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3일 오전 코엑스 앞 영동대로에서 거리응원전을 펼쳤던 시민들이 지하철을 타고 귀가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 축구가 사상 첫 원정 월드컵 16강 진출이라는 대업을 일궈낸 23일 시민들은 기쁨과 환희에 들떠 여느 때보다 가벼운 발걸음으로 출근길에 올랐다.

   잠을 설쳐가며 경기를 지켜보다 평소보다 일찌감치 집을 나선 직장인들은 길거리에서 붉은 옷을 입은 응원단을 만나면 `대~한민국'을 함께 외치고 하이파이브를 하기도 했다.

   지하철이나 버스, 택시 등 대중교통에 오른 시민들은 월드컵 외에는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는 듯 행동했고, 직장에서도 온통 축구를 주제로 이야기꽃을 피웠다.

   거리응원전이 펼쳐진 코엑스 근처의 사무실로 아침 일찍 출근하던 오주영(29)씨는 밀린 업무를 처리해야 하는 부담을 완전히 떨친 듯 흥에 겨워하는 응원단과 만나 목청껏 응원 구호를 내질렀다.

   그는 "우리나라가 16강에 올라 정말 기분이 좋다. 거리응원을 하지 않았지만 응원 현장을 보니 흥이 저절로 난다. 오늘은 온종일 기분이 좋을 것 같다"며 활짝 웃었다.

▲ 23일 오전 2010년 남아공 월드컵 대한민국과 나이지리아 경기에서 한국이 나이지리아와 2-2로 비겨 16강 진출을 확정짓자 서울광장에서 밤생 응원을 한 시민들이 환호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광장 인근 지하철 시청역에서 만난 회사원 박준권(56)씨도 "가족과 함께 경기를 보고 출근하는 길인데 기분이 참 좋다"며 "요즘 정치고 뭐고 우리나라에 제대로 되는게 없는데 축구 하나는 참 시원하게 했다"며 들뜬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광화문 직장으로 출근하던 엄강일(43)씨도 "용산의 집에서 혼자 경기를 봤는데 골이 들어갈 때마다 아파트가 들썩 거렸다"며 응원분위기를 전한 뒤 "평소와 같은 시간에 차를 몰고 출근했는데 교통이 막히지 않아 기분이 더 상쾌했다"고 말했다.

   밤샘 응원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붉은 악마'들과 출근을 재촉하는 직장인이 한데 어울린 지하철 안도 월드컵 16강 진출을 자축하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붉은 티셔츠를 입은 이들은 새벽 승리의 감격을 잊지 못한 듯 골이 터지던 결정적인 순간과 선수 이름을 거론하며 흥분한 목소리로 이야기를 나누는 등 마냥 즐거운 모습이었다.

   출근길 직장인들은 대부분 휴대전화 DMB(이동멀티미디어방송)로 전해지는 축구 관련 소식에 눈과 귀를 집중시켰다.

   지하철 3호선 안에서 DMB를 시청하던 회사원 장혜미(29.여)씨는 "새벽에 태극전사들의 경기를 봤지만, 아르헨티나와 그리스전 경기 내용도 궁금해서 출근길에 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