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남아프리카월드컵 16강전 한국-우루과이 경기가 열린 26일 저녁 서울 주요 응원 장소에는 월드컵 출전 사상 첫 원정 16강 진출에 이어 8강행을 염원하는 시민의 응원 함성이 경기 내내 이어졌다.
밤새 비가 내린다는 일기 예보에도 서울 거리 응원장에는 38만5천여명의 인파가 몰려 끊임없이 `대∼한민국'을 연호했다.
그러나 1대2로 아쉽게 패해 8강 진출이 무산되자 서울광장과 코엑스 영동대로, 서울월드컵경기장 등 주요 응원장에서는 아쉬움의 탄식이 동시에 흘러나왔지만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한 태극전사들에게 아낌 없는 격려의 박수를 보냈다.
=곳곳서 수중응원…맨몸으로 비 맞기도=
0...비가 내린 가운데 전국 곳곳의 광장이나 축구장 등에 모인 시민 91만여명은 불편을 감수하고 갖가지 방식을 동원해 비를 피하며 열띤 응원을 펼쳤다.
대표적인 거리응원 장소인 서울광장에서는 오후 9시30분께 한두 방울 떨어지던 비가 갑자기 장대비로 변하자 수만 명의 응원단이 일제히 우산을 펼치거나 우비를 입는 등 인상적인 장면을 연출했다.
이들 대다수는 우비를 입거나 준비한 우산으로 비를 피했지만 아예 비를 맞기로 작정하고 경기 내내 윗옷을 벗고 응원하는 시민도 간혹 눈에 띄었다.
일부는 쓰레기봉지나 기업에서 나눠준 플래카드로 급하게 우의나 모자를 만들어 쓰기도 했다.
코엑스 주변 영동대로와 한강 반포지구에서는 경기 직전에 땀과 비가 범벅된 상황에서도 노래를 따라 부르는 등 공연을 즐기기도 했다.
=빗속 응원에 빨간색 우비 `특수'=
0...경기 시작 전인 오후 9시20분께 비가 내리기 시작하자 우비 판매가 '깜짝 특수'를 맞았다.
서울광장 곳곳에서는 수십명이 빨간색과 흰색, 노란색 등 다양한 색깔의 우비를 1천∼2천원에 판매되는 장면이 쉽게 눈에 띄었다.
새로운 응원 메카로 떠오른 서울 코엑스 주변 영동대로에서 우비를 판매한 이수진(34.여)씨는 "100벌을 준비해 왔는데 비가 온 직후 30분 만에 모두 팔았다"고 웃음을 지었다.
서울광장 주변의 미니슈퍼 주인인 성인호(37)씨도 "우비 1천 벌을 준비했는데 1시간 동안 300벌 팔았다. 손님들이 빨간색 우비를 가장 많이 찾았다"고 말했다.
광장에서 우비를 판 박재석(29)씨는 "장맛비가 온다고 해 그리스전 때보다 더 많은 비옷을 준비해 왔다"며 "그런데 우비 파는 사람이 너무 많아 장사가 기대에 못 미쳤다"고 말했다.
=태극기 활용한 응원 `봇물'=
0...전국 주요 응원 장소에서는 태극기를 활용한 응원이 `봇물'을 이뤘다.
한강 반포지구에서 가수 김장훈이 `사노라면' 노래를 부르는 순간 가로 20m, 세로 30m 크기의 대형 태극기가 풍선 20여개에 매달려 공중으로 떠오는 장관을 연출했다.
태극기 문형이 새겨진 의상을 입고 응원장에 나타난 시민도 적지 않았고 일반ㆍ소형 크기의 태극기를 응원단이 가져와 힘차게 흔드는 응원단도 있었다.
일부 외국인은 태극기를 이용한 페이스페인팅을 했고 태극기 디자인의 머릿수건과 암밴드, 막대풍선 등 응원장 곳곳에서 태극기 물결을 이뤘다.
="`로봇' 차두리 결승골" 이색 퍼포먼스=
0...경기 시작 전 서울광장에서는 한국팀의 승리를 기원하는 이색 퍼포먼스가 눈길을 끌었다.
한국과 우루과이 선수 복장을 한 이들은 붉은악마들의 응원 속에서 양팀 선수들이 경기를 벌이는 장면을 10여분 동안 판토마임으로 익살스럽게 표현했다.
이 경기에서는 아버지 차범근 해설위원의 조정을 받는 `로봇' 차두리 선수가 프리킥을 머리로 받아 넣어 한국팀이 이기는 모습이 연출돼 관중의 박수를 받았다.
이날 퍼포먼스를 꾸민 이들은 한국방송예술진흥원 방송연예탤런트 학부 학생들이었다.
퍼포먼스를 기획한 2학년 김동재(21)씨는 "한국팀의 선전을 바라는 마음에서 3주 동안 연습해 길거리 응원이 열리는 곳을 돌며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