동대로 주변 커피전문점에는 따뜻한 커피나 차를 마시려는 시민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았다.

   =비에 젖은 신문지·종이상자에 쓰레기장 방불=
   ○…한국이 후반 초반까지 이정수와 박지성의 연속골로 2-0으로 앞서가자 응원 열기는 뜨겁게 달아올랐지만, 거리응원장에는 온갖 쓰레기가 버려져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아침부터 응원 인파와 상인이 몰려든 서울광장은 온종일 대형 쓰레기장을 방불케 해 광장 주변 인도와 지하철 시청역 입구에는 비에 젖은 신문지와 비닐봉지, 음료수병이 나뒹굴었다.

   쓰레기통이 충분히 마련되지 않아 허리 높이까지 쌓인 쓰레기 더미가 곳곳에서 목격됐다.

   코엑스 앞 영동대로 근처에도 지저분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시민들은 깔고 앉은 종이상자를 아무렇게나 버려 지하철 삼성역 8번 출구 앞에 널브러져 있었다.

   오후 7시 이후 빗줄기가 잠잠해지면서 축축해진 우비를 벗어 아무데나 버린 시민도 있었고, 길바닥에 떨어진 응원용 막대풍선도 눈에 많이 띄었다.

▲ 12일 오후 한강 반포지구에서 SK텔레콤 주최로 열린 2010 대한민국 국민응원전 '다시 한번 大~한민국'에 가수 싸이가 열창하고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오 권익위원장 상암경기장서 청렴 캠페인=
   ○…상암동 월드컵경기장에는 국민권익위원회 이재오 위원장이 젊은 응원객을 상대로 `청렴한 세상' 캠페인을 펼쳐 눈길을 끌었다.

   오후 4시40분께 경기장을 찾은 이 위원장은 지하철 6호선 월드컵경기장역 1번 출구에서 10여명의 대학생 자원봉사자와 함께 시민에게 홍보 배지와 팸플릿을 나눠줬다.

   젊은이 한 명 한 명에게 일일이 홍보 배지를 달아주며 "우리나라가 월드컵 4강에 들 수 있도록 오늘 열심히 응원하고, 우리 사회에 청렴문화가 정착돼 청렴 4강에도 들 수 있도록 정직하게 살아달라"고 당부했다.

   젊은이 대부분이 갑자기 다가와 배지를 달아주는 그를 어리둥절하게 바라봤지만 일부 젊은이는 이 위원장의 얼굴을 알아보고 먼저 다가와 적극적으로 사인을 받고 악수를 청하기도 했다.

   1시간30분간 홍보 활동을 한 이 위원장은 저녁을 간단한 도시락으로 때운 뒤 경기장 3층 VIP석에서 운동장에 놓인 대형 화면을 통해 전·후반 경기를 관람하며 응원 열기에 동참했다.

   =교도소에서도 `대∼한민국'=
   ○…교정시설에서 복역 중인 수형자들도 TV를 통해 그리스전을 시청하면서 `대∼한민국' 구호를 외치는 등 월드컵 열기를 지피는 데 힘을 보탰다.

▲ 12일 2010남아프리카 월드컵 예선 그리스전을 응원하기위해 서울시청 앞 광장에 모인 시민들이 대형 전광판을 보며 응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법무부에 따르면 전국 36개 교도소와 11개 구치소가 모두 5만여명의 수형자에게 2010 남아공월드컵 한국과 그리스의 경기 시청을 허용했다.

   수형자들은 규정상 오후 9시 불을 끄고 취침하게 돼 있지만, 이날만큼은 9시 이후에도 마음껏 TV를 틀어놓고 태극전사들의 한 동작, 한 동작에 눈을 떼지 못하며 응원의 목소리를 높였다.

   교정 당국은 아르헨티나와 예산 2차전도 생중계 시청을 허용하기로 했지만 23일 새벽 3시30분에 열리는 나이지리아전은 새벽 시간대라는 점을 고려해 녹화 시청으로 대체할 방침이다.

   =상암경기장 대형 마트 반짝 특수=
   ○…지하철 6호선 월드컵경기장역에는 정오께부터 붉은 옷을 입은 시민이 몰려들기 시작했지만 이들 대부분이 달려간 곳은 경기장 입구가 아닌 1층의 대형 마트였다.

   8시간 넘게 기다려야 경기가 시작되는 탓에 경기장에 들어가기 전 미리 간식이나 저녁거리를 준비하기 위한 것.

   마트 식료품 코너는 붉은 상의에 김밥, 컵라면, 생수 등을 비닐봉지 가득히 집어넣는 시민들로 북적거렸다.

   대학동기 7명과 함께 응원을 나왔다는 김모(24)씨는 "10시간 가까이 응원해야 하는데 배고프면 응원이 되겠나. 응원도 중요하지만 배 채우는 게 우선"이라며 익살스럽게 웃었다.

   경기장 입장은 오후 4시부터 가능한 탓에 푸드코트에도 입장 시간을 기다리며 미리 배를 채워두려는 응원객으로 가득 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