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인일보=목동훈·정운기자]지난 3일 12명의 목숨을 앗아간 '인천대교 고속버스 추락 사고'는 16분이라는 짧은 시간에 벌어졌다. 엔진 고장으로 2차로에 서 있던 마티즈 승용차를 신속히 갓길로 이동 조치하지 못한 것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 16분간의 상황=지난 3일 사고의 발단이 된 마티즈 승용차가 인천대교 영종요금소를 통과한 시각은 낮 12시52분. 운전자 김모(46·여)씨의 차량은 12시59분 엔진이 고장 나 사고 지점(영종요금소 공항 방향 500m)에 멈췄다. 김씨는 차량 비상등을 켠뒤 갓길에서 보험회사 직원과 통화를 했다. 오후 1시13분57초에 마티즈 승용차와 1차 추돌한 1t 화물차가 영종요금소를 통과했고, 6초 후 24명(운전사 포함)을 태운 고속버스도 하이패스 차로로 진입했다.
1시15분께 화물차는 마티즈 승용차의 왼쪽 뒤편을 들이받고 1차로로 튕겨 나가 중앙분리대에 부딪쳤다. 그러나 화물차를 뒤따라오던 버스는 마티즈 승용차 뒤편과 가드레일을 차례로 들이받고 도로 밑 10m 아래 지하차도 공사 현장으로 추락했다.
살아남은 김순덕(57·여)씨는 "버스의 통로 오른쪽 좌석에 앉아 있었는데 앞쪽에서 사람들이 '어이' '어이' 하는 소리가 들린 뒤 버스가 바로 '쾅' 소리를 내며 떨어졌다"고 말했다. 견인차량 운전사 조모(43)씨는 "7~8명의 승객이 버스 창문 틈에 끼어 있었다"며 "어린 남자 아이가 차량 밖으로 튕겨 나와 울고 있었고, 20대 청년과 40~50대 남성이 버스에서 빠져 나왔다"고 말했다.
경찰, 도로교통공단, 소방방재청, 인천대교(주)는 4일 오후 1시 사고 경위를 조사하기 위해 현장검증을 실시했다.
도로교통공단이 노면 스키드마크(바퀴 마모 자국) 등을 통해 사고 차량의 속도를 조사한 결과, 버스는 시속 100㎞, 화물차는 80㎞로 달렸던 것으로 추정됐다. 포항에서 출발한 이 버스에는 운전사 정석봉(53)씨를 포함해 총 26명이 타고 있었으며, 이중 2명은 사고가 일어나기 전 송도국제도시 '투모로우시티'에서 내려 변을 면한 것으로 확인됐다.
■ 뒤집혀 인명 피해 컸다=버스가 추락하면서 뒤집혀 인명 피해가 컸다. 승객들이 안전벨트를 맸어도 인명 피해가 컸을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이번 사고로 버스 승객 12명이 숨지고 운전사 정씨 등 12명이 다쳤다. 시신은 인하대병원(5명), 세브란스병원(4명), 중앙길병원(1명), 적십자병원(1명), 삼성의료원(1명)에 있다. 경찰은 나머지 시신들도 검찰 지휘를 받아 유가족이 원하는 지역 병원으로 이송할 계획이다.
4일 현재 운전사 정씨와 9명의 승객은 중상이고, 나머지 2명의 승객은 경상이다.
■ 경찰 대응=경찰은 사고 관련 운전자 3명을 모두 형사 입건할 방침이다. 마티즈 승용차 운전자 김씨가 사고의 발단이 됐고, 버스 운전사 정씨가 사망 사고의 주된 원인을 제공했다는 것이 경찰 설명이다. 화물차 운전자에 대해선, 마티즈 차량 충격에 대한 과실은 인정되나 이번 사망사고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어 불기소하기로 했다. 경찰에 따르면 마티즈 승용차 운전자 김씨는 차량 100m 후방에 차량안전삼각대를 설치하지 않는 등 안전 조치를 하지 않았다. 버스 운전사 김씨는 전방을 제대로 주시하지 않고, 안전거리를 확보하지 않았다.
경찰은 버스가 들이받은 가드레일이 관련 규정이나 지침에 맞게 설계, 설치됐는지를 수사하고 있다. 시공 업체인 코오롱건설과 관리 주체인 인천대교(주) 관계자를 대상으로 수사를 벌이고 있다. 또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가드레일 일부를 보내 높이, 재질, 강도 등의 적정성 여부를 조사하기로 했다.
■ 시간대별 사건일지
낮 12시 52분 52초 - 마티즈 승용차 톨게이트 통과
낮 12시 59분 -마티즈, 사고지점에서 정지 후 운전자가 보험회사에 전화(5분 17초)
오후 1시 7분-견인 업체로부터 고장신고 접수 완료 문자 옴
1시 8분-마티즈 운전자, 갓길에서 견인기사와 통화(2분 26초)
1시 13분 57초 -최초 마티즈 차량과 추돌한 화물차 톨게이트 통과 (하이패스)
1시 14분 03초-사고버스 톨게이트 통과(하이패스)
1시 15분-화물차, 마티즈 추돌후 중앙분리대 들이받고 정차. 곧바로 사고버스 마티즈 들이받은 후 추락
■ 사망자·부상자 명단
▲사망자(12명)
설해용(69), 공영석(49), 노정환(49), 예규범(42·재미교포), 설여진(39·여), 임성훈(9), 임송현(3·여), 이시형(45), 임찬호(43), 이정애(49·여), 고은수(17·여), 이현정(39·여)
▲부상자(12명)
정석봉(53), 김순덕(57·여), 이화숙(47·여), 황주연(43·여), 정홍수(48), 박장민(28), 변세환(3), 게리알랜(52·미국), 임성준(7), 서인국(53), 선창규(60), 바이아르마(23·여·몽골)