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던 어느 휴일 오후 "아이가 위독한데 병원에 피가 없다"는 절박한 연락을 받았다. 체면 불구하고 대한적십자사 김영철 사무총장께 도움을 청한 뒤 지정헌혈을 위해 황급히 뛰었다. 다행히 두 봉지의 피를 긴급히 공급받아 아이에게 수혈을 시작하였다. 그러나 한 봉지의 피가 다 수혈 되기도 전에 아이는 복사꽃처럼 화사한 모습으로 엄마 품에 안겨 하늘로 향하였다. '피만 충분히 있었더라면, 피를 조금만 더 빨리 구할 수 있었다면…'.
아들 또래인 녀석이 살아있었다면 지금쯤 대학에 진학하여 새로운 꿈을 향해 도전하고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면 지금도 눈시울이 뜨거워진다….
피는 생명이다. 그치지 않는 지구촌의 전쟁터에서는 물론 예기치 못한 재난의 현장에서 꺼져 가는 생명을 그 한 봉지의 피가 회생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고로 헌혈은 생명을 나누는 천부적 사랑의 실천 행위이다. 딱 한 번 왔다가는 소풍 같은 삶을 살다 가면서 하나 뿐인 생명을 나눌 기회를 갖는다는 것은 참으로 소중한 축복이 아닐 수 없다.
매년 6월 14일은 헌혈을 축복으로 아는 헌혈자들의 세계적인 축제가 열리는 날이다.
국제헌혈운동 관련기관(국제적십자사연맹, 세계보건기구, 국제헌혈자조직연맹, 국제수혈학회)은 2004년부터 혈액형을 발견한 칼 랜드스타이너의 생일인 6월 14일을 기념하여 '세계 헌혈자의 날'로 지정하고 이날을 기리고 있다.
작년에도 호주에서 전 세계 60여개국에서 기념식을 비롯한 각종 활동이 이루어졌고, 올해는 바르셀로나에서 행사가 열린다(www.fullblooded.org). 대한적십자사도 2005년에는 창립 100주년 기념 세계헌혈자의 날 기념식을 여의도공원에서 실시하였고, 2009년부터는 열린음악회와 연계, 헌혈자 초청공연 및 기념식을 개최하고 있다.
대한적십자사경기도지사 또한 경인일보와 함께 적십자 기금마련을 위한 '1m 1원 걷기대회'와 기념 공연을 매년 갖고 있다.
세계헌혈자의 날을 맞아 국내는 물론 국제 헌혈운동기구들이 해 주었으면 하는 구호가 있다. '헌혈은 리더가 되기 위한 필수적 요건이다'라는 구호이다. 한 발짝 더 나아가 공직선거 출마자의 인적사항 체크 항목에 조작이나 대리행위가 불가능한 '헌혈 총량' 항목을 추가시켜 달라고 관계 당국에 요구하고싶다.
몸과 마음이 모두 건강한 가운데 이웃과 평화를 사랑하는 마음이 있을 때 참된 헌혈이 이루어진다. 또한 헌혈은 인도주의와 조국애를 측정하는 척도라 할 수 있다. 백범 선생이 꿈꾸던 '사람과 사람이, 민족과 민족이, 국가와 국가가 더불어 살아가는 삼균주의 세상'을 이루는 길, 멀리 있지 않다.
유치원 교육부터 대학 졸업을 위한 실습에 이르기까지 '헌혈의 아름다운 정신을 함양하고 실천'에 이르도록 하면 된다. 몸과 마음이 건강한 평화주의자들로 채워지는 세상! 생각만 해도 가슴이 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