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천안함 침몰 희생자들의 넋을 달래기 위한 합동 천도법회가 6월 16일 국립 대전현충원 천안함 46용사 합동묘역에서 열렸다. 유가족들이 묘비 주변을 정리하고 있다. /연합뉴스

   오는 3일로 서해 백령도 서남쪽 해상에서 경비 활동 중이던 천안함이 침몰한 지 100일을 맞는다.

   이제 일상으로 돌아가 가끔 연락을 주고받으며 지낸다는 가족들. 그러나 이들은 아직도 사고 당시를 생각하면 가슴이 내려앉고 눈물이 난다고 했다.

   ◇'천안함 46용사 100일 추모식' = 천안함유가족협의회는 오는 3일 오전 대전현충원에서 '천안함 46용사 100일 추모식'을 갖는다.

   유가족협의회 박형준 대표는 "42명의 가족 약 220명이 오겠다는 의사를 밝혔고, 실무진에서 종교의식에 구애받지 않고 할 수 있는 행사를 준비 중"이라고 전했다.

   박 대표는 "46용사의 추모비나 추모관이 없는 상태라 장소를 (묘역이 있는) 현충원으로 택했다"면서 "방식은 영결식이나 안장식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해군본부에서도 천막 등 장비와 인력을 지원해 추모식 준비를 돕고 있다.

   ◇가족들 여전히 정신적 고통 = 유가족 중 몇몇 희생 장병 부모는 아들을 잃은 슬픔에 건강상 문제가 생긴 것으로 알려졌다.

   또 박 대표에 따르면 일부는 자살 충동을 느낄 만큼 큰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고 있었다.

   박 대표는 "다행히 아산병원에서 건강검진을 지원해줘 가족들이 건강을 추스르고 있다"면서 "대부분 의연히 잘 버티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힘든 시간을 함께 겪은 유가족들이 고향으로 돌아가서도 지역별로 소모임을 갖거나 천안함 가족 홈페이지를 통해 안부를 물으면서 지내고 있다고도 했다.

   그러나 가족들은 감사원 결과 발표나 참여연대 '안보리 서한' 등 민감한 이슈가 있을 때마다 힘들게 아문 상처가 다시 터지는 듯한 아픔을 겪고 있다고 했다.

   한 유가족은 "감사원 발표 후 군의 초동대응 미흡 등으로 살 수 있었던 우리 아이가 죽었다는 생각이 들어 마음이 몹시 아팠다"고 말하기도 했다.

   ◇"희생 장병 명예훼손 안돼" = 유가족협의회는 지난달 22일 희생 장병의 신상명세를 스마트폰용 애플리케이션으로 만들어 판 업체와 이를 묵인한 애플코리아를 고소하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천안함 서한'을 발송한 참여연대를 규탄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박 대표는 "앞으로도 유가족이나 희생 장병에게 피해를 주는 일이 발생한다면 재발 방지와 46용사의 명예를 위해 적극적으로 조치할 것"이라고 단호히 말했다.

   다만, 참여연대에 법적으로 대응할지에 대해서는 "현재 안보리가 연기된 데다 국정감사 의견과 감사원 최종결과도 아직 안 나왔다. 무엇보다 가족들의 요청에 참여연대가 아무런 대답이 없다"며 "신중히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일각에서 천안함 침몰이 북한의 소행이라는 민군 합동조사단 조사결과에 의문을 제기하는 것과 관련해선 "반대를 위한 반대, 의혹이 아닌 단순한 궁금증에 정부와 국가가 전체적으로 에너지를 소모해야 하느냐"고 반문했다.

   ◇희생장병 자녀 속속 전학 = '평택 해군2함대 부속 초등학교'로 불릴 만큼 2함대 소속 장병 자녀가 많이 다니는 원정초는 사고 이전과 비슷한 모습이었다.

   원정초 측은 "아이들이 어려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금세 잊는 것 같다"며 "이제 사고와 관련된 이야기나 질문을 하는 아이들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원정초에는 희생 장병 4명의 자녀 6명도 다니고 있었는데 이 중 2명이 전학을 갔고 나머지 4명도 전학의사를 밝힌 상태다.

   백성욱 교감은 "영결식이 마무리되고 해군 아파트에 살던 가족들이 이사를 가면서 2명이 10여일 전 다른 학교로 전학을 갔고, 남은 아이들도 곧 전학을 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희생 장병 자녀들의 심리 상태에 대해 "지난달 6일 한 차례 심리치료를 했고 지금도 경기도교육청과 긴밀히 협력해 (남은) 아이들의 심리상태를 살피고 있다"며 "다행히 어린 아이들이라 전처럼 밝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한 희생 장병의 자녀는 남아공으로 월드컵 응원을 다녀왔다고 한다.

   백 교감은 "다만, 최근 아이들을 상대로 한 안 좋은 일이 많이 일어나 교사들이 희생 장병 자녀들을 더욱 관심 깊게 살피고 있다"며 "매일 아이들이 하교하면 어머니에게 연락을 주는 등 안전에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생존장병 희망 부대로 배치 = 해군2함대에 따르면 생존 장병 중 제대하거나 입원 중인 장병을 제외한 전원이 본인이 희망하는 부대로 배치됐다.

   2함대 측은 "희망하는 부대를 지역 및 해.육상으로 나누어 1, 2지망을 받았고 1지망에 희망한 지역으로 보냈다"며 "평택 잔류인원은 15명이고 나머지는 진해, 부산 등으로 갔다"고 밝혔다.

   최원일 함장은 해군본부에서 육상근무 중이다.

   사고 당시 머리를 다쳐 성남 국군수도병원으로 이송됐던 신은총 하사는 아직 치료를 받고 있다.

   2함대는 장병에 대한 심리치료와 관련, "천안함 피격 이후 집단 상담 및 개별 상담 등 지속적으로 심리치료를 진행해 왔다. 인사발령 이후 해군 각 부대로 흩어져도 부대 인근 군 병원에서 치료를 받을 수 있다"고 했다.

   생존 장병 가운데 제대한 병사는 지난 5월 1일 제대한 전준영 병장과 같은 달 22일 제대한 최광수 병장 등 2명이고, 중도 전역한 부사관이나 장교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