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이 공적자금을 먹는 '하마'로 전락했다.
 
   외환위기 때는 물론 그 이후에도 잦은 부실로 국민 혈세를 수혈받은 데 이어 이번에는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의 대규모 부실로 존립이 위협받자 또다시 공적자금에 기댄 것이다.
 
   고위험 고수익을 추구하다 사고를 치면 국민의 호주머니를 축내는 일이 반복되면서 저축은행뿐 아니라 이를 제대로 감독하지 못한 금융당국의 책임도 크다는 지적이다.

 ◇외환위기 이후 저축은행에 17조원 수혈
 
   27일 금융당국과 예금보험공사에 따르면 1997년 외환위기 이후 현재까지 공적자금, 예금보험기금 등을 포함해 저축은행에 투입됐거나 투입 예정인 공공자금은 17조원이 넘는다.
 
   국민의 세금인 공적자금이 11조원을 상회하고, 예금보험기금, 자산관리공사(캠코) 일반계정 등이 6조원을 넘는다.
 
   우선 공적자금을 보면 저축은행들이 외환위기 직후 줄줄이 퇴출당한 여파로 올해 4월말 현재 예금 대지급 등으로 92개 저축은행에 투입된 공적자금은 8조5천683억원이다. 정부가 지난 25일 저축은행의 부실 PF 채권 정리를 위해 투입하겠다고 발표한 구조조정기금 2조5천억원 역시 공적자금이다.
 
   여기에다 국민 세금은 아니지만 금융기관이 내는 예금보험료로 조성된 예금보험기금 또한 저축은행이 단골로 쓰고 있다.
 
   2003년 예보기금이 생긴 이후 저축은행은 지난 4월까지 예금 대지급 1조4천411억원, 출연 2조3천462억원, 대출 4천891억원, 출자 1천211억원 등 모두 4조3천875억원을 지원받았다. 지금까지 저축은행을 포함해 전 금융기관의 부실 정리와 경영 정상화에 쓰인 예보기금은 모두 4조6천150억원에 달한다.
 
   이런 탓에 예보기금의 저축은행 계정은 작년말 기준으로 2조4천405억원 마이너스로, 다른 금융회사 계정에서 차입해 연명하고 있다. 또 작년말 전일저축은행 등의영업정지로 저축은행 계정의 적자가 3조원에 육박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앞서 2008년 저축은행의 부실 PF 채권 정리를 위해 투입된 1조7천억원은 캠코의 일반계정으로, 공공자금으로 분류된다. 캠코는 이번에도 부실 PF 채권을 사들이는데 일반계정에서 2천500억원을 쓸 계획이다.
 
   다만 투입된 공공자금이 전액 손실로 처리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 저축은행의 반론이다. 외환위기 이후 저축은행 퇴출로 인해 투입된 8조5천683억원의 공적자금 가운데 5조5천234억원은 이미 회수됐다는 것.
 
   부실 PF 채권 정리를 위해 투입되는 공공자금도 향후 캠코의 채권 매각시 손실이 발생하면 그 부분만큼 저축은행이 보전해주는 사후정산 방식이어서 이 부분에서 캠코의 손실이 발생할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설명했다.
 
 ◇밑빠진 독에 물붓기?..금융당국 책임론 부상
 
   저축은행의 부실은 업계의 주먹구구식 영업방식과 5천만원 예금자보호 조항에 기댄 도덕적 해이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정부가 2002년 3월 상호신용금고라는 명칭을 상호저축은행으로 변경하고 서민금융 활성화를 주문하자 저축은행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소액 서민대출을 늘렸다. 2001년 9월 7천845억원이던 300만원 이하 소액 대출은 2002년말 2조8천억원으로 3.6배 증가했다.
 
   그러나 2003년 카드사태가 터지면서 신용불량자가 속출하자 저축은행의 소액 대출 연체율은 2002년 6월 16.3%에서 2003년 6월 40.5%로 치솟았다.
 
   이번에 문제가 된 부동산 PF 역시 저축은행의 주먹구구식 영업행태를 여실히 보여준다. 소액 대출에 덜미가 잡혔던 저축은행들은 2004년부터 부동산 경기가 살아나자 모두 PF 대출에 뛰어들었다.
 
   PF 대출 잔액은 2005년말 6조3천억원에서 2006년말 11조6천억원으로 곱절 가량 급증했다. 이런 '묻지마식' 투자는 결국 2008년 1조7천억원 규모의 부실채권 매각으로도 모자라 또다시 공적자금에 손을 벌리는 상황으로 이어졌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중소 저축은행은 독자적으로 수익모델을 창출할 능력이 모자란다"며 "결국 대형 저축은행의 투자처에서 수익이 난다는 소문이 나면 물불 가리지 않고 쫓아가는 관행도 위험을 부풀려온 요인"이라고 말했다.
 
   금융당국의 감독 역시 구멍이 뚫렸다는 지적이다. 2008년말 1조7천억원만 투입하면 저축은행의 PF 부실이 해소된다고 큰소리쳤던 금융당국은 1년6개월만에 공적자금 추가 수혈을 결정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30∼40명의 검사인력만으로 100개가 넘는 저축은행을 모두 감독하기는 쉽지 않지만 앞으로 저축은행의 부실 영업에 대한 책임을 엄격하게 묻는것은 물론 부실 예방을 위한 감독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