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르헨티나와의 2차전을 앞두고 15일 오후(한국시간) 루스텐버그 올림피아 파크 스타디움에서 열린 훈련에서 이운재가 공을 잡아내고 있다. /연합뉴스

   '승부차기 방어의 달인' 이운재(37.수원)가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8강 진출에 도전하는 태극전사의 비밀병기로 나선다.

   24일(한국시간) 새벽 남아프리카공화국 루스텐버그 올림피아 파크 스타디움에선 재미있는 광경이 연출됐다. 전날 나이지리아와 본선 조별리그 3차전을 마치고 16강 진출을 확정한 대표팀은 가벼운 분위기에서 회복훈련을 치렀다.

   1시간가량 진행된 회복훈련의 마지막 부분에서 허정무 감독은 박주영(모나코)과 염기훈(수원), 이영표(알 힐랄), 이정수(가시마), 차두리(프라이부르크), 김정우(광주상무), 기성용(셀틱), 조용형(제주) 등을 페널티지역에 불러세웠다. 그리고 골키퍼 훈련을 하던 이운재를 골대 앞에 세우고 '깜짝' 승부차기 훈련을 했다.

   대표팀이 파주NFC(대표팀트레이닝센터)에서 시작했던 소집훈련부터 오스트리아를 거쳐 남아프리카공화국에 도착하기까지 승부차기 훈련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우루과이와 8강 진출의 운명을 건 한판 대결을 펼쳐야 하는 허정무 감독으로선 최후의 카드로 승부차기까지 내다봐야 하는 만큼 선수들의 감각을 끌어올리는 차원에서 처음으로 승부차기 훈련을 선택한 것이다.

   특이한 것은 조별리그 3경기에서 모두 선발로 나섰던 정성룡(성남) 대신 이운재를 세웠다는 점이다.

   이운재는 자타가 공인하는 승부차기 방어의 달인이다. 지난 2002년 한일월드컵 때도 8강에서 스페인과 벌인 승부차기를 승리로 이끌었던 이운재는 대표팀은 물론 K-리그에서도 승부차기만큼은 놓치지 않는 집중력을 발휘해왔다.

   K-리그 팬들의 기억에 이운재의 승부차기 최고 선방 장면은 2004년 포항과 K-리그 챔피언결정전 2차전이다.

   이운재는 2004년 12월12일 챔피언결정전 2차전에서 선배이자 라이벌인 '꽁지 머리' 김병지와 거미손 맞대결을 펼쳤고, 이운재는 포항의 마지막 키커로 나선 김병지의 킥을 막아내 수원에 우승컵을 안겼다.

   지난 2009년 FA컵 결승에서도 이운재는 성남과 승부차기에서 두 차례나 선방하며 수원의 우승을 이끌면서 최우수선수(MVP)에 선정되기도 했다.

   결국 허정무 감독이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을 앞두고 경기력 논란이 불거진 이운재를 끝까지 끌어안은 것은 승부차기에 대비한 '필승카드'였음을 증명한 것이다.

   이운재는 이날 훈련에서도 박주영과 염기훈, 기성용의 슛을 막아내면서 '거미손'의 명성을 증명해 보였다.

   허정무 감독은 "경기를 치르다 보면 승부차기도 나올 수 있는 만큼 여러 가지 생각을 하고 있다"며 우루과이와 경기가 무승부로 끝나 승부차기로 들어간다면 이운재를 교체로 내세우겠다는 복안을 내비쳤다.

   한편 이날 승부차기 훈련에는 '캡틴'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 빠진 게 눈길을 끌었다.

   박지성은 2002년 한일월드컵 스페인과 8강 승부차기에서 두 번째 키커로 나서 멋지게 골 그물을 흔들었던 전력이 있다. 하지만 박지성은 고등학교 시절 전국 대회에 나섰다가 승부차기 실축으로 팀이 패한 이후 좀처럼 승부차기 키커로 나서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