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세정 (문화공보위원회 전문위원)
[경인일보=]이제 며칠후면 제7대 경기도의회가 경기도 역사의 한 획을 긋고 긴 4년간의 여정을 마치게 된다. 그동안 의원들과 함께 동고동락해 온 시간들이 주마등처럼 떠오른다. 각종 체육대회가 열릴 때마다 여수·부산 등 땅 끝까지는 물론 살을 에는 추위도 마다않고 스키장 정상까지 찾아가 선수들을 위로했다. 틈틈이 문화 행사의 현장을 방문하며 지역주민들을 위로하고 예술가들의 창작활동을 격려했으며, 특히 경기도 문화정책 발전을 위해 우리 시대 지식인이라 일컫는 이어령 전 문화부장관과 두시간이 넘도록 열띤 토론을 벌인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경기도의회가 주관한 자선공연에 출연하는 의원들의 리허설을 도왔던 일을 떠올리면 절로 웃음이 나온다. 이러는 가운데 도의회가 지난해 대한민국 의정대상을 수상하고 전국 최초로 탄소중립의회를 선언, 기후변화 대응에 앞장선 것은 큰 보람으로 남는다.

내 개인적으로도 지난 1년 6개월간의 의회 근무는 많은 것을 얻고 경험한 소중한 시간이었다. 첫째, 그동안 느껴왔던 의원들의 권위주의적 이미지를 불식시키는 계기가 됐다. 적어도 내가 아는 의원들 모두는 집행부보다 우위에 있다는 권위의식을 갖기보다는 집행부의 권위 또한 인정하고 상호 대화와 협력을 위해 항상 시간과 마음을 열어 놓은 분들이었다. 새로운 시각에서 본다면 의원들은 경기도정의 중요한 소프트파워라고 볼 수 있다. 다양한 분야에서 종사하면서 나름대로 노하우와 전문지식을 갖춘 이 분들에게 공무원들이 먼저 다가가 의견을 구하고 함께 논의한다면 도정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둘째는, 도의회는 개인의 리더십을 키우는 훈련의 장이었다. 직접적으로는 의원들의 소속 정당, 남녀, 연령에 상관없이 의정활동을 성심껏 지원하고 섬김으로써 요즘 새로운 리더십 패러다임으로 주목받고 있는 서번트 리더십(servant leadership)을, 간접적으로는 의원들이 각종 회의와 토론장에서 서로의 다양한 의견을 존중하고 합리적으로 합의를 도출해 나가는 것을 보면서 민주적 리더십의 기본 자질을 체득할 수 있었던 기회였다.

셋째로는 지방자치의 의미를 몸으로 체험하고 느끼는 시간이기도 했다. 도의회는 도의 전반적이거나 각 지역의 현안들에 대해 과감히 목소리를 냈다. 여기에 중앙정부에 대한 재정 지원과 규제 완화 요청이나 도 차원의 정책 개선, 각 시군간의 조정 및 협력 문제 등 다양한 내용들이 포함됐다. 이 과정을 통해서 많은 사항들이 반영되고 개선되는 성과도 있었다. 이제 지방의회를 주축으로 하는 지방자치는 지난 20년간 성장을 거듭해 우리 사회의 확고한 정치제도로 정착했다. 앞으로 주민들은 더욱더 자신들이 선출한 지방의원들로 구성된 지방의회를 통해 자신들의 의사를 표출하려 할 것으로 보인다.

이제 7월 1일이면 8대 의회가 출범한다. 그동안 경기도 공무원들이 겪어보지 못한 여소야대의 환경에 접하게 된다. 이러한 의회 구도에 대한 경험이 없는 공무원들은 적지않은 염려가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긍정적 측면에서 본다면 오히려 도전과 발전의 기회가 아닌가 생각한다. 의원들을 나의 소중한 고객으로 존중하며 특정 정당에 치우침이 없이 공평하고 성실하게 봉사한다는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의 자세를 견지한다면 경기도의 위상을 가일층 높이고 지방자치제도를 더욱 견고한 반석위에 세우는데 큰 힘이 될 수 있으리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