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일보=목동훈·정운기자]인천대교와 인천국제공항을 잇는 도로를 달리던 고속버스가 도로 밑 지하차도 공사 현장으로 추락해 12명이 숨지고 12명이 다쳤다.

도로 관리 주체의 초동 조치 미흡과 운전자들의 안전 불감증이 빚어낸 참사라는 지적이다.

┃관련기사 3·22·23면

지난 3일 오후 1시15분께 인천대교 영종요금소에서 공항 방향으로 500m 정도 지난 지점에서 고속버스가 도로 밑 10m 아래 공사현장으로 떨어졌다. 이 사고로 고속버스에 타고 있던 설해용(69)씨 등 12명이 숨지고, 버스 운전사 정설봉(53)씨 등 12명이 다쳐 인천과 서울지역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사고를 당한 버스 승객 대부분은 가족여행, 해외출장을 가려고 공항으로 가던 길이었다. 우리나라에서 일을 보고 자국으로 돌아가려던 외국인도 있었다.

▲ 버스 깔린 부상자들 '필사의 구조' 3일 오후 인천시 중구 영종도 인천대교 영종요금소 부근 도로에서 포항~경주~인천국제공항을 운행하는 고속버스가 도로 밑으로 추락, 12명이 사망하고 12명이 부상했다. 10m 아래 도로공사현장으로 추락해 부서진 고속버스에서 119 구조대원이 부상 승객들을 구조하고 있다. /인천대교(주) 제공

버스는 도로(편도 3차로) 2차로에 엔진 고장으로 서 있는 마티즈 승용차를 추돌한 뒤 가드레일을 들이받고 도로 밑으로 추락했다. 버스가 도로 밑으로 떨어지면서 뒤집혀 인명 피해가 컸다.

경찰은 버스 운전사 정씨가 마티즈 차량을 피하려고 운전대를 오른쪽으로 돌리면서 가드레일을 들이받고 추락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사고 당시 고속버스 앞에는 1t 화물차량이 달리고 있었다. 이 화물차는 마티즈 승용차와 살짝 부닥친 뒤 1차로에 정차했으나, 뒤따라오던 버스는 미처 마티즈를 피하지 못했다. 버스 운전사 정씨가 화물차 때문에 마티즈 승용차를 뒤늦게 본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경찰은 마티즈, 버스, 화물차 운전자를 안전조치 미흡, 안전거리 미확보 등의 혐의로 형사 입건할 방침이다.


또한 가드레일이 허술하게 설치됐다는 의혹이 제기됨에 따라 부실 시공 여부 등을 수사하고 있다.

도로 관리 주체가 2차로에 서 있는 마티즈 차량을 발견하지 못하는 등 초동 조치가 미흡했다는 지적도 있다.

사고가 나자 경찰과 소방당국은 100여명의 인력을 현장에 투입해 일부 차로를 통제하고 부상자를 구조했다. 사고 처리로 인해 공항으로 향하던 차량들이 정체와 서행을 반복하는 등 교통 혼잡이 일어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