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보다 판도는 일찍 갈렸지만, 조 순위 결정전을 앞두고 '죽음의 조'의 자존심 대결은 마지막까지 뜨겁게 달아오른다.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조별리그에서 브라질과 북한, 코트디부아르, 포르투갈 등이 한 곳에 몰리면서 최악의 경쟁이 펼쳐질 것으로 예상되던 G조는 두 경기를 치르고 나서 16강 진출국의 윤곽이 드러난 상태다.

   브라질이 2연승으로 가장 먼저 16강 진출을 확정지었고, 포르투갈도 코트디부아르와 1차전을 비겼지만 북한과 2차전에서 무려 7골을 몰아넣으면서 거의 16강에 근접했다.

   반면 북한은 브라질과 1차전에서 상대 공격수들의 길목을 틀어막는 '그물망 수비'와 날카로운 역습 능력을 과시하며 선전했지만 포르투갈과 경기에서 체력적인 부담을 이기지 못하고 대패해 탈락이 확정됐다.

   코트디부아르는 아직 희망이 없는 것은 아니나 포르투갈이 골득실에서 워낙 크게 앞서 있어 '기적'이 일어나지 않고서는 조별리그 통과가 어려운 실정이다.

   그러나 16강 진출 여부와 관계없이 이들은 마지막 순위 싸움에서 각 대륙과 나라를 대표해 치열한 자존심 대결을 벌일 전망이다.

   조 1위를 다투는 브라질과 포르투갈은 25일(한국시간) 밤 11시 더반 모저스 마비다 스타디움에서 대결하며, 북한과 코트디부아르는 같은 시각 넬스프뢰이트 음봄벨라 스타디움에서 격돌한다.

   ◇브라질-포르투갈
'무적함대' 스페인이 포진한 H조가 혼돈에 빠져들면서 G조 1위의 의미도 많이 줄어든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스페인이 다비드 비야의 득점포를 앞세워 초반 부진을 떨쳐내면서 조 1위에 오를 가능성이 여전히 큰 만큼, 16강부터 강한 상대와 맞붙지 않으려면 브라질과 포르투갈 모두 조 1위를 노려야 한다.

   전략적인 의미를 떠나 이날 경기는 유럽과 남미를 대표하는 두 팀이 맞붙는 자존심 대결이기도 하다.

   '영원한 우승 후보' 브라질이야 설명이 필요없는 남미 축구의 대표자이며, 포르투갈 역시 유럽팀의 동반 부진 속에서 날카로운 공격력을 과시하며 자존심을 지켜내고 있다.

   포르투갈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레알 마드리드)와 브라질의 마이콩(인터 밀란), 루이스 파비아누(세비야) 등 빅리그를 주름잡는 선수들이 맞붙는 만큼 절대 물러서지 않는 접전이 예상된다.

   특히 포르투갈은 유럽팀이면서도 남미 스타일의 기교 넘치는 스타일을 구사하는 팀으로 정평이 나 있다. 비슷한 두 팀이 격돌하는 만큼 화려한 공격 축구의 진수가 펼쳐질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브라질 공격의 지휘자라 할 수 있는 카카(레알 마드리드)가 2차전에서 석연찮은 주심 판정 탓에 퇴장당하면서 이날 경기에 출전하지 못해 호날두와 '최고스타 대결'이 성사되지 못하는 것은 아쉽다.

   ◇북한-코트디부아르
두 팀 모두 마지막 자존심을 지키려면 마지막 경기에 온 힘을 기울여야 한다.

   44년 만에 월드컵 본선에 오른 북한은 브라질과 선전하면서 주목받았던 '우리식 축구'가 단순한 고집이 아니었음을 증명해야 한다.

   포르투갈에 참패하면서 크게 상처입은 자존심을 조금이나마 회복하고자 마지막 경기에서 다시 전열을 가다듬고 반격에 나설 전망이다.

   2차전에서 끝내 '조국통일 세리머니'를 보여주지 못한 간판 공격수 정대세(가와사키 프론탈레)가 첫 골을 터뜨릴 수 있을지도 관심을 끈다.

   코트디부아르 역시 16강이 사실상 물 건너간 상황이지만 아직은 희망이 남아있는 만큼 포기하지는 않겠다는 각오다.

   팔꿈치를 다친 간판 공격수 디디에 드로그바(첼시)가 2차전에서 골 맛을 보면서 컨디션을 끌어올리고 있어 공격력은 한층 강해졌다.

   게다가 이번 월드컵에서는 아프리카 팀들이 줄줄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코트디부아르가 마지막 경기에서 깔끔한 승리를 올려 아프리카의 자존심을 회복할 수 있을지도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