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축구대회는 전 세계 32개국 736명의 쟁쟁한 선수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꿈의 무대'다.
그중에서도 독보적인 실력으로 각 팀을 대표하는 스타 선수에게 거는 축구팬들의 관심은 엄청나다. 항상 '승부의 열쇠'로 꼽히는 이들은 제 몫을 다 하면 영웅대접을 받지만, 기대에 못 미치면 다른 선수보다 더 큰 비난에 맞닥뜨리게 된다.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에서도 대회 초반부터 맹활약한 스타 선수와 명성에 부응하지 못해 답답해하는 선수들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대회 초반부터 돌풍을 예고한 대표적인 스타 선수로 독일의 '쌍포' 미로슬라프 클로제(바이에른 뮌헨)와 루카스 포돌스키(쾰른)를 꼽을 수 있다.
지난 14일(한국시간) 더반스타디움에서 열린 D조 조별리그 호주와의 1차전에서 클로제는 전반 26분 승부에 쐐기를 박는 두 번째 골로 월드컵에서만 개인 통산 11번째 골을 기록했다.
2002 한일월드컵과 2006년 독일 대회에서 각각 5골씩, 모두 10골을 터뜨린 클로제가 브라질의 호나우두가 보유한 최다골(15골) 기록 경신에 시동을 거는 순간이었다.
2006년 월드컵에서 '베스트 영플레이어'상을 수상했던 포돌스키 역시 앞서 전반8분 강력한 왼발슛으로 선제골을 선사하며 4년 전 '돌풍'의 재현을 예고했다.
이번 대회 최고 스타로 꼽히는 리오넬 메시(바르셀로나)의 활약도 이름값에 손색이 없었다는 평가다.
지난 13일 나이지리아와의 B조 조별리그 1차전에서 출전한 메시는 득점에는 실패했지만 화려한 드리블로 상대 수비수 3-4명을 몰고 다니며 재치있는 패스로 결정적인 기회를 여러 차례 만들어냈다.
이탈리아는 역대 대표팀과 달리 남아공에서는 이렇다 할 스타가 없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미드필더 다니엘레 데로시(27.AS로마)가 15일 파라과이와의 F조 1차전에서회심의 오른발 동점골로 팀을 패배의 수렁에서 끌어내며 새로운 간판으로 떠올랐다.
아시아에서는 두말 할 것 없이 한국팀 주장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 있다. 박지성은 12일 그리스와의 B조 1차전에서 단독 드리블로 수비수 2명을 제치고 터뜨린 쐐기골로 대표팀 내에서 존재 이유를 입증했다.
반면 박지성의 팀 동료인 잉글랜드의 웨인 루니는 다소 답답한 상황이다. 루니는 13일 열린 미국과의 C조 첫경기에서 적극적인 돌파로 여러 차례 득점 기회를 만들어냈지만 번번이 골문을 빗겨가는 바람에 승기를 잡지 못했다.
카메룬을 구원할 카드로 여겨졌던 사뮈엘 에토오(인터 밀란) 역시 14일 열린 일본과의 E조 조별리그 1차전에서 평소와 달리 특유의 예리한 공격력을 살리지 못하고둔한 모습을 보였다.
이번 대회에서 가장 혹독한 수모를 겪은 스타는 프랑스의 티에리 앙리(바르셀로나).
월드컵에만 4번째 출전했고 월드컵 본선 개인 통산 6골을 넣은 프랑스의 간판이지만 지난해 월드컵 예선 아일랜드전의 '핸드볼 반칙' 이후 부진으로 대표팀 탈락 위기에까지 몰렸고, 12일 A조 조별리그 1차전 우루과이전에서도 선발 라인업에서 제외됐다.
후반 들어 교체투입된 앙리는 헤딩슛을 시도하는 등 공격 흐름을 되찾으려 노력했지만 인상적인 활약을 보이지 못했고 오히려 절호의 득점 기회에서 헛발질을 해 빈축을 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