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는 되풀이 돼서 안될 참상이지만, 매년 이날을 기리는 것은 잊혀져서도 안되기 때문이다. 항상 우려스러운 것은 그 날을 생생이 기억하는 노년층과 어렴풋이 와닿는 젊은층의 강도다. 이번 선거를 보면서 많은 지역에서 한지붕 두세대의 실상이 여실히 드러나, 세대차에 따른 두려움도 갖게 했다. 한반도에 남과 북이라는, 체제가 다른 두 집단이 상존하면서 남·북이 연관돼 있는 이념적 사안에 대한 인식을 달리 할 수는 있겠지만, 사실관계마저 혼돈이 와서는 국가적으로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 사사건건 부딪치는 불안한 국내 정세에 남·북 문제의 대결 양상이 극에 달하면서 전운마저 감돈다면 국제적으로 신용도가 크게 떨어질 수밖에 없다.
6·25이후 60년이 지난 지금 기적을 말할 만큼 엄청난 발전을 이뤄냈다. 하지만 국가와 기업, 인물이 키워온 대한민국의 이미지를 떨어뜨리는 일이 반복되면 세계 일류국가로 가는 길에 희망이 보이질 않는다. 여·야가 첨예하게 대립하면 편가르기 현상이 심화하고, 이로 인한 부정적 요소가 사회 곳곳에서 발생하게 된다. 또한 지도자의 편향이 심하면 뽑아 준 주민과 다른 후보자를 선택한 주민간 안보이는 반목이 커진다. 또다른 형태의 불신이 움트게 되는 것이다. 염려되는 것은 남과 북의 갈등이 그대로 남한내에서 재현돼 국론이 분열되는 것이다.
개성공단이 가동중이고 지금은 갈 수 없지만 금강산 관광 등 남북 교류가 활발했던 순간에도, 남과 북은 대치 상황이 종료된 것이 아니어서 이념적 정치적 사회적 경제적 갈등과 편차는 그렇다 치더라도 같은 사태를 놓고 남한내 인식의 차이가 크게 존재하고 있었다는 것은 불행한 현실이다. 정권이 바뀌면 북한에 대한 국가 정책도 달리해 다람쥐 쳇바퀴 돌듯 원점에서 다시 시작하는, 그래서 정책의 주도권만 바뀌었을 뿐 싸움은 그대로인 진전없는 제로섬 게임만 되풀이하게 된다. 국가적으로 재산적 시간적 공간적 손실이며 판단의 오류에 대한 순치 기능을 상실한 민족적 비극이다. 그동안 숱한 고난을 헤쳐오면서도 역사에서 교훈을 얻기보다는, 이념적 갈등이 상황을 지배하면서 한 순간 겨누고 있는 총구가 형제라는 현실마저도 잊는 극단을 달리고 있다.
상기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6·25때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참전한 나라는 21개국이다. 이들 국가가 파병한 병력 175만4천명중 3만6천여명이 전사했다. 남북 이산가족을 헤아리면 산을 만들고도 남는다. 강산이 여섯번 바뀐 지금 이들에게 줄 선물은 통일이다. 전쟁이 아닌 평화적으로 하나되는 것이 상책임에 틀림없다. 한반도에서 전쟁이 날 확률은 극히 적지만 대치와 갈등이 지속되면, 연평해전과 천안함 사태처럼 생사를 넘나드는 국지전이 앞으로는 발생하지 않을 것이란 장담은 할 수 없게 된다. 21개국 175만4천명 참전은 단순히 숫자로 이해해서는 안된다. 거기엔 평화가 있다. 이를 지켜야 하는 것이 역사적 교훈이다.
평화를 지키기 위한 방법의 선택은 정부가 하면 된다. 그 과정에서 많은 토론과 타협에 의해 조정이 있어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우리의 소원인 통일로 가는 길에 끊임없이 나타나는 곁가지, 틀에서 벗어난 갈등은 속도를 늦추게 하고 비극을 만들어내는 장애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